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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부모님^_^*

| 조회수 : 1,392 | 추천수 : 11
작성일 : 2006-02-10 13:04:58

STA61727.JPG


 


그저께 눈 내리는 날 삼각산 산행을 하면서 또 작은 실수를 저질렀다.


전날 밤에 배낭을 꾸리는데 곁에서 아내가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그냥 방으로 들어가길래 난 뒷통수를 바라다만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고.


 


아침 눈 뜨자마자 베란다로 달려나가 밖을 내다보니 은세계!


얼마나 고대하던 눈이더냐?


부리나케 분단장 곱게하고 배낭을 주섬주섬 챙기는데 아내가 한 마디 거든다.


 


"안 갔으면 좋겠는데........."


"뭔 소리야? 이런 날 안가면 일 년 열두 달 언제 가누?"


 


"꼭 갈거야?"


"그럼~ 가야지! 날 부르는데..."


 


그래도 계속 잡고 싶은 건지 아님 위험하다 해서였는지 몰라도


"누가? 산이 당신을 부른다고? ㅋㅋㅋㅋ..."


웃음 반 비웃음 반이다.


 


STA61741.JPG


 


전철을 두번씩이나 갈아타고 구파발역 하차.


계속 앉아서 왔더니 엉덩이도 아프고 다리가 근질거려온다.


버스엔 제법 많은 등산객이 타서 비좁았지만 금방 내릴텐데..하면서


얕은 숨만 쉬면서 귀에 꽂은 엠피쓰리에 온 몸을 맡겼다.


마침 쟝 레드 패스의 '메기의 추억'이 흘러나오니 기분이 묘하다.


 


눈 내리는 날에 등산, 그리고 '메기의 추억'이라니....


 


1992년이었던가...


아마 그 쯤일게다.


부모님의 결혼 60주년을 맞아 친척분들만 초청하여


조촐하게 자하문밖 어느 음식점에서 회혼식(금강혼식이라고도 한다) 연회를


거의 다 끝내고 마지막으로 피아노 반주에 맞춰 그 '메기의 추억'을


함께 하신 모든 분들과 합창을 했던 기억이 불현듯 났기 때문이었다.


 


그 메기의추억은 당시 부모님 세대에선 널리 불리었던 노래중에 하나였고


노래방기기도 없었으니 그렇다고 악단을 불러서 쿵작대면서 시끄럽게 개최를


하자는 성향의 사람이 우리 형제 중엔 한 사람도 없었으니 그야말로 조용한 행사였다.


 


STA61742.JPG


 


이후 몇 년이 지나 아버지께서 먼저 타계하시고 마음이 울적하던 차에


그 노래 테이프를 하나 구입하여 운전하던 차안에서 들었는데 갑자기 왠 눈물이


앞을 가리는지 하마터면 사고날 뻔한 기억이 난 게 그 하나.


 


그 후 일 년쯤 지나 중앙일보에서 칼럼을 읽었다.


'메기의 추억은 뭐니 뭐니해도 쟝 레드패스의 노래가 최고지요'


칼럼의 필자가 잘 아는 어느 찻집에 갔는데 그 곳 주인이 하는 말이었단다.


그러면서 그 곡을 틀어주는데 앞에 앉았던 멋쟁이 노년의 신사 한 분이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는 얘기였다.


 


이제는 이미 고인이 되신 부모님께서는 생전에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셔서


남한의 이름 난 산은 아마 거의 다 섭렵을 하셨고, 1970년도 중반에 이미


칠순이 넘으신 연세에 지리산 종주를 하셨으니 난 명함도 못 내민다^^


 


또한 이렇게 눈 내리는 날엔 이젠 사라져버린(일부는 남아있지만) 교외선 열차를 타고


한 바퀴씩 돌고 귀가하셨던 기억이 새롭다.


