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버지와 웨하스.

그립다 조회수 : 2,326
작성일 : 2025-11-26 17:12:24

아버지~

오늘 아침 출근길에

참 뜬금없이 웨하스가 먹고 싶었어요

 

참으로 뜬금없죠.

웨하스 생각이 나니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버지 생각도 났어요

 

찢어지게 가난한 집 장남으로 태어난 죄로

내 땅뙤기 하나 없이 평생 남의집 땅을 빌려

농사지으며  부모님에 형제에  자식들 챙기며

사느라 참 고생 많으셨던 아버지.

 

먹고 사는게 바쁘고

줄줄이 챙길 사람이 많아,

세심하게 자식들 챙기고 표현하는 것에는

좀 서툴렀던 아버지가

어느날엔가  한참 낮잠을 자고 있는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손길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제겐 국민학교 였던  

학교 소풍날에나 받아볼 수 있는 용돈.

과자 사먹을 천원 한장을 소중히 받아들고

백얼마 하던 과자 두개를 사면

그중에 하나는 꼭 웨하스를 샀었지요

 

언젠가  무심코 샀던 웨하스를 먹지 않고

이가 약한  아버지가 드시면

딱딱하지 않고 사르르 녹으니 괜찮겠다 싶어

과자 포장도 뜯지 않고 가방속에 소중히 넣어

뛰듯이 집에 돌아와

아버지를 드렸더니

맛있게 드시며 좋아하시던 아버지 모습이

그 순간 마음 어느 한 곳에 콕 박혔나봐요

 

그 후

소풍날이면 저는 항상 웨하스를 꼭 사서

가방 속에 넣어놓고 

그대로 집으로 가져와 아버지를 드리고

옆에서 나눠 먹었어요

 

그랬던 웨하스가 

오늘 아침 출근길에 

갑자기 생각이 난거에요.

 

생각해보니

그때의 아버지는 참 젊으셨네요.

하늘로 떠나신 날도 젊디 젊은  오십 후반이니

국민학생 딸과  웨하스를 나눠먹던

아버지는 얼마나 젊었던 건가요...

 

며칠전엔 tv에서

주황색 감들이 줄줄이 매달려

곶감이 될 준비를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또 아버지 생각이 났더랬지요

 

늦가을 수돗가 옆에

파란 비닐을 깔고

수북히 쌓인 감 옆에

아버지가 자리 잡고 앉아

수동 감깎이에 감을 꽂아  돌돌돌 돌리면

엄마는 옆에서 말갛게 깎여 나온 감을

싸리나무 꽂이에 꽂으시고

저는 옆에서 감 껍질을 담았지요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시원하게 살랑이고

감 냄새는 달콤하게 싱그럽던

그때의 가을날이 생각 났더랍니다.

 

 아버지

그곳의 가을에서  잘 지내고 계신지요...

 

 

 

**가을이 짙어지고 있어서 그런걸까요?

뜬금없이 웨하스도,  아버지도 생각나

주절거려 보았답니다...

 

82회원님들~ 추워지는 겨울  건강관리 잘 하세요~

 

 

 

IP : 222.106.xxx.18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5.11.26 5:18 PM (118.46.xxx.24)

    눈물이 핑도네요 아버지 너무 젊을때 가셨네요

  • 2. Aa
    '25.11.26 5:25 PM (211.201.xxx.98)

    한 편의 수필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시절 가난한 집 장남들 참 불쌍하지요.
    제가 나이들고 보니 얼마나 무섭고 막막하고
    고되었을까 싶네요.
    아빠 보고싶어요.

  • 3. 은근한 마력
    '25.11.26 5:28 PM (106.240.xxx.2)

    13년전에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매일 떠오르는 아빠 얼굴이 이 글을 읽으며
    또 생각나 눈물이 나네요.

    글도 예쁘게 쓰셔서 더 애틋한 마음으로 읽었어요

  • 4. 돌로미티
    '25.11.26 5:33 PM (14.40.xxx.149) - 삭제된댓글

    정말 뭉클하네요. . .제 아버진 가족들에게 참 힘들게 많이 하셨는데. . .
    돌아가신지 3년 됐어요
    가끔 그립기도하고 야속하기도 하고 복합적인감정인데요
    님 글을 읽으니 오늘은 그립네요

  • 5. ..
    '25.11.26 5:54 PM (182.213.xxx.192)

    눈물이 핑도네요 그러고보면 어린시절의 부모님들은 지금의 나보다 얼마나 어렸을까..

