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 삶의 파도

가을비 조회수 : 2,911
작성일 : 2011-10-15 21:24:57

아이는 학교에 가고, 토요일인 오늘, 저는 회사에 출근하는 날이 아니어서, 오랫만에 집청소를 했습니다.

침대매트리스도 탁탁 털어 세워놓고 이불도 다 볕에 말리고, 재활용쓰레기도 버리고, 걸레도 빨아 구석구석 닦아내고,

유리창들도 닦아내고, 냉장고위도 닦아내다보니, 백원짜리 일곱개가 있더군요. 벌써 연필도 몇자루씩 주웠고요.

활짝 열어놓은 창문들과 현관문사이로 넘실대는 바람의 물결들이 가을 그대로네요.

 

설겆이가 끝난 그릇들이 소독기안에서 바짝 말라가는 토요일 오전...

커피한잔을 하면서 의자에 앉아 창문밖 세상을 바라보니, 주홍으로 물든 앞산이 부드럽게 누워있는 모습앞에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삶은 파도가 만장이나 되는 삶인것 같았거든요.

전 어떤 직장을 가던지 제가 제일 일을 많이해요.

예전에 정형외과에서 근무할때에도, 소독돌리고, 비품만들고 정리하고 등등의 일들을 상대적으로 제가 더 많이 했고, 친구관계역시, 폭넓지가 못한데다가, 그마저도 제쪽에서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해왔었어요.

그런데 이상한건 어딜가던, 똑같은 일을 해도, 제가 더많이 하게되고 제가 더 윗사람들에게 짜증을 많이 받는편이에요.

왜 그런걸까요?

이제 내일만 지나고, 월요일이 오면 아파트단지내 가정어린이집에 보육교사로 근무한지 한달입니다. 첫월급도 받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많이 혼났고, 많이 꾸중을 들었습니다.

옆 선생님들은 서로 잡담도 하고, 핸드폰도 서로 보여주며 살짝살짝 쉬기도 하는데 저만 어린이집에서 일을 거의도맡아 하는것같이 어깨가 힘듭니다.

아이들이 워낙 어리고 걷는다해도 비뚤비뚤 걷기때문에, 사고가 날까봐 한시도 눈을 떼지못합니다.

선생님들은 방에 들어가 아이도 재워가면서 서로 잡담도 하는데 저만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말해주고, 안아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눈물이 글썽글썽해지고 혼자된것같고..

 

너무 힘들고 많이 혼나고 게다가 평가인증을 앞두고 있어서 모두가 예민해진 상태라, 갑자기 아이가 우는 소리가 난다거나, 하면 곧바로 원장님이 저를 부르면서 짜증을 부려요.

임선생! 뭐하는거야, 왜 울어!~

금요일인 어제, 비가 추적추적..

베란다난간엔 벌써 빗방울들이 동글동글 매달려있는데 세시반정도쯤 되자, 아기들 몇이 찡얼대더라구요.

제 곁에 선생님들은 아이들 자는 방에 들어가 계시고 거실엔 제가 혼자.. 원장님은 그 부근 책상옆에서 서류에 정신없고 주방선생님은 간식 끝난것 치우는 소리외에는 오랫만에 조용하더라구요/

조용하면 혼날까봐, 얼른 아이들과 놀아줬어요. 말도못하는 아이들이 엄마를 찾고 울길래.

얘들아, 오늘 비가 왔나보다. 어머, 빗방울이 똑똑똑 창문을 두드렸어요, 똑똑똑.. 들어오라고 할까요? 네, 들어오세요..

라고 해볼까? 손흔들어볼까,우리?

여덥시 아침출근부터 아이들 뒷처리에, 또 눈맞추며 대화하기에.. 그러고도 계속 혼나고..

마음이 울적해서 오후 네시 퇴근무렵이면 마음도 몸도 후줄근.. 그 몸으로 아파트단지내 앙상한 나무들 사이를 걸어오면

슬픔..집엔 아이혼자 기다림.

