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발령나 따라내려오며 저는 퇴직했어요.
남편회사 본사가 여기라서 남편입장에서는 승진발령이었고, 애들은 다 커서 알아서 잘 살테니 저도 가뿐하게 내려왔습니다.
마침 조기퇴직 종용하는 분위기라서 대우잘 받고 나와서 저도 만족이었는데, 이사와서는 한달쯤 끙끙 앓아 눕고....아마도 매일 출근하던 20년 넘는 생활이 끝나니 긴장이 풀어져서겠죠.
하지만 나를 위한 휴식이다 생각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안하고 자고 또 자고..
정신들어 이제 살아야지 생각하고 살다보니 오오 이동네 참...
일단, 전세살고 있는 이집 집주인은 미국 교포인데 이집에 살아본적이 없답니다. 신혼때 살다가 유학 나갔다가 쭉 미국에 계속 살고 있는중...그 30년 세월동안 아파트는 허물고 재건축이 되고.....우리보고 원하면 10년이라도 그냥 쭉 살으라고. 계약서쓰는거 귀찮다고.
우리 윗집은 독일인 부부가 사는데 인근대학 교수랍니다. 한국말 거의 못함. 그런데 엘레베이터에서 만나거나 산책길에서 만나면 이웃들끼리 영어로 인사하고 하하호호 대화하고 있음. 우리 아랫집도 교수(물론 한국인). 옆집은 연구소 다니는 박사님이라는데 그 연구소 정문에 플랭카드에 이름 박혀있음. 이번에 훈장 수여 받으셨다고.
음쓰 버리다 자꾸 마주쳐서 알게된 이웃은 친해져서 서로 집도 방문하는 사이까지 발전하였는데 아이비리그대학 나왔음. 이 동네에 동문회도 있다고 함.
오며가며 친해진 또다른 이웃은 애들이 아직 학생들인데 무려 고속버스 타고 대치동으로 학원을 다님. 바로 근처에 강남가는 고속버스가 있는데 여기 학원들이 영...차라리 서울이 낫다해서 보낸다 함. 그런데 그집만 그런게 아니라고. 다들 그래요...함.
젊은 부부들은 대부분 서울이 본가이고, 포르쉐 등 외제차나 테슬라 타고 다님.
주말이면 아파트가 텅빈 느낌.
50대 이상 남자분들은 그냥 서로 호칭이 김박, 이박, 아니면 김교수, 이교수,
A라고 알아요? 아아 알죠, 그 친구 노스웨스턴에서 박사했죠.
B라고 알아요? 아아 알죠, 그집 와이프가 우리 와이프랑 보스턴에서 같이 있었어요.
따님은 잘있나요? 다음달에 잠깐 나와요. 아직 2년이나 더 남았어요. 박사 받으려면.
후...
이동네는 조용조용하고 교양있고 예의있음. 두세다리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사이. 서로의 학벌과 현직이 마구 얽혀있음. 그래서 서로 매우 조심함.
거참 신기함.
나만 신기한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