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시와 동백꽃 필 무렵의 리뷰 콜라보

| 조회수 : 1,803 | 추천수 : 3
작성일 : 2019-11-26 00:56:15

치자

                                     정영


사랑했다 치자

죽을 만큼 울었다 치자

그러다 죽었다 치자

내가 널 죽였다 치자

그렇게 한 꺼풀 벗었다 치자

웃었다 치자

울었다 치자

개가 인간이 됐다 치자


씀바귀처럼 쓴 이름으로 태어난

엄마를 씀바귀 멀리에

묻었다 치자

세상에서 엄마가 가장 부자였다 치자

나 세상 참 잘 살았다 치자


치자꽃 한 송이만 피어도

엄마는 소녀였다

마당 가득 엄마 향이 그득했다

그랬다 치자



따박따박 잘 따지고 드는 딸년에게 당하다가

한참을 억울해지면 엄마는 치자를 들고 나서곤 했다.


그랬다 치자

내가 그랬다 치자

니가 섭했다 치자

아무리 섭해도, 평생 짝사랑 한 나만 하겠나


이 대목이 나오면 샷따 마우쓰 강추

치자꽃은 엄니들의 비장의 옐로우카드


세월 따라

나도 엄마 되어 보니

모성애가 이리 허접했나 갸웃뚱

그나마  이게 사랑중에 이게 퀄리티가 쩐다는 거에..참말유?


그러다, 필구가 나오고, 엄마의 봄날을 먹고 자랐다는 고백이 나온다.

아녀, 아녀, 내가 우리 엄마 봄날을 먹은 건 맞는데,

우리 애들은 내 봄날을 먹은 적 없다고!


치자 엄마가 나섰다.

아녀, 아녀, 니가 내 봄날을 먹은 적은 없는디

니 새끼덜은 내 딸 봄날을 슈킹한 거 맞다고!


맞다 치자

먹은 것도 같고, 안 먹은 것도 같다 치자

우리들 사랑중에 이게 최고라고 치자


치자말고 민들레 한 송이에도

싸게 싸게 넘어가는 소녀가 우덜 엄마였다고 치자

아니 나였다고 치자


먹튀세상

향기뿜뿜

훨훨당신

안녕안녕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 사진은 치자꽃 아니다(치자꽃이 꼭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버리기 강추)

* 아래는 시 리뷰와 드라마 리뷰의 두마리 새새끼를 잡으려는 쑥언니 사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봄봄
    '19.11.26 9:45 AM

    눈물나요 ㅠㅠ
    고양이 사진있으면 보려고 들어왔다가 동백꽃 필 무렵 제목보고 클릭했는데...
    눈물이 나네요
    내 엄마 생각이랑 내 딸 생각이 나서
    나는 두 사람 덕분에 행복한데, 나는 내 엄마와 내 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쑥과마눌
    '19.11.27 9:14 AM

    봄봄님이 두 사람덕분에 행복하면,
    그 두사람도 봄봄님 덕분에 행복할 듯요 ㅎ

  • 2. hoshidsh
    '19.11.27 9:23 PM

    키워보니 그렇더군요.
    조금이라도 다치지 않게 키우고 싶어서 매사에 동동거리다가
    어느 순간
    아이가 혼자서도 걸어갈 수 있게 놔 주어야할 때가 이미 지났음을 깨닫고
    그러고도..
    여전히 저절로 손을 내밀게 되는 게 엄마라는 사람의 본성이네요.

  • 쑥과마눌
    '19.11.30 12:59 AM

    동감해요.
    무얼해도 남는 건 후회^^;;

  • 3. Dare
    '19.11.28 6:15 PM - 삭제된댓글

    추천꾹

  • 쑥과마눌
    '19.11.30 1:01 AM

    감사 ㅎ

  • 4. 언제나빛나는
    '19.12.3 10:27 PM - 삭제된댓글

    덕분에 좋은 시 감상했어요
    그리고, 글을 참 잘 쓰시네요

  • 쑥과마눌
    '19.12.6 8:49 AM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2004 들여다 보고 숨어서 보고 2 도도/道導 2022.12.21 1,035 1
22003 눈오는 날의 도덕정 4 도도/道導 2022.12.19 1,023 0
22002 높은 곳에 오르면 6 도도/道導 2022.12.17 855 0
22001 사는 날 동안 2 도도/道導 2022.12.16 996 0
22000 아름다운 소식을 4 도도/道導 2022.12.15 1,011 0
21999 간밤에 우리지역에 첫 눈이 왔습니다. 2 도도/道導 2022.12.14 1,148 0
21998 아직은 겨울의 느낌이 2 도도/道導 2022.12.13 823 0
21997 색이 주는 감정 2 도도/道導 2022.12.11 1,062 0
21996 짜여진 판에서는 변수가 없다 2 도도/道導 2022.12.10 855 0
21995 다음을 기다릴 수 있어서 2 도도/道導 2022.12.09 754 0
21994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2 도도/道導 2022.12.08 885 0
21993 삶의 질을 높여 날마다 행복에 빠진다. 2 도도/道導 2022.12.07 1,191 0
21992 족쇄와 재갈은 4 도도/道導 2022.12.06 739 0
21991 능력의 부재는 한숨을 쉬게하지만 2 도도/道導 2022.12.05 808 0
21990 대~~~~~~~~~ 한 민 국~ !!! 2 도도/道導 2022.12.03 1,106 0
21989 돌아 갈곳과 반기는 식구가 있어 4 도도/道導 2022.12.02 1,299 1
21988 정말 자랑좀 하고 싶어서요 싫으신분은 통과하세요 4 대충순이 2022.12.01 2,221 1
21987 내 이름으로 등기되지 않았어도 2 도도/道導 2022.12.01 913 0
21986 그날에 너를 만날 수 있기를 2 도도/道導 2022.11.30 854 0
21985 돌아온 녀석이 예쁘다 6 도도/道導 2022.11.29 1,681 1
21984 비오는 아침도 즐겁다. 4 도도/道導 2022.11.28 949 0
21983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2 도도/道導 2022.11.27 800 0
21982 가을의 빛이 스미는 겨울 2 도도/道導 2022.11.26 783 1
21981 까만 감도 있습니다. 2 도도/道導 2022.11.25 1,078 0
21980 행복을 쌓아가는 것은 2 도도/道導 2022.11.24 1,17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