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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여행의 기록 - 열두번째

| 조회수 : 1,080 | 추천수 : 14
작성일 : 2005-06-24 12:52:17
정말 오랜만에 올립니다. 기억하시는 분도 없겠지만요...^^;
귀국에 업무복귀에 정신 없는 바람에 한동안 통 들어와보질 못했어요.
이젠 한국생활도 슬슬 안정되어 가는 참에 마저 올려보려하는데, 보시는 분이 있으실까 모르겠네요..
잉카 트레일의 마지막날 오후의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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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픽추를 한 바퀴 둘러본 뒤, 가이드가 와이나 픽추에 가보고 싶은 사람은 지금 올라가야만 한댄다. 1시 이후에는 등산을 막는다고...
꽤 험한 길로,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고, 아샤, 라몬 나를 포함한 몇 명은 기어이 올라가겠다고 나섰고, 등산에 질린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마저 둘러보고 먼저 하산해서 나중에 아구아 칼리엔테스의 숙소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마추픽추 바로 앞에 보이는 작고 뾰족한 산이 바로 와이나 픽추. 케츄아 어로 '새로운 산'이라는 뜻이고, 정상 부근에 자그마한 유적이 있다. 저 정상에서 보는 경치가 정말 좋다고 들었기에, 3박 4일동안 했던 등산을 조금 더 연장시켰다. ^^;

와이나 픽추 입구는 막추피추 유적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데, 1시 이후로는 입장객을 통제한다. 입구에서는 역시 입장 시간과 이름을 적고 서명을 해야 하는데, 나올 때도 마찬가지로 시간과 서명을 기재해야 한다. 나올 때 서명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수색대가 출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입구를 통과한 뒤 이어지는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섞인 일반적인 산길..
'에게게...' 라고 픽 웃으며 룰루 랄라 걷다가, 와이나 픽추 초입에서 아침에 만났던 일본인과 우연히 마주쳤다. 아마도 이미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인듯 싶었다.
다시 만난 것도 인연인지라 서로 인사를 간단히 나누고, 와이나 픽추가 어땠냐고 물으니 하는 말이..
"경치는 정말 좋지만, 저 위, 정말 위험하니까 조심하세요..." 랜다.

조금 쫄아서 계속 걸어가자, 길이 점점 좁아지고,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한다.
오후의 집합 시간도 있고 해서, 속도를 좀 올리자, 그 동안의 피로가 쌓인 온 몸이 비명을 지른다. 한 20분쯤 지난 뒤에는.. 붙잡고 올라갈 수 있도록 길(..이라고 부를 수 있으려나..) 와이어가 좍 쳐져 있는 곳이 중간중간 나타난다. 그 와이어를 붙들고 기어오르듯 좁은 계단을 올라갔다.
"뭐, 이 정도야 올라갈 만하지.." 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내려오는 사람마다,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격려해주지만, 그 조금은 한참 전에 지난 것만 같았다.

앞서 가는 라몬은 흐르는 땀에 겉옷을 벗어 허리에 질끈 묶었고, 나도 사진 따위 찍을 여유도 없이 묵묵히 올라갔다.



드디어 정상 부근의 유적 하부에 도달했다. 역시 계단식 밭이 늘어서 있고, 그 옆에 좁은 계단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걸 계단이라고 만든거냐?
60도 이상은 족히 되어 보이는 경사에 내 발 폭보다도 좁은 계단이 줄줄.. 이건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 계단을 붙들고 기어 올라가야 할 판이다.
아래쪽을 보지 않으려 애써 고개를 위로 들어도 경사가 아찔하니, 도대체가 눈 둘 곳을 못찾겠다. 고소공포증도 없는 편인데..


올라가다가 건물이 있는 곳에서 잠시 한숨 돌리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까마득하게 우루밤바 강이 보인다.


드디어 위험한 길을 지나서, 도착! 뒤에 사람들이 서 있는 곳이 바로 정상.


정상에서 내려다 본 마추픽추


하얗게 보이는 선이 바로 우리가 거쳐온 잉카의 길 '까미노 잉카', 산 가운데 움푹 파인 곳이 '태양의 문'이다. 저 너머 잉카의 길이 쭈욱 펼쳐져 있고, 거길 지나쳐 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다


구불구불한 저 길이 기차역이 있는 아구아 칼리엔테스와 마추픽추를 이어준다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경사가 급해서 조금 무섭긴 했지만, 위에서 보는 경치는 이제까지 고생한 보람이 있다. 멀리 산너머까지 까미노 잉카가 보이고, 바로 아래에는 우루밤바 강이, 그 너머로는 굽이굽이 안데스가 펼쳐진다.

좀 더 멀리 가 보면, 아마존과 그 정글이 있겠지...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다짐한다.

옆을 보니, 라몬이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댄다. 사진에 조예가 있는 듯, 그의 카메라는 꽤 비싸 보이는 수동. 아샤도 그 형제들도, 모두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의견 일치.

조금 더 정상에 머무르다가, 약속 시간에 맞추기 위해 아쉬운 맘을 달래며 하산을 했다.
내려오다가 만난 사람들에겐 우리도 "얼마 안 남았으니 힘내라" 라고 말해주었다^^

마추픽추까지 날 듯이 내려와서, 마지막으로 유적을 한 바퀴 더 돌고 보니, 다른 일행들이 보이질 않는다. 어차피 숙소에서 만날 사람들이니 뭐, 별 일 없겠지.

마추픽추 입구의 짐 보관소에서 배낭을 찾고, 아구아 칼리엔테스 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구아 칼리엔테스는 아까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버스로 약 30분 정도 걸리고, 이곳에서 마지막 식사를 한 뒤,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며, 쿠스코로 돌아가게 된다. 옵션으로 아구아 칼리엔테스에 있는 호텔에 하루 더 머물고 온천을 하고 갈 수도 있지만, 내일 아침 비행기로 리마에 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 저녁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눌님
    '05.6.24 2:43 PM

    정말 오랬만이네요
    여행기잘읽고 있었는데 어느날 뚝끊겨서 궁금했는데 ,,,,
    생활이 안정되어가신다니 반갑네요

  • 2. 수국
    '05.6.24 8:39 PM

    첫비행님
    반갑습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목이 2cm는 늘었나 봅니다.
    잊지 않으시고 계속 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3. 신혜원
    '05.6.25 2:42 PM

    앗..정말 부럽습니다.
    남미여행을 꿈꾸고 있지만 워낙 비행시간도 길고 경비도 많이 들고 체력도 필요할것 같아 꿈만 꾸고 있네요. 3년안에 가려는게 목표랍니다. 여행기 계속 올려주세요. 열심히 읽으며 준비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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