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시) 박서영, 성게

| 조회수 : 997 | 추천수 : 1
작성일 : 2020-02-13 03:13:14

성게


                             -박서영


슬 픔은 성게 같은 것이다

성가셔서 쫓아내도 사라지지 않는다

무심코 내게 온 것이 아니다, 내가 찾아간 것도 아니다

그런데 성게가 헤엄쳐 왔다

온몸에 검은 가시를 뾰족뾰족 내밀고

누굴 찌르려고 왔는지 ​

낯선 항구의 방파제까지 떠내려가

실종인지 실족인지 행방을 알 수 없는 심장 ​

실종은 왜 죽음으로 처리되지 않나

영원히 기다리게 하나

연락 두절은 왜 우리를

노을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항구에 앉아 있게 하나

달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앉아 있게 하나

바다에 떨어진 빗방울이 뚜렷한 글씨를 쓸 때까지

물속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게 하나

기다리는 사람은 왜 반성하는 자세로

사타구니에 두 손을 구겨 넣고는 고갤 숙이고 있나 ​

꽃나무 한 그루도 수습되지 않는

이런 봄밤에

저, 저 떠내려가는 심장과 검은 성게가

서로를 껴안고 어쩔 줄 모르는 밤에 ​ ​







슬픔 뒤에는

세상의 모든 말을 붙여도 옳다

눈에 보이는 모든 단어가 다 슬픔 뒤에 온다




해마다 자랑질에 지치지도 않는 뒷뜰 매화는

올해도 또 이리 각설이 미모를 뽐내는데

봉감독 아카데미에 같이 출품되었던 

세월호 다큐


그 가족들의 사진이

슬픔 뒤에 오는 모든 단어처럼

걸려 온다.





#시 #박서영시인 #성게 #꽃나무한그루도수습되지않는이런봄밤에 #

사진위는 시인의 시

사진과 아래는 쑥언늬 글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2631 모든이가 볼 수 없다 도도/道導 2024.04.28 69 0
    22630 밤 하늘의 별 처럼 4 도도/道導 2024.04.26 214 0
    22629 배필 4 도도/道導 2024.04.25 262 0
    22628 보고싶은 푸바오... 어느 저녁에 2 양평댁 2024.04.24 466 0
    22627 남양주 마재성지 무릎냥이 10 은초롱 2024.04.24 1,049 0
    22626 그렇게 떠난다 4 도도/道導 2024.04.24 248 0
    22625 홍제 폭포입니다 2 현소 2024.04.23 316 1
    22624 오늘은 차 한잔을 즐길 수 있는 날 4 도도/道導 2024.04.23 239 0
    22623 아파트 화단의 꽃들 1 마음 2024.04.22 321 0
    22622 민들레 국수 모금액입니다 1 유지니맘 2024.04.22 692 1
    22621 여리기만 했던 시절이 4 도도/道導 2024.04.21 335 0
    22620 진단조차 명확하지 않은 ‘암’!! 암진단은 사기? 허연시인 2024.04.20 493 0
    22619 천사의 생각 4 도도/道導 2024.04.20 277 0
    22618 산나물과 벚꽃 1 마음 2024.04.19 367 0
    22617 소리가 들리는 듯 2 도도/道導 2024.04.19 240 0
    22616 잘 가꾼 봄이 머무는 곳 2 도도/道導 2024.04.18 288 0
    22615 민들레국수 만원의 행복 시작 알립니다 2 유지니맘 2024.04.18 613 1
    22614 세월을 보았습니다. 4 도도/道導 2024.04.17 384 0
    22613 이꽃들 이름 아실까요? 4 마음 2024.04.16 483 0
    22612 3월구조한 임신냥이의 아가들입니다. 9 뿌차리 2024.04.16 1,590 1
    22611 새벽 이슬 2 도도/道導 2024.04.16 253 0
    22610 월요일에 쉬는 찻집 4 도도/道導 2024.04.15 504 0
    22609 믿음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2 도도/道導 2024.04.14 286 0
    22608 유종의 미 4 도도/道導 2024.04.13 393 0
    22607 복구하면 된다 2 도도/道導 2024.04.12 608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