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고양이가 그리운 저녁

| 조회수 : 1,253 | 추천수 : 2
작성일 : 2018-09-23 08:02:29
다독이는 저녁  

                       정와연


집 나간 고양이가 돌아온
저녁을 다독인다
손바닥에 검은 때가 묻는다
그건 저녁 어스름을
한없이 돌아다녔던 흔적

종종 전봇대에 붙는 고양이들
밤이면 물살 같은 수염의 갸릉갸릉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흘러들었던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내 아이의 울음소리로 들리던 저녁
화들짝 나가 보니 내 발을 핥고 있다

먹고 자고를 며칠째 반복하더니
홀쭉한 배가 채워지고 제 모습을 찾아간다

나는 불을 켜지 않은 방으로
빈한하게 들이치는 어스름을 또 다독거린다
딸깍, 불을 켜면 집 근처를 서성이던 고양이들처럼
어스름은 후다닥 도망친다
가끔은 저녁이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스름을 묻히며 내려놓거나
포기하는 일을 고르는 저녁

돌아온 고양이 몸에
전에 보이지 않던 잿빛이 등을 타고 빠져나가고 있다
그것 다 안다 내 손으로 옮겨 온 것이라는 것을
잿빛 하늘에 별이 솟듯
저녁을 쓰담쓰담 다독이다 보면
손바닥에 별 뜨는 날 꼭 올 것이다
나를 다독이듯
고양이를 다독이는 저녁이다


정와연, 『네팔상회』, 천년의 시작, 2018, pp.20~21.




어릴 적 우리집엔 늘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의 이름은 늘 나비였고.


한옥이라 춥고, 

한옥이라 구멍이 많고

한옥이라 드나들기 편했던 

그 곳에서

나비는 

우리 등교길에 돌아 나가 

우리 하교길에 돌아 왔다


비릿비릿한 바람냄새가

우리 남매한테도 

우리 나비한테도 

나는 거 같았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인디블루
    '18.9.23 11:26 AM - 삭제된댓글

    시인의 시도
    원글님의 글도 시답습니다
    평화롭고 안도감이 느껴지는....

  • 쑥과마눌
    '18.9.24 2:08 AM

    다행입니다. 감사^^

  • 2. 고고
    '18.9.23 4:57 PM

    돌아가기 싫어하는 사람고양이 여기 하나있씁니다.^^

  • 쑥과마눌
    '18.9.24 2:10 AM

    저도 굳이 꽈를 따지자면, 고양이꽈!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3250 소통 도도/道導 2026.01.10 7 0
23249 제가 만든 졸업식 꽃다발이에요 4 스몰리바인 2026.01.08 683 0
23248 꽃다발 예시 1 천비화 2026.01.07 763 0
23247 결국 샀어요 12 냥냐옹 2026.01.06 7,635 0
23246 일출사진 하나만 골라주세요~~ 2 공간의식 2026.01.02 1,431 0
23245 고희를 시작하다 3 도도/道導 2026.01.02 712 0
23244 운명이 바뀐 누렁이, 도담이이야기 2 Sole0404 2026.01.01 865 0
23243 염좌 살려주세요 영이네 2026.01.01 678 0
23242 새해가 밝았습니다. 2 도도/道導 2026.01.01 251 0
23241 제 사무실에 통창문에 놀러오는 길냥이입니다. 5 김태선 2025.12.29 1,355 0
23240 메리 크리스마스~~ 하셨어요? ^^ 7 띠띠 2025.12.26 1,343 1
23239 이 캐리어 AS가능할까요 1 미요이 2025.12.26 782 0
23238 올리브 나무 구경하세요~ 61 초롱어멈 2025.12.25 7,656 2
23237 [공유]길 위에 태어났지만 우리의 이웃입니다.김혜경여사님 ver.. 3 베이글 2025.12.25 1,303 0
23236 다섯개의 촛불 2 도도/道導 2025.12.25 631 0
23235 카페에선 만난 강아지들 2 ll 2025.12.24 1,505 0
23234 Merry Christ mas 2 도도/道導 2025.12.24 874 1
23233 통 하나 들고.. 2 단비 2025.12.23 897 1
23232 여자인데, 남자 바지에 도전해보았어요 2 자바초코칩쿠키7 2025.12.22 1,854 1
23231 집에서 저당 카페라떼 쉽고 맛나게 만들기 1 자바초코칩쿠키7 2025.12.21 1,109 2
23230 무심한듯 시크하게 입으려면 남자코트에 도전해보세요. 7 자바초코칩쿠키7 2025.12.17 3,595 1
23229 미사역 1 유린 2025.12.16 940 0
23228 김치 자랑해요 ㅎㅎㅎ 19 늦바람 2025.12.14 4,091 0
23227 이 옷도 찾아주세요 1 상큼미소 2025.12.13 1,790 0
23226 이런 옷 좀 찾아주세요ㅜㅜ 2 노벰버11 2025.12.10 2,379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