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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발 날리는 산 위에서 모르는 사람과 족발 뜯던 기억

.. 조회수 : 3,469
작성일 : 2026-07-23 21:14:57

지금으로부터 30년전이었나보다. 

주말마다 전국의 산을 등반하는것에 취미를 붙였던 때가 있었다.

직장 동료 한명 꼬셔서 등산동호회를 따라다녔었다. 주로 40~50대 분들이 많았고 우리는 굉장히 젊은 편이었다. 

아마도 내장산등반 할때였던것 같은데 .. 

친구와 좀 떨어져서 올라가다가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는 상황이었다.

근데 문제는 조금 늦은 가을이었던것으로 기억나는데 싸리눈같은것이 내리고 있었고 결정적으로 나는 먹을것을 전혀 챙기지 않은 상태였다. 친구 배낭에 다 들어있었기때문에...

한기와 함께 격렬한 허기도 같이 몰려오는 상황. 갑자기 발을 내딛으면 달달달 떨리는 저혈당 상태가 되어버린것..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었고 너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거의 산 정상에 가까왔기에 다시 내려갈수 있는 체력이 없는 상태였다.

한참을 멍하니 그곳에 서있었다. 

저 멀리서 어떤 아저씨가 보였다. 처음보는 아저씨지만 너무나 반갑게 달려가서 말했다

"아저씨. 혹시 먹을것 좀 있으세요? 제가 아무것도 없어서 도저히 못내려갈것 같아요"

나는 원래 극 내향인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용기가... 생겼는지

아저씨는 아무말도 없이 배낭을 열어 락앤락에 들어있던 족발을 꺼내주셨다.

새우젓도 조용히 옆에 놔두셨는데 원래 나는 족발을 싫어했다.아니 별로 먹어볼일이 없었다.

근데 그날 그 추운날 눈발 날리는 그 산위에서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주저앉아서 뜯던 그 족발은 인생족발이었다.

너무 신기하게도 허기가 가시니 손떨림도 바로 없어지고 고마운마음에 그 아저씨가 묻는 말에 정말 성심성의껏 대답을 다하고 마치 극 E 성향의 사람처럼 나불나불 어색한 시간을 메꾸며 내려왔었다. 

 

유튜브 보다가 족발이 나오길래 생각나서 써봤다. 벌써 30년이네.... 아이구 시간 참...

IP : 58.121.xxx.113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하
    '26.7.23 9:20 PM (218.155.xxx.173)

    재밌게 읽었어요
    원글님한테 영원히 기억될것 같은 일이네요

  • 2. ..
    '26.7.23 9:21 PM (220.118.xxx.37)

    당뇨진단 받기 전 난생 처음 저혈당현상이 삼성동 뒷산에 오를 때 나타났어요. 손발이 달달 떨리고 어지럽고 도저히 오도가도 못하겠는.. 그때까지 뭘 싸들고 다니던 적이 없어서 물 한병 있었죠. 할 수 없이 주위 바위에 올라앉아 펼치고 먹고있던 데이트남녀에게 다가가 먹을 것 좀 달라고 했죠. 선뜻 떡 한 덩이 포장된 것을 주더라고요. 돌아와 앉아 반쯤 먹으니 제 정신이 나더군요. 너무 고마워서 다시 가서 배꼽인사. 그리고 내려왔어요.
    이후 여행을 가거나 특히 외국여행에서는 아침에 반드시 작은 초콜릿, 사탕, 짜먹는 홍삼 이런 것들을 챙겨요.

  • 3. 히어리
    '26.7.23 9:27 PM (222.106.xxx.65)

    ㅋ 저도 산을 몇십년 다닌 사람으로써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쌓인 에피소드가 밤 새워 이야기 해도
    모자라지요.
    요즘은 추억을 더듬으며 살고
    나이를 먹다보니
    산행은 젊은 날 마냥은 못하지만
    그래도 체력이 가능하면 가고 있습니다.
    님의 글을 보니 그냥 못지나가고 참전 했습니다.

  • 4. ㅎㅎ
    '26.7.23 9:31 PM (119.56.xxx.123)

    재밌는 에피소드네요. 윗님 다음 기회에라도 그 에피소드 좀 풀어주세요. 넘 재밌을듯요.

  • 5. ......
    '26.7.23 9:33 PM (14.52.xxx.19)

    산에서 당떨어지고 봉크나면 진짜 죽어요..

    그 족발 안먹었으면 다리 후들거리다가 실족해서 저체온으로 죽을수도 있었겠네요.

    그때 뇌에서 님을 살려야겠다 강한 호르몬이 나와서 I라도 염치없이 먹을거 달라고 하게 만드는
    명령을 했을거에요..

    옛날에는 다 그렇게 살았어요.

  • 6. ....
    '26.7.23 9:35 PM (39.7.xxx.100)

    새우젓까지 챙겨오시고 기꺼이 내어주시다니..감동! ㅎㅎ
    재미밌게 잘 읽었습니다.

  • 7. 차가운
    '26.7.23 9:52 PM (175.127.xxx.213)

    족발 더 맛있었겠네요

  • 8. ㅇㅁ
    '26.7.23 10:08 PM (222.233.xxx.216)

    제목부터 빵 터졌어요 너무너무 재밌네요

  • 9. ...
    '26.7.23 10:57 PM (112.148.xxx.119)

    남편이 당뇨라 가끔씩 외출했다가 저혈당 온다고
    뭘 막 허겁지겁 먹을 때가 있는데
    진짜 거지 같아요.
    식탐이나 연기와는 차원이 다름.
    아저씨도 바로 사태 파악 하셨을 듯

  • 10. .....
    '26.7.23 11:15 PM (110.10.xxx.12)

    ㅋㅋㅋㅋㅋㅋ 웃겨요

  • 11. ......
    '26.7.23 11:16 PM (110.10.xxx.12)


    112님은 참 뭔가 사람을 기분나쁘게하는 재주를 지니셨을듯
    같은 말이라도 거지가뭐요거지가

  • 12. ㅋㅋㅋ
    '26.7.24 12:11 AM (121.182.xxx.205)

    재밌게 읽었어요 ㅋㅋㅋㅋㅋ

  • 13. 그러게요
    '26.7.24 2:45 AM (172.114.xxx.98)

    저기 윗분
    남편에 대한 측은지심이 너무 없어보여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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