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퇴직백수의 하루

.. 조회수 : 4,421
작성일 : 2025-12-09 00:33:45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스트레스와 함께 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어깨통증과 목디스크를 훈장처럼 받아서 퇴직했습니다. 아들도 남편도 멀리 있어서 저 혼자 집에 칩거하고 있습니다.

첫날아침에는 한대 얻어맞은 느낌으로... 이 무지막지한 시간들을 어떻게 나혼자 소비하나..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갈곳이 없다는것이 ... 가슴 한곳이 뭔가에 쓸려내려간듯 허전하더라구요.

입사와 더불어 늘 꿈꾸던 퇴직이었는데 막상 혼자서 맞이하기엔 좀 얼떨떨 했습니다.

좋은 점이 있다면 오래 자는것. 물론 목디스크때문에 푹 자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새벽 6시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추운날 따뜻한 이불속에 있어도 되는것이 진짜 좋은 점이죠.

그리고 싫은거 안해도 되는 삶에 가까워진거... 억지로 맞춰주지 않아도 되고 싫은 사람 안만나도 되는것이 장점이자 좋은사람 못보는건 단점이겠죠.

남이 해준 밥을 먹고 살다가 한끼한끼 챙겨먹어야하는것 그것도 영양까지 생각해서 챙기는건 참 귀찮은 일이나 그 건강을 챙길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건 또 장점입니다.

운동도 처음엔 억지로라도 밖에나가 걸었는데 요즘은 실내자전거와 어깨 운동기 가져다놓고 진짜 죽기살기로 하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아무것도 안했는데 그냥 흘러가더라구요. 

원래같으면 이렇게 시간 허비한 내가 한심해서 뭐라도 하려고 했을텐데 지금의 나는... 음...

먼 여행중에 지친 몸과 다리를 쉬어가느라 잠시 걸터앉아 멍때리면서 충전하고 있는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다그치는 자신에게 조용히 이야기해줍니다.

지금은 쉬는시간이야. 잠시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고 몸을 추스리면서 조용히 생각해봐. 너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네가 뭘 좋아했었는지.. 그래서 너는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고싶은지... 뭔가 하고 싶어진다면 그때 해도 되는거야..

내가 내자신에게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습니다.

너무 쉼없이 살아온 지난날에 나도모르게 익숙해져서 쉬는 법을 잃어버린 나에게 쉬어도 된다. 쉬어도 된다.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 계속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나는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너무 너무 행복합니다.

IP : 58.121.xxx.113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으네요
    '25.12.9 12:39 AM (211.58.xxx.57) - 삭제된댓글

    제가 꿈꾸는 삶을 살고 계시네요
    아무것도 안하신다고 하면서도 운동도 하시고..
    진짜 삶이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보시고 또 니 게시판에 내용 올려주시면 좋을거 같아요

  • 2. 좋으네요
    '25.12.9 12:40 AM (211.58.xxx.57) - 삭제된댓글

    이 게시판인데.. 오타네요

  • 3. 아주
    '25.12.9 12:41 AM (216.147.xxx.173)

    아주 귀하고 좋은 시간 보내시고 계시는 것 같아요. 전 번아웃 왔을때 못쉬어서 이후 하향선타며 꼬꾸라진 느낌에요. 쉬었다면 제 성격상 전 더 날랐을 것 같은데. 암튼, 쉴때 푹 쉬세요.

  • 4. ..
    '25.12.9 1:26 AM (172.59.xxx.18)

    건강 이유로 퇴직하셨지만, 다시 복귀하지 않으실거라면 잘 적응하시고 잘 누리세요~ 부러워요!!!

  • 5.
    '25.12.9 1:34 AM (118.235.xxx.41)

    너무 귀한 백수의 시간이네요
    갑자기 쉬고있는 시간이 적응이 안되겠지만 넘넘 행복한 시간이 될거에요
    뜻뜻한 이불속에서 맘껏 누리세요

  • 6.
    '25.12.9 7:34 AM (223.38.xxx.172)

    돈쓰면 더 행복합니다 필라테스나 아침저녁으로 헬쓰운동 해서 해보세요. 몸도 건강해지고
    스케쥴맞춰서 시간 가는줄 모를겁니다.