IP : 124.195.xxx.4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플럼스카페
    '11.10.16 12:31 PM (122.32.xxx.11)

    저희 둘째가 4살에 처음 간 어린이집에 4살 처음반 선생님이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서 갓 취업한 지금 제 나이쯤 되는 아줌마 선생님이었어요.
    다른 엄마들은 그때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내심 더 반갑고 좋았어요.
    다들 미혼의 젊은 선생님들이었는데 그 틈에서 갓 부임한 교사로서 또 경력은 더 많은
    아가씨들 틈 사이에서 고군분투 하시는게 보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원글님 쓰신 것처럼
    늘 일만 하시는 듯 보였네요. 그 분은 지금 당신 집에서 가정 어린이집을 차리셨어요.
    글 사이 사이 갓 시작한 직장에 대한 고달픔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좋은 선생님이실 것도 같고요.
    또 아이 엄마니깐 당연히 아이에 대한 고민도 행간에 다 묻어나네요.

    집청소 묘사하신 부분이 청신인 듯, 상쾌하여 마치 저희집이 그런 거 같아
    상쾌하게 읽었습니다.
    또 내일이면 월요일이네요. 힘 내시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3113 초등6학년아들 인터넷강의신청하려고요^^ 2 인강사이트추.. 2011/10/28 2,909
33112 부대찌개에 치즈를.. 3 2011/10/28 2,993
33111 백화점에서 오쿠 보신 분 계신가요? 3 오쿠 2011/10/28 2,532
33110 수세미효소 만들어보신분... 4 은새엄마 2011/10/28 2,708
33109 노무현 정권은 정권 잡아서 국민 위한 정책이 뭐가 있어요? 7 노짱각하. 2011/10/28 2,255
33108 일본방사능,알려진것보다 심각하다는 기사났네요.. 4 울나라는?ㅠ.. 2011/10/28 4,307
33107 한나라당 당명 개명 검토 30 코메디 2011/10/28 3,791
33106 지금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당장 해야 할 일은 6 ㅡㅡ 2011/10/28 2,881
33105 하이킥 좀 무리수인거 같네요 7 2011/10/28 4,777
33104 사람에게 마음 다치고 8 우울하네요 2011/10/28 4,345
33103 정말로 ....한번만이라도 말싸움을 이겨보고 싶어요.. 5 말싸움 2011/10/28 3,496
33102 압력솥 매일쓰면 고무패킹 수명이 얼마나 될까요? 6 칙칙 2011/10/28 4,222
33101 조중동이 감춘 영국 방문한 노짱 사진 20 ........ 2011/10/28 4,926
33100 검도에서 가검에 새길 한자문구추천해주세요. 3 써니후니 2011/10/28 3,068
33099 모든게 다 완벽할 수는 없나 보네요.. 답답한 마음.. 4 지병 2011/10/28 3,616
33098 국제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 "한미 FTA, 감춰진 치명적 불평.. 5 뭐가노짱모독.. 2011/10/28 3,669
33097 사과 자른후에 갈변 안되게 하는 확!! 실한 방법 좀 전수해주세.. 6 사과 2011/10/28 4,844
33096 (내용지웁니다) 임신사실을 양가 부모님께 알려야 하나요? 65 임신사실 2011/10/28 8,636
33095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재(수학) 3 뭐있을까요?.. 2011/10/28 3,008
33094 속상하고 짜증나고 그럴 때 어떻게 푸세요??ㅠㅠ 소소한 이야.. 2011/10/28 3,162
33093 FTA가 이 정도일 줄이야... 20 FTA반대 2011/10/28 4,376
33092 갤럭시 S와 S2...차이가 많이 있을까요? 7 ... 2011/10/28 3,616
33091 터키 지진 성금 모금 안하나요? 8 당근 2011/10/28 3,368
33090 아들하구 치킨시켜서 먹으면서~ 사과짱 2011/10/28 3,397
33089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하신 교수가 고려대 교수인가요? 3 존칭생략 2011/10/28 4,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