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무교이고 남편과 시부모님이 같은 종교여서
매주 주말 중 하루는 남편이 부모님 모시고
종교활동 하러 가요.
10년 넘게 주말 루틴이였고 저를 오라는 것도 아니어서
전혀 불만 없이 살았어요.
그냥 남편과 보내는 주말은 하루다...여겼어요.
남편 입장에서도 쉬는 날이 꼴랑 하루인 셈이라
다른 일정 안 잡고 푹 쉬게 했구요.
남편이 평일에도 본가에 자주 들리는데
이 또한 남편만 가도 되는거라 전혀 상관 안 했어요.
그런데 지난 8월 말 부터 매주 토, 일 모두 시댁에 가네요.
시가에 갈 일이 자꾸 생기다 보니
저도 한 달에 서너번은 가게 되는데 이게 뭔가 싶어요.
추석, 제사, 아버님 생신등이 몰려있기도 했지만
시부모님 패딩 사드려야 해서.
아버님이 자식들 맛있는거 사주시고 싶으셔서.
시고모님들과 고향집 놀러 가고 싶으셔서.
선산에서 집안 모임 한다고(이제 연로하셔서 안 가셔도 됨)
누가 고구마랑 밤을 보냈는데 와서 밥 먹고 가져가라.
등등.....
어떻게 매 주말마다 일이 생기는건지 만드는건지.
오늘은 정말 몇 달만에 시가에 갈 일이 없어서
남편과 남대문시장 갔다가 신세계백화점 미디어파사드
보러가기로 해서 어제 82에 질문글도 올리고
간만의 나들이여서 맛집 검색하고 신났었는데
오늘 아침 먹는데 아버님이 전화하셔서
3시간 거리 지방에 사시는 친척 어른이 돌아가셔서
어머님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가서 버스 타고 가실거라고
하시네요.
전화 끊고 나서 남편이 어떻게 매주 일이 생기냐고
엄청 짜증내고 고민하더니
80 넘은 노인네들을 어떻게 버스 태워 보내냐고
모시고 상갓집 갔어요.
아버님은 버스 타고 가도 괜찮다고 하시는데
정말 아들 부를 생각 없으셨으면
전화를 하질 마시던가 처음으로 화가 나요.
아버님 아직도 일 하시고 정정하셔도
노인분들 언제까지 자식들 거느리고 놀러다닐 수 있는지
모르는거라 좋은 마음으로 매번 행복하다고 하실 정도로
모셨는데 부모 자식간에도 해줄 수록 더 바라나봐요.
12월엔 지난 달에 다녀오신 고향집에 또 가서
1박 2일 자고 오자고 신나셨어요.
남편만 보내고 전 안 갈거지만
생각만 해도 진절머리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