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그림은 샤갈의 The Birthday, 1915, oil on canvas 인데요.
샤갈의 그림을 보던 중 올렸습니다. 두사람이 현실세계와는 다르게 붕 떠 있는 느낌이
인상적입니다. 생일의 기쁨에서 일까요? 아무튼 특별한 날의 기분일까 싶으네요.)
제발 주말만은 인터넷에 손을 대지 말자는 가족들의 염원에
마지 못해 응하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조조타임의 '왕의 남자'를 보고 사직도서관과 정독도서관을
거쳐 코엑스의 미생물전을 둘러보고 집에 돌아오니
하루 해가 다 갔습니다.
게다가 미생물전 티켓을 가진 사람에 한해
기념사진을 촬영해 준다는 대열에 끼여 무려 한시간이나 기다려
찍고 나니 피곤이 물밀듯 밀려왔어요.
그러나 찍고나니 기다릴 때의 지루함이 약간은 만회되어
그래도 어렵사리 기다려 찍길 잘 했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사진엔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케릭터와 함께
미생물전 타이틀이 함께 나와 여러 포즈를 한꺼번에
담을 수 있고 아이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사실 늦동이(10년 터울)를 키우며 첫애 때와는 달리
그애에 대한 배려가 덜 되어 부부 편한 대로 하다 보니
부모로서 기념비적으로 내세울 만한 것을 별로 해준 게 없지요.
그러면서 둘째는 저절로 큰다고 하나 더 낳으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곤 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둘째 아이의 입장에선 손해가 적잖죠.
어제만 해도 그래요.
남편은 영화 끝나고 야외로 나가자며 툴툴거리고
저는 그곳은 언제고 다시 갈 수 있지만
자라는 아이는 시간에 한계가 있으며
특별전은 전시 기한이 있고
책읽기는 시간에 한정되니 일요일 이니면
애와 함께 도서관에 함께 갈 형편이 안 되니(거리상 집과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오늘 만큼은 애를 위해 배려하는 시간을 갖자고 말했지요.
그도 그에 수긍을 했는지 아무 대꾸없이 따랐어요.
그러다 결국 사단이 난 것은
긴 사진 줄을 기다리면서 중얼거리기 시작했어요.
그냥 가자구요.
불과 두세팀을 남겨놓은 상태인데 말이지요.
제가 한마디 했죠.
"젊은 아빠 노릇하기가 그렇게 쉬워요?"
그런 상황인지라 그때의 분위기를 짐작하실만 하죠?
마침내 낡은? 아빠 티를 낸 것이니까요.
솔직히 저도 똑같은 심정이었지만
정말로 그곳엔 유치원, 초등학교 부모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주지시켜 주고파 아이들에게 쏫는 정성은 대단했지요.
우리는 이미 한물간 사람들마냥 아이가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는지
그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고 그저 하루를 꼬박 애에게 봉사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려 통 새로움이 돋아나지 않는 마음을
저 자신이 읽으며 애에게 참 무성의 한 게 아닌 가 하는
반성이 들었답니다.
그건 아마도 꽤 오래 전에 첫애가 가져간 부모의 정성꾸러미가
아직 환원되지 않아서 일까요? 아니면 세월이 앗아간 무미건조한
그러려니 하는 태도. 즉, 그렇고 그런 박진감의 결여인지요?
그래도 애에게 시간 투자한 것에 대한 뿌듯함에
마음만은, 저를 위해 쓴 시간보다
의무감을 상쇄한 기분이었지요.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주말의 순례
반쪽이 |
조회수 : 897 |
추천수 : 16
작성일 : 2006-02-13 12: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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