낭만적이셨고 감수성이 두 분 모두 풍부하셨는데


아마도 이점을 내가 대물림 받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ㅎㅎㅎ


 


STA61753.JPG


 


어느새 싸락 눈이 내리는 산길을 오르면서 어서 빨리 멋진 설경에 취해보려는


욕심이 앞선 채, 멋진 산행을 마감하면서 국녕사 입구에서 아이젠을 벗어


배낭에 넣고 내려오던 중... 


그 것도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


갑자기 경사가 급하고 미끄러운 길을 만나 다시 꺼내어 신을까 하다가,


괜찮겠다 싶었는데, 왠걸.......


 


아차! 하는 순간에 뒤로 쿵~*^&($#^@^&!


꼬리뼈가 아프다~


며칠 또 고생 좀 해야겠다.


 


선친 말씀이 "항상 조심하라"였는데 또 사고쳤넹.......


STA61775.JPG


 


아까 오후 늦게 눈발이 많이도 내렸는데 내일도 산에 가면 멋질텐데...


 


오늘따라 유난히 부모님이 그립고 후회되는 하루였다.


아버지 어머니 보고싶습니다~


 


 방금 노래를 퍼다가 옮겨 놓았습니다~즐감하셔요^^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푸른하늘
    '06.2.10 3:23 PM

    어쩜 눈 사진 이렇게 실감나게 찍으셨어요? 사진에서 눈향기가 날 듯..
    눈도 즐겁고 음악도 너무 좋네요. 감사~

  • 2. 망구
    '06.2.11 1:09 AM

    님이 다녀오신 이 길을...혹 부모님께서도...지나오지 않으셨을까요????
    아마도 그러셨을것 같아요...
    왜...이 노래하고...클레멘타임인가??/(무식)...이노래는... 들으면 항상 뭉클하고...
    갑자기 기분이 우울해지네요...
    어쩌지요...
    이 하늘아래 부모님이 아무도 안계시다면...
    그 그리움을 어찌 달래야 할지.... 제발 그런날이 오지 않기를 빌어봅니다....

  • 3. 보배엄마
    '06.2.11 4:26 AM

    저희 친정아버지가 저 어렸을 적에 무릎에 앉히시고 불러주시던 노래입니다. (저희 아버지도 등산을 아주 좋아하셧죠. 요즘은 무릎도 좀 안좋으셔서 높은 곳으로 다니시지는 못하지만, 주말마다 사진기들도 하이킹 많이 다니신답니다.) 그때 배운 매기의 추억, 클래맨타인 같은 노래만 들으면 멀리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나네요. 제가 보배 낳고 키우면서 힘들었을 때마다 아기 안고 불렀던 노래도 이 노래랍니다. 친정아빠 보고 싶어요. 지난 여름 다녀가셨을 때, 짱짱하시던 기세도 많이 수구러지시고, 어깨도 많이 구부정해지시고... 70이 넘으신 연세에 아직은 건강하신 편이지만, 이렇게 타향만리 나와 사는 딸자식은 늘 마음이 불안불안 합니다. ㅠ.ㅠ

  • 4. 어부현종
    '06.2.11 5:22 AM

    가슴 아픈 사연이 많은사람이 이노래를 잘 부르지요
    박자야 어떻든 혼자 흥얼거리는노래
    오늘은 조업나가기전에 모처름 헤드폰끼고 들어봅니다
    봄날 흘러가는 강물을 굽어보며 강언덕위에서 바이올린으로 이노래 듣고싶은것이 소원중에 하나랍니다

  • 5. 포비쫑
    '06.2.11 9:33 AM

    부모님이라는 단어는
    항상 가슴속에 무언가를 갈망하게 만듭니다
    서글픈 가락때문인가요 눈물이나네요
    살아계시는 부모님이 더오래 건강하게 살아계시기를 빌어봅니다

  • 6. 젊은 할매
    '06.2.11 12:19 PM

    눈 풍경은 언제봐도 , 볼때마다 아름답군요, (매기의``````) 오래만에 들어보는 추억! 눈물 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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