  • 6. 은근한 마력 님
    '25.11.26 5:56 PM (218.234.xxx.234)

    13년 전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매일 떠오르는 아빠 얼굴…

    딱 제 이야기예요.
    정말 매일 떠올라요.
    아빠 얼굴 보고싶고 아빠 목소리가 그리워요.

  • 7. 라임1004
    '25.11.26 6:01 PM (58.122.xxx.194)

    덤덤하게 글을 너무 잘쓰셔서 ....왜 저를 울리시나요.

  • 8. 고양이집사
    '25.11.26 6:53 PM (121.142.xxx.64)

    에고 코끝이 시큰해지는 아련한 그리움과 추억의 글이네요
    원글님께 아버지는 곁에 없으시지만 그립고 아름다운 추억이 있군요 ^^

  • 9. 너무
    '25.11.26 7:59 PM (121.160.xxx.216)

    풍경이 너무 따뜻해요.
    부드럽고 달콤한 웨하스의 추억.

  • 10.
    '25.11.26 10:26 PM (121.132.xxx.122)

    ㅜㅜ
    아빠생각나서 눈물이 핑돌았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76001 립화장 매트&글로시 뭐가 더 이쁜가요? 7 립스틱 2025/11/26 1,540
1776000 경상국립대 아시는분 12 입시 2025/11/26 2,811
1775999 재미나이 이름때문에 6 뻘소리 2025/11/26 2,868
1775998 국민연금 추납 11월이 유리한지 12월이 유리한지요 5 ... 2025/11/26 1,899
1775997 쌩까던 사람이 갑자기 인사하면 받아주나요? 5 시절인연? 2025/11/26 1,488
1775996 거실용 전기장판 구매 계속 실패하네요 1 추어 2025/11/26 1,184
1775995 " 김건희,' 샤넬 가방 받은 적 없다고 하라 ' 허위.. 3 2025/11/26 2,023
1775994 부부 사이가 대단한것 같아요. 8 ... 2025/11/26 6,250
1775993 25년 중앙일보 대학평가 10 대학평가 2025/11/26 2,080
1775992 코스트코에 명태회 초무침(젓갈) 어때요? 추천해주세요 7 먹고싶다 2025/11/26 1,448
1775991 73년생인데요, 은근히 몸이 고장 많이난거같아요. 15 몸이 아픈데.. 2025/11/26 4,961
1775990 스탠드형 딤채 맨아래 원래 위아래로 움직이나요? .. 2025/11/26 371
1775989 김건희는 징역 몇년일까요? 5 ........ 2025/11/26 2,049
1775988 국민연금 부부합산 300만원이면 기초연금 못받나요?? 11 연금 2025/11/26 4,408
1775987 조그만 관심도 좋아하는 남편 3 2025/11/26 1,999
1775986 한국 3분기 성장률, 중국 제쳤다 1 ㅇㅇ 2025/11/26 831
1775985 코트가 캐시미어70견30인데요 2 ....... 2025/11/26 1,553
1775984 김장김치 20kg에 젓갈하고 고춧가루 양만 좀 알려주세요… 13 초보김장 2025/11/26 1,774
1775983 한덕수 15년 구형이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데 18 공소장 변경.. 2025/11/26 3,459
1775982 갑자기 얼굴에 뭐가 자꾸나요 3 ··· 2025/11/26 1,557
1775981 코인은 못올라오네요 1 ........ 2025/11/26 2,308
1775980 고2 아이가 a형 독감이라 수액 맞게 했다고 남편이 난리 났어.. 40 하아 2025/11/26 4,558
1775979 한동훈 "돈봉투 부스럭 소리까지 녹음"이라던 .. 11 그냥 2025/11/26 2,263
1775978 이벤트 회사 해보는 거 어떨까요 3 원자 2025/11/26 723
1775977 쓰레기 버릴때 양말 신어요? 6 ㅇㅇ 2025/11/26 1,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