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여름 바지/문정희
여름 다 지나고 선선한 초가을날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보라색 여름바지 하나 사들고 돌아오며
벌써 차가운 후회가 바람처럼 숭숭
뼛속으로 스미어 옴을 느낀다
왜 나는 모든 것을 저지른 후에야 아는가
만져보고 난 후에야 뜨겁다고 깨닫는가
늘 화상을 입는가
사람들이 이미 겨울을 준비할 때
여름의 잔해에 가슴을 태우고
사랑을 떠나 보낸 후에야 사랑에 빠져
한생애를 가슴 치고 사는가
내 키보다 턱없이 긴 바지 단을 줄이며
내 어리석음을 가위로 잘라내며
애써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어 본다
누구나 정해진 궤도를 가는 건 아니지
돌발과 우연이 인생이기도 해
그러나 어느 가을날 하루가
더운 사랑으로 다시 뒤집힐 수 있을까
이 보라색 바지를 위해
무릎 아래까지 흰별들이 총총 나있는
보라색 여름바지를 입고 서서
홀로 낙엽지는 소리를 듣는다
숭숭 기어드는 차가운 바람소리를 듣는다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이맘때면 언제나 떠오르는 시
뭉크샤탐 |
조회수 : 1,456 |
추천수 : 49
작성일 : 2010-09-20 00: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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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뭉크샤탐
'10.9.20 12:26 AM모두 추석 명절 준비하신다고 분주한데 웬 시냐구요?
몸은 엄청 바쁘고 고단한데 머릿 속에는 에는 이 시가 내내 맴도네요2. crisp
'10.9.20 12:49 AM잘 읽고 갑니다.
3. 캐드펠
'10.9.20 2:30 AM살다 보면 그럴일이...
시 좋아서 몇번이나 읽어 봅니다^^4. pinkberry
'10.9.21 6:38 AM시..
좋네여~~
감사합니다^^5. 열무김치
'10.9.21 10:23 PM저보 시원한 여름 보라색 바지가 있는데 내일 한 번 마지막으로 입어 볼까요 ?
가을 장마로 여름 흔적은 찾아 볼 수도 없이 기온이 떨어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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