  • 7. ㅁㅁㅁ
    '25.12.9 8:34 AM (180.190.xxx.6)

    오랜만에 참 품격 있는 글이네요
    쉬는 법을 잊은 원글님 첫 해 다르고 둘째 해 다르더군요
    점점 루틴이 잡힐 거예요
    행복하시길

  • 8. 나무
    '25.12.9 9:00 AM (147.6.xxx.21)

    그러게요... 품격있는 글 감사합니다.
    글을 써보시는 건 어때요?
    자게에라도 자주 올려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별거 아닌 일상 같아도 이렇게 읽기 쉽고 격조있게 쓰기는 쉽지 않거든요.

    재능을 살리시라구요..^^

  • 9. ==
    '25.12.9 9:08 AM (222.119.xxx.83)

    이제 시간도 넉넉하니 자신을 위해 어깨통증과 관련해서 스포츠마사지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허리협착과 디스크로 스포츠마사지를 받고 좋아져서 일상생활을
    무리없이 하고 있는데, 어깨통증 때문에 오시는분들도 많더군요. 일주일에 한번씩 꾸준히
    받으면 좋아질거예요.

  • 10. 글쓰는재주가있네
    '25.12.9 11:09 AM (175.124.xxx.136) - 삭제된댓글

    참 재밌게 읽은글. 또써주세요

  • 11. 다인
    '25.12.9 11:32 AM (210.97.xxx.183)

    그래요 지금은 쉬는 시간이에요 뭐든지 맘껏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 없어요 자기 안에 온종일 시끄럽게 구는 그 목소리만 꺼두시면 더 환상적인 시간이 될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79580 다카이치 "다케시마는 日 영토"또 억지주장 5 그냥3333.. 2025/12/09 787
1779579 국회에 무선마이크 들고온 나경원 12 ... 2025/12/09 3,007
1779578 이 수녀님 아시나요? 3 2025/12/09 2,519
1779577 집값 폭등이라는데 28 ... 2025/12/09 10,058
1779576 에어프라이어 싱크대에 놓고 쓰면 안되는거에요?? 16 . 2025/12/09 4,989
1779575 월세 사는데 집주인이 명의변경 하면서 대출건으로 부탁전화를 했.. 1 월세입자 2025/12/09 1,246
1779574 소염제와 신경약 열흘 넘게 먹고 온몸이 가려워요 3 .. 2025/12/09 1,198
1779573 석화 먹고 ㅅㅅ를 하는데 11 oo 2025/12/09 4,848
1779572 이영애 남편 형 국힘에서 뭐하는 사람이에요? 2 2025/12/09 2,467
1779571 물가 안정시키기 전에는 소비 안할래요 5 ... 2025/12/09 1,351
1779570 법조인이 법을 지멋대로 재단해 저지른 범죄는 중형으로 다스려라 1 중형 2025/12/09 302
1779569 별 지x을 다하고 노력해봐도... 10 흑흑 2025/12/09 3,668
1779568 알바면접 보고왔는데 리프레쉬 되네요 2 .. 2025/12/09 2,259
1779567 미용실에서 컷트시 물 없이 8 .. 2025/12/09 2,350
1779566 전 왜 로또 1등이 안될까요? 15 Jgjhhg.. 2025/12/09 3,337
1779565 한동훈, 당무감사 중간공지에 "장동혁, 코너 몰려 내분.. 4 그냥3333.. 2025/12/09 1,464
1779564 한동훈은 그냥 인정하고 말지 7 ㅇㅇ 2025/12/09 1,401
1779563 일광욕이 별건가요 1 이런 2025/12/09 998
1779562 박진영 욕 많이들 하지만 똑똑한 사람이예요 13 ㄱㄴㄷ 2025/12/09 3,689
1779561 조진웅이 쏘아 올린 또 다른 논쟁…'학폭 기록'의 딜레마 16 ... 2025/12/09 4,232
1779560 잘해야한단 압박감이 들면 시작을 못하는데요 1 .. 2025/12/09 847
1779559 노견 잇몸이 벌겋고 퉁퉁 부었어요 7 노견 2025/12/09 849
1779558 아세트아미노펜 과량복용한것 같은데요 2 ㅇㅇㅇ 2025/12/09 1,979
1779557 갤럭시폰에서 앱 업데이트하고 싶은데 어떻거해요? 2 2025/12/09 572
1779556 혜경궁도 전에 대리처방 받지 않았나요? 12 ㅇㅇ 2025/12/09 2,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