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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빨랐지 그양반

| 조회수 : 2,020 | 추천수 : 15
작성일 : 2011-02-13 22:24:58



참 빨랐지 그 양반 / 이정록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

음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이름 석자 물어본 게 단데 말이여
그래서 저 남자가 날 퇴짜 놓는 구나 생각하고 있는 데 어서 타라는 거여
망설이고 있으니까 번쩍 안아서 태우더라고
뱃살이며 가슴이 출렁출렁하는데 처녓적에도 내가 좀 푸짐했거든
월산 뒷덜미로 몰고 가더니 밀밭에다 오토바이를 팽개치더라고
나갈길에 젖가슴이 치근대니까 피가 쏠렸던가봐
치마가 훌러덩 뒤집혀 얼굴을 덮더라고
그 순간 이게 이녁의 운명이구나 싶었지
부끄러워서 두 눈 꼭 감고 있었는 데 정말 빠르더라고
외마디 비명 한번에 끝장이 났다니까
꽃무늬 치마를 입은 게 다행이었지
풀물 핏물 찍어내며 훌쩍거리고 있으니까 먼 산에다 대고 그러는 거여
시집가려고 나온 거 아녔냐고
눈물 닦고 훔쳐보니까 불한당 같은 불곰 한마리가 이삭만 씹고 있더라니까
내 인생을 통째로 넘어뜨린 그 어마어마한 역사가 한순간에 끝장나다니
하늘이 밀밭처럼 노랗더라니까 내 맴무새가 꼭 누룩에 빠진 흰 쌀밥 같았지
얼마나 빨랐던지 그때까지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더라니까

죽을 때까지 그 버릇 못 고치고 갔어
덕분에 그양반 바람 한번 안 피었어
가정용도 안되는 걸 어디가서 상업적으로 써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


&&......
창비에서 나온 이라는 시집에 나온거.
일주일 중 가장 싫은 시간대 일요일 개콘 끝나는 시간에.........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wrtour
    '11.2.13 10:34 PM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노래를찾는사람들(82년 1집 엘범)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아쉬움이 쌓이는 소리
    내 마음 무거워지는 소리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리
    아버지가 돈버는 소리
    내 마음 안타까운 소리
    엿장수가 아이 부르는 소리
    아이들이 몰려드는 소리
    그러나 군침만 도는 소리
    두부장수 짤랑대는 소리
    가게 아줌마 동전세는 소리
    하루하루 지나가는 소리
    변함없이 들리는 소리
    이제는 다 가버린 소리
    들리던 소리도 들리지 않네
    그 어디서 울리고 있을까
    채석장에 돌 깨는 소리
    공사장에 불도저 소리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
    대포집에 술잔 들이는 소리
    취한 사람 젓가락 소리
    아쉬운 밤 깊어만 가는 소리
    빌딩가에 타이프 소리
    엘리베이터 올라가는 소리
    모두가 바쁜 그 소리
    새마을호 날아가는 소리
    자가용차 클락션 소리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소리

  • 2. 무아
    '11.2.13 10:43 PM

    그냥 웃지요...ㅎ ㅎ ㅎ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어디선가 봄이 오는 소리~~~~

  • 3. 들꽃
    '11.2.13 11:24 PM

    사랑함에 있어서도 속전속결~ㅎㅎㅎ
    정감있고 재밌는 글이네요^^

    저도 개콘은 가끔 봅니다.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좋아해요.
    한번이라도 더 웃을려구요^^

    가장 싫은 시간대지만 편안한 밤 되세요.

  • 4. intotheself
    '11.2.13 11:56 PM

    일요일 2시 반부터 11시 반까지 정말 참 바쁜 하루였네요.

    제겐 금요일이 휴일인 대신 토요일, 일요일이 바쁜 날이라서 지금 집에 들어와서

    한숨 돌리고 있는 중인데 오랫만에 듣는 노래가 잊고 있던 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감사,감사

  • 5. 안나돌리
    '11.2.14 1:05 AM

    전...월요일 시작한 지 벌써 1시간이 되었네요^^

    요즘 출퇴근하는 사람없어 밤낮이 바뀌었어요~~ㅠㅠ
    흥겨운 노랫소리에 잠이 더 달아났어요~~~!ㅎㅎ

  • 6. coco
    '11.2.14 3:19 AM

    위르투르님, 올려주신 시를 그냥 지나치기가 좀 거시기합니다. 젊은 시인들을 잘 몰라서 여성인지 남성인지도 몰라서 찾아보니 알려진 남성 시인인가 보네요. 그러고 보니 이 시가 좀 문제로 보여집니다. 시골의 늙으막한 할머님이 스스로 지으신 시라면 느껴볼 시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미 지은 이가 젊은 남성이 되면 저 시가 많이 다르게 해석될 수가 있거든요.

    늙은 할머님의 스스로의 목소리였다면 강간의 경험, 그리고 힘들었던 결혼생활, 그리고 그 남자가 가버린 후 시원섭섭한 가운데 그래도 바람은 없었다니까 하며 위안이라도 해보려는, 복잡한 삶의 내면을 할머니 입장에서 보여준 거라 읽을 수 있겠기도 한데요, 남성 작가의 입장에선, 여성 할머니의 목소리로 남성의 강간과 일반적인 남자 맘대로의 결혼생활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런 남자가 마치 깊이 사랑이라도 받았다는 식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여성이 겪는 폭력에 조금의 감수성도 없는 문제의 시인이라 보여질 수 있습니다. 다른 문제는 시골 할머니는 어떤 대우를 받아도 된다는 문제의 시각이 깔려있기도 하고요. 시골 할머니, 배운 것이 많이 않은 사람들이 격는 폭력을 폭력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시를 제대로 읽어내는 데는 문화적 투쟁이라는 것이 있어요. 젊거나 어리거나 늙거나 어떤 장애인이거나 보호받지 못하는 어떤 여성이라도 그들의 의사가 존중받고 그들이 몸이 그들 각자의 절과 같이 신성한 곳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물론 법적인 문제는 당연히 중요한 거고요! 이런 시가 젊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젊은 여자아이들에게 얼마나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 쓰고 보니 저는 아이러니도 시의 묘한 뒤짚기 효과도 모르는 한심하고 답답한 사람으로 피곤한 사람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회를 생각하면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백만번 낫다고 생각힙니다. 시를 올리신 위르투르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7. wrtour
    '11.2.15 1:26 AM

    무아님~
    들꽃님~
    인투님~
    하늘재님~
    안나님~
    코코님~~~
    늘 감사합니다.
    금주도 행복하시구요^^
    글고 음악은 82가 아닌 84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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