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을 좋아한다
들에 풀 한포기
산에 넝쿨 줄기
흔하게 핀 야생화
그 하나 하나 감상하고 느끼는 걸 좋아한다
자연을 좋아하고 식물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식물을 사서
집안에 놓고 기를 만큼의
에너지와 관심이 큰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어느날 버려진 식물이 눈에 들어오고
방치되어 곧 버려질 식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직은 죽지 않은,
웬지 조금 관심을 주면 살아날 것만 같은
식물이 눈에 들어오면서
외면하기 힘들어졌고
그런 나에게
버려진 식물이 자주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해서
데려와 물꽂이를 하고
뿌리를 내리고
적당히 혼합한 흙에 심어
잘 적응하여 성장해
반짝이는 잎으로 싱그럽게
잘 커가고 있는 식물이 제법 된다.
집에 있는 식물 80%가
대부분 버려진 식물이나
버리려는 식물을 데려온 것들인데
나는 맹세코
이렇게까지 식물과 화분을 늘릴 정도로
식물에 대한 애정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왜이렇게 됐을까
몇달전 누군가 버린
부러진 만냥금 가지를
몇개 가져와 물꽂이를 했더니
하얀 수염처럼 뿌리가 길게 자라는게
기특해서
한번씩 줄기와 잎에 물 샤워를 시키고
물꽂이 병을 씻고 물을 갈아주는데
어느날
물샤워를 시키며
나도 모르게 만냥금에게
어쩌고 저쩌고 말을 했더니
뒤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이제는 나무하고도 대화하냐며
재밌다는 듯 한마디 한다.
아.. 어쩌면 좋지
자꾸 이러면 안돼는데
식물을 더 늘리고 싶지도 않고
화분을 자꾸 사고 싶지도 않은데
왜 자꾸 내 눈에 버려진 식물이 보이는거지
난 식집사를 할 수 있는 깜냥이 아니다
그러니 더이상 내 눈에 버려진 식물이
안보였음 좋겠다
보이지 마라...보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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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겨울이라 버려진 식물이 뜸할때라 그럴까요?
갑자기
사고 싶은.. 식물 하나가 생겼어요.
오늘만 잘 견디면 이 마음이 좀 사그라 들겠죠? ㅡ.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