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좋은 선생님들은 없었던 학교였지만
그냥 헤어진다는것 6년간 생활한 익숙한 교정을 떠나는게 슬펐을까요 아니면 졸업식의 특별한 분위기? 그런 것 때문이기도 했겠죠
저는 눈물이 많고 감수성이 너무나 풍부한 사람이에요. 그냥 그런 사람인거죠.
지금도 누가 우는걸 보면 따라울고 작고 약한것들에 연민을 남들보다 많이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 날 졸업식이 끝나고 강당문을 나오면서 문앞에 서있던 엄마를 만났는데 엄마가 울고있는 저의 눈물을 닦아주기는 커녕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기는 커녕 그 많은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과 학부모들 앞에서 저에게
울기는 왜우냐고 다른 애들 아무도 안우는데 혼자 울고있냐고 핀잔을 주더군요
그 순간 그 장면과 감정이 너무나 또렷이 기억이납니다. 우는 것이 수치스러웠고 친구들 보기가 너무나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수가 없었던 그 날의 그 시간...
그 이후로 저는 엄마 앞에서 울어본적이 없는것같아요. 워낙 눈물이 많으니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어 울어도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고 혼날까봐 우는걸 늘 숨겼어요 숨어서 울었죠
성인이 돼서 독립을 하고도 한참동안을 우는것을 남에게 보이는것이 수치스러운 것이라는 감정을 떨치기 힘들었어요.
지금은 나이 먹고 스스로에게 울어도 괜찮다고 나를 보듬어가면서 우는것이 수치스럽다는 것을 많이 극복했지요
저희 딸아이 유치원 졸업식을 갔는데
졸업식 끝나고 선생님도 울고 부모님들도 우는 분들이 있었고 아이들도 우는 아이가 있었죠
저역시 눈물을 꾹 참고 있는데
저희 딸이 옆에서 울고 있는 친구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더니 왜울어라고 너무나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보더군요
그걸 보면서 참 만감이 교차했던것 같아요
지금 그 아이는 고딩인데 말도 못하는 대문자 T 의 성향입니다 .저는 당연히 F죠
오늘도 그런 아이에게 상처받고 속상해서 누워있다보니 제 국민학교 졸업식이 생각이나네요
그때 엄마가 내 머리를 한번만 쓰다듬어 줬더라면 눈물을 닦아줬더라면 아니 아무것도 해주지 않더라도 운다고 핀잔만 주지 않았더라도 나는 좀더 내감정에 충실한 사람으로 자랐을까
늘 공부도 잘했고 시키는대로 잘 따랐던 순하기만 했던 저는 나이가들고 엄마가 병들어 제 일상을 갉아먹으며 살아가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어린시절 참았던 화들이 치밀어 오릅니다
살면서 단한번도 내게 따뜻한 말도 부드러운 스킨십도 해준적이 없던 계모가 아닐까 생각했던 늙어서도 내게 소리소리 지르던 엄마는 거동이 힘들어지면서 더이상 저에게 악다구니를 하지는않아요 이제 내가 돌아서면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가실길 밖에 없다는걸 아는 거겠죠
저는 차가운 엄마가 너무 아팠기에 제 딸에게는
따뜻한 엄마이고 싶은데
저와 다른 딸은 제 이런 성향이 참 귀찮고 싫은가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