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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후회

| 조회수 : 2,821 | 추천수 : 2
작성일 : 2018-10-27 01:39:53

뼈아픈 후회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이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뿐


  - 황지우, <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성사







자유게시판에 어떤 분이 찾으시던 시

제목마저 너무한

뼈 아픈 후회

뼈 때리는 시



그러나, 어쩌랴

사는 건

오고 가는 실패속에

커져 가는 폐허를

가꾸고 또 가꾸는 것



지른 불 또,지르고

엎지른 물 또, 엎지르고

미끄러진 데 또, 자빠지며

오지고 지린..

지리다 오진..



그래도,

꽃은 피어 나더라

쓰레기통에 피어도

꽃은 꽃



#한줄요약 #사랑하지 않아도, 어차피 폐허인 것을요 #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고
    '18.10.27 1:58 PM

    폐허 가운데 서 있는 오늘~~^^

  • 쑥과마눌
    '18.10.28 1:24 AM

    감사해요. 고고님
    잦은 시 포스팅이 불편하다는 언급을 들어, 고고님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저보다 더 잦게 포스팅 해 주셔요~ 화이팅!ㅎㅎ

  • 2. 자수정2
    '18.10.27 8:22 PM

    ㅋㅋ 쑥 언니 사설이 더 멋집니다.

  • 쑥과마눌
    '18.10.28 1:55 AM

    ㅋㅋ 설마..요..그래도 감사^^

  • 3. 우리탱고
    '18.10.29 8:18 AM

    간만에 한자한자 아껴가며 읽은 시였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내안의 뜨겁던 고열도 점점 식어가는 것이 느껴지네요. 슬퍼해야 하는건지, 안도해야 하는건지.... ^^.

  • 쑥과마눌
    '18.10.29 11:20 PM

    슬퍼도 하고, 안도도 하고, 기뻐도 하고, 인정하면서 사는 게지유^^

  • 4. rosebud41
    '18.10.29 12:39 PM

    쑥언니
    시와 사설의 경계인 사자마저도 예술입니다
    사람도 고양이도 강아지도 모두
    저마다 뼈아픈 후회 한자락 품고있는 것 같은 어깨들을
    하고선 나라히~~

  • 쑥과마눌
    '18.10.29 11:21 PM

    저 사진 또한 예술이지요 ㅎ

  • 5. rosebud41
    '18.10.29 12:40 PM

    사자 - 사진
    나라히 - 나란히
    손가락에 살이 쪄서 자꾸 오타가 ㅜ

  • 6. Harmony
    '18.11.1 6:38 AM

    키아누 리브스이군요.
    가슴아픈 사진이면서도

    옆에
    친구들? 출연으로
    쪼끔 해학적사진이 되야부렸어요. ^^

    어쨋거나
    키아누의 슬픔이 여기까지 전해오는군요.
    늘 시보다는
    쑥님의 사설이 더 멋지다는~

  • 쑥과마눌
    '18.11.2 1:05 AM

    키에누 리브스는 짠한 미남이예요

    인생은 웃긴데 짠한..그런 거 같고요

  • 7. 시랑
    '18.12.3 2:32 PM - 삭제된댓글

    사설도 시 같군요!

    가끔
    다 먹은 음료수병에 무심히 꽂아놓은 꽃처럼
    일상속의 위로가 있네요

    자게에 자주 들락 거리다
    줌인줌아웃에 오니 호젓한 길을 산책하는 기분이라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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