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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고양이가 그리운 저녁

| 조회수 : 1,250 | 추천수 : 2
작성일 : 2018-09-23 08:02:29
다독이는 저녁  

                       정와연


집 나간 고양이가 돌아온
저녁을 다독인다
손바닥에 검은 때가 묻는다
그건 저녁 어스름을
한없이 돌아다녔던 흔적

종종 전봇대에 붙는 고양이들
밤이면 물살 같은 수염의 갸릉갸릉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흘러들었던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내 아이의 울음소리로 들리던 저녁
화들짝 나가 보니 내 발을 핥고 있다

먹고 자고를 며칠째 반복하더니
홀쭉한 배가 채워지고 제 모습을 찾아간다

나는 불을 켜지 않은 방으로
빈한하게 들이치는 어스름을 또 다독거린다
딸깍, 불을 켜면 집 근처를 서성이던 고양이들처럼
어스름은 후다닥 도망친다
가끔은 저녁이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스름을 묻히며 내려놓거나
포기하는 일을 고르는 저녁

돌아온 고양이 몸에
전에 보이지 않던 잿빛이 등을 타고 빠져나가고 있다
그것 다 안다 내 손으로 옮겨 온 것이라는 것을
잿빛 하늘에 별이 솟듯
저녁을 쓰담쓰담 다독이다 보면
손바닥에 별 뜨는 날 꼭 올 것이다
나를 다독이듯
고양이를 다독이는 저녁이다


정와연, 『네팔상회』, 천년의 시작, 2018, pp.20~21.




어릴 적 우리집엔 늘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의 이름은 늘 나비였고.


한옥이라 춥고, 

한옥이라 구멍이 많고

한옥이라 드나들기 편했던 

그 곳에서

나비는 

우리 등교길에 돌아 나가 

우리 하교길에 돌아 왔다


비릿비릿한 바람냄새가

우리 남매한테도 

우리 나비한테도 

나는 거 같았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인디블루
    '18.9.23 11:26 AM - 삭제된댓글

    시인의 시도
    원글님의 글도 시답습니다
    평화롭고 안도감이 느껴지는....

  • 쑥과마눌
    '18.9.24 2:08 AM

    다행입니다. 감사^^

  • 2. 고고
    '18.9.23 4:57 PM

    돌아가기 싫어하는 사람고양이 여기 하나있씁니다.^^

  • 쑥과마눌
    '18.9.24 2:10 AM

    저도 굳이 꽈를 따지자면, 고양이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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