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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이국적인 강아지

| 조회수 : 2,856 | 추천수 : 0
작성일 : 2013-08-08 11:38:43

어제 저녁 산책길에 주먹만한 강아지를 보았습니다.

고개너머 이웃마을앞을 지나가는데 낯선 강아지가 한마리 보이길래

<호오~고놈 눈이 참 이국적이네~> 하고 지나쳤습니다.

아주 어린 것이었어요. 3~4개월이나 되었을라나 체구도 쪼맨한 것이

재래종같아 보이는데 완전 토종은 아니고 스피츠인가 하고 다시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여튼 아내가  무슨종이냐고 물어보는데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아

우물쭈물하다가 한번 연구해보자 하고는 과제로 돌려버렸지요.

조상중에 말티즈도 있었던 거 같고 요키도 의심스러운데 좌우지간

우수한 2세를 배출하기위해 다양한 조상들이 고뇌하고 노력했음을 짐작케하는  넘이었습니다.

 

그런데 매일 이맘 때 산책하며 지나가는 이웃 마을에서 저렇게 눈이 매력적인 넘은 본 적이 없는지라

뉘집 강아지지? 유기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여름 휴가가 절정인 때라 어느 양심에 털난 사람이 지리산  계곡에 놀러왔다가

쓰레기와 함께 슬그머니 버리고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녀석이 우리를  쫄래쫄래 따라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엄마! 엄마! 저것이 왜 우릴 따라와? 어째? >하며 놀란 표정을 짓고,

 나는 <얏~안돼~저리~가~ 따라오면 안돼~>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런데도 녀석이 막무가내로 쭐래쭐래 따라 오길래

나는 이거 안되겠다 싶어 돌아서서  눈을 부라리며 으르릉댔습니다.

<얏! 안돼! 안돼!안돼!완돼!~꽥~>하고 허공에 주먹을 싸납게 휘둘렀더니

이 녀석이 그제야  상황을 감지했는지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얼음이되어 버렸습니다.

안됐기는 하지만 버려진 개를 길가에 보이는 대로 다 거두어 먹여줄 처지가 아닌지라

아내와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재빨리 이웃마을길을 지나치고 강둑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근데 그렇게 모질게 소리쳐놓고도 왜 뒤통수가 근질근질했을까요? 

저 어린 것이 무작정 따라와 집에까지 밀고 들어오면 내치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아내에게 만일 저넘이 집에까지 따라오면 어쩌지 하고 떠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내는 묵묵부답.

 머리 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싸우느라  답변할 처지가 아닌 모양이었습니다.

근데 뒤통수가 근질근질하다 못해 뒤에서 누가 자꾸 부르는 것같아 뒤돌아보니

놀랍게도 이녀석이 끈질기게 따라오고 있었는데 이제는 거리를 두고

멀찌감치 따라오고있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부모한테 혼난 어린 아이가   찔끔찔끔 눈치 살피며 따라오는 것처럼...

 

산골마을 마당 넓은 집에 살다보니 도시에 사는 친지들이 기르던 애완견을

길러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파트에서 도무지 못키우겠으니 제발 좀 키워줘~된장 바르지말고...)

그 부탁을 다 들어주었으면 지금쯤 우리집은 동물농장 아님 개판이 되었겠지만

딱 한번 남이 기르던  개가 병이 있는 것도 모르고 예쁘다고 받았다가

두 달만에 저세상 보내고는, 다시는 남이 기르던 개를 받아 키우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유기견을 거두어 키운 적도 없고요.

 

나는  미안하지만 저 넘을 따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걷던 강둑길을 벗어나 산기슭  논둑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논주인이 풀을 베지않아 뱀을 밟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위태롭게 따라오는 아내 걱정을 하면서도

나는 꼭 해야할 일을 하는 것처럼 그렇게 뺑소니를 치는데

우리가 논길을 벗어나서 다시 강둑길로 접어들 무렵엔 뒤돌아보니 

놀랍게도 이넘도 이미 논둑길에 중간정도 접어들어 이제는 노골적으로 쫒고 쫒기는 형국이 되어 버렸습니다.

상황이 안좋다는 확신이 들자 아내와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냅다 뛰기 시작했습니다.

( 따라오지마! 따라오지마! 니가 날 우째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내는 니를 받아줄 수 없응께...)

 

이제 오십을 넘긴 부부가 뛰면 얼마나 뛰겠습니까마는 하여튼

저녁먹고 배만지며 산책하다가 100미터 단거리를 두번 이어 달리고

우리 마을 입구에서  고바위 언덕길을 올라갈 때는

오래달리기로 다시 종목을 바꾸어가며 얼마나 내뺐는지

내가 은행을 털었어도 그만큼 빨리 달리지는 못했을겁니다.

(미안하다~ 이넘아~ 날 야속타 생각지 마라~

비록 다리가 짧아 날 이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정도 실력이면

어느 순진한 초딩을 따라잡거나 아님 어느 어리숙한 총각 따라붙이면

니는 충분히 좋은 가족 만날수 있을거라 내가 장담하니 부디 좋은 가족만나 잘 살거래이~)


 

쉐어그린 (sharegreen)

시골에서 농사짓기 시작한 지 13년입니다. 지리산 자연속에서 먹거리를 구해, 시골스런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곶감만든지 1..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프리스카
    '13.8.8 11:46 AM

    읽는 내내 내심 반전을 기다리며 그런데 끝이네요.
    또 만나면 받아주실 것 같은데요.

  • 쉐어그린
    '13.8.8 11:53 AM

    to be continued...ㅋㅋ

  • 프리스카
    '13.8.8 12:01 PM

    네, 안타까움이 갑자기 희망으로~

  • 2. still
    '13.8.8 5:03 PM

    오늘저녁에도 식사후 두분 오붓하니 손잡으시고 산책나가실꺼~죠?^^* 희망추가합니다!

    다양한 조상들이 고뇌하고 노력해서 탄생한 이국적인 눈을 가진 강아지야! 네얼굴 정말 보고싶구나~`

  • 3. 캔디
    '13.8.8 6:12 PM

    그 넘에게 이입되어 속이타네요 ㅋ

  • 4. 십년후
    '13.8.9 4:28 PM

    스피츠라니 참으로 오랜만에 들으니 반갑습니다.

  • 5. 유연
    '13.8.9 8:50 PM

    이국적인 눈망울 강아지를 기대하며 클릭했건만

    그 눈만울은 원글님만 보신거라는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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