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파병 논의는 사기극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국의 중동 파병을 협박하는 상황이다. 이런 파병 논의는 과거 1960년대말 박정희 정권의 베트남 파병,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시의 이라크 파병 등 전투병 파병을 다루던 모습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보통 미국의 한국에 대한 전투병 파병 요청은 비공개로 하여, 파병국이 주권적으로 결정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상례다. 예컨대 베트남 파병의 경우는 미국의 파병 요청이 먼저였는지, 한국의 파병 결정이 먼저였는지 거의 60년 간 논란이다. 미국의 공식적인 파병 요청이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도 미국의 파병 요청이 공개되지 않다가 막상 전투병 파병에 대한 국회 동의안 제출 단계에야 노무현 정부가 이를 공론화했다. 적어도 미국은 한국 정부의 결정에 기다려줄 줄 알았다. 이것이 기본적인 예의이자, 파병을 결정하는 외교적 상례다.
그런데 이번에는 트럼프가 미국 언론에 공개적으로 한국에 파병을 협박하며 “기억하겠다”는 협박성 말을 최소 다섯 번 내뱉었고, 한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내용도 일방적으로 공개하였다. 즉 미국은 힘으로 한국을 밀어붙여 파병을 강제하겠다는 협박을 한 것이지, 한국에 정중하게 파병을 요청하거나 합의한 것이 아니다. 이 점에서 과거 미국을 지원하는 해외 파병의 일반적 프로토클에서 벗어난 트럼프의 일탈적 망언에 우리가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일 경우, 이는 심각한 외교적 후유증이 예상된다. 게다가 격식을 제대로 갖춘 파병 요청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응해야 할 의무도 없다. 아니 응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런 협박에 응할 경우 국제사회는 “한국을 미국의 속국”이라며 비웃을 것이다. “중견국가가 그 정도 줏대도 없냐”며 탄식할 것이다. 특히 미국의 집요한 요청에도 파병하지 않고 버텨온 영국이나 일본과 같은 미국의 최고 동맹국들이 한국을 비웃을 것이다. 그렇게 미국 옆에 서기를 앙망하는 다카이치 일본 총리마저도 트럼프 면전에서 파병을 거절했다. 그런데 왜 이재명 대통령이?
설령 트럼프의 강압에 못이겨 우리가 약간의 해군 전력을 파견했다 치자. 트럼프가 고마워할 것인가. 지금까지 한국을 거칠게 다뤄온 그의 행태로볼 때 그럴 리가 없다. 군수지원함과 해상초계기 정도로는 절대 만족할 트럼프가 아니다. 오히려 “왜 이것밖에 안되느냐”며 한쪽으로는 추가로 청구서를 보내오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이 공식적으로 참전했다”며, 일종의 ‘발 담그기 전략’으로 한국을 유인할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협박에 한국이 굴복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더 많튼 협박과 린치를 가할 것이다. 한 번 협박이 통하면 더 많은 협박을 하게 되어 있다. 미군의 해군 전력은 지금 거의 파산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은 연안 전투 능력이 없고, 기뢰 제거도 못한다. 이걸 우리더러 해달라는 심보다. 이렇게 파병해 준다고 관세협상에서 한국에 뭘 배려할 가능성도 없다. 다만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같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북한을 억제하는 전력이 아니라 중국을 억제하는 전력이다. 줄이면 미국 손해다.
그러면 우리 해군은 이란의 드론 공격 능력에 대응할 수 있나? 적어도 내 지식으로는 우리 군수지원함은 이란의 기뢰와 드론 위협에 대비할 수 없다. 우리 해군은 생소한 지형과 환경에서 이런 전투를 준비를 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호르무즈 해협 외곽에서 정찰 활동이나 군수지원에 도움을 주는 것인데, 이 정도로 미국이 만족해 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비전투 전력은 미국이 고마워하지 않으니 파병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전투 전력은 전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파병할 수 없는 것이다.
청와대가 여론 동향을 또보기 위해 파병 검토를 언론에 흘린 것이라면, 시민 사회는 명확히 답해야 한다. 트럼프의 요청이기 때문에 더더욱 응할 수 없다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