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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은 친구들과의 모임이 여전히 재미있는 이유

... 조회수 : 4,639
작성일 : 2025-11-18 06:21:25

저는 미국 북동부에 살아요. 

유학왔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해서 살고 있어서 지금 제 친구관계의 대부분은 남편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에요. 자주 만나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숫자는 각자의 배우자는 포함하고 아이들 숫자는 제외해서 40여명 정도 될 것 같아요. 매번 다 모이는 것은 아니고, 상황마다 참여할 수 있는 사람만 참여해요.

 

지난 토요일에는 2주후 있을 추수감사절을 핑계 삼아서 프렌즈기빙이라고 부르고 또 다같이 모여 놀았어요. 

아이들은 각자 맡길 곳에 맡기고, 어른들만 1박 2일. 각자 추수감사절 음식 준비.

중고등 동창들이 기본값이 되어 거기에 그들의 대학친구 동네친구 이런식으로 넓어진 구성원인데 만나면 항상 재미있고, 뒷탈이 없어요.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일단 좋은 개인주의 성향의 사람들이에요. 저 말고는 다 백인 친구들인데, 각자 할 바 하고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던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누가 뭘 가져왔네 안가져왔네, 돈을 더 많이 썼네, 아니네. 이런 잡음이 없어요. 왜냐하면 모임의 목적이 만나서 즐거운 것이니까 

그냥 주어진 조건에서 재미있게 놀아요. 애피타이저 가져왔어야 하는 친구가 안가져오면 감자칩 먹으면서 메인디쉬 기다리고 이런식.

어릴 때 놀던 것처럼 비어퐁하고 보드게임하고 조용히 술 마시고 싶은 사람은 술 마시다가 또 게임하고. 

아이들이 함께 하는 모임이면 아이들 위주로 다같이 뛰어 놀고. 돌아가면서 주보호자가 되고

저희 부부처럼 아이없는 부부도 아주 바빠요. 

 

다른 하나는 축하할 일과 자랑과의 경계가 명확한 것. 

축하할 일은 시효가 있는 것이니까 다같이 축하하고 또 그 핑계로 맥주 한 잔 더 마시고

그런데 자랑 비슷한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다른 사람이 질투할까 그것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랑 얘기 듣는 것은 좀 지루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을 모두 아니까 지루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세 번째는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게 해요. 

인원이 많으니 주로 집에서 모일 일이 많아서 이 경우도 문제가 없고

레스토랑에서 만날 때도 누구도 크게 부담 느끼지 않을 곳으로 정해요. 그리고 각자 계산서를 만드니까 애피타이져 사고 싶은 친구들은 조용히 가서 자기 계산서에 올리고, 일이 잘 안 풀린 친구 술도 조용히 가서 한 잔 더 사고 뭐 이런 식이에요. 

 

결론은 '즐겁게 놀려고 만난다' 는 모임의 목적을 잃지 않는 것이 저희 모임이 계속 재미있는 이유네요. 

 

 

IP : 71.184.xxx.52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11.18 6:31 AM (122.37.xxx.116)

    다들 수준이상의 인격자들이세요.

  • 2. ...
    '25.11.18 6:42 AM (71.184.xxx.52)

    앗, 얼떨결에 칭찬 감사합니다!
    다들 어릴 때부터 팀스포츠를 해서 그런지 각자 포지션에 충실한 것 같아요.

  • 3. 쿨하다
    '25.11.18 6:53 AM (58.142.xxx.34)

    쿨한 미국식마인드 같아요
    시기 질투없이 있는그대로 보고 마주하는~~

  • 4. ...
    '25.11.18 6:59 AM (71.184.xxx.52)

    있는그대로 보고 마주하는~
    58님의 댓글에 이유를 또 하나 찾았어요.

    경쟁심이 아주 강한 친구들도 있거든요. 게임할 때 심각해지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다른 친구들은 웃어요.
    녀석 참 한결같네 하는 편안한 웃음.

  • 5. 생각해보면
    '25.11.18 7:01 AM (180.68.xxx.52) - 삭제된댓글

    제가 어릴때는 부모님들 모임에서 단체로 버스빌려서 휴가도 다녀오고 송년모임도 하고 서로 집도 오가고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언니 오빠 동생들이랑 잘 놀았고 가족대항 노래자랑같은 것도 하고...아직 이렇게 지내시는 분들 있으신가요?
    저는 가족끼리만 움직이는게 편해서...그런 모임이 없네요.
    분명 그런 모임의 장점이 있는데.
    원글님네는 인원이 많으니 모임이 더 유쾌할 수 있는것 같아요.
    참석자들의 마인드도 다들 편하고 좋네요.

  • 6. ...
    '25.11.18 7:21 AM (71.184.xxx.52)

    180 님
    많은 인원이 모이는 모임의 장점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이 많으니 더 웃을 일이 많고, 다같이 일하고 놀고 쉬고 이것이 가능한 것 같아요.
    일 안하는 사람이 저절로 불편해진달까. 그래서 노동에 대한 큰 부담이 없고, 어린애들도 시키거나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배워서 의자라도 옮기고. 그런 아이들 모습 보면서 예뻐서 또 웃고

  • 7. .....
    '25.11.18 7:39 AM (1.229.xxx.73)

    40여명, 20커플이 만난다니 대충 동네잔치 느낌이네요.
    부담스럽지않게 대충 끼었다 나오는,

  • 8.
    '25.11.18 8:22 AM (211.217.xxx.96)

    역시 자랑은 좀 지루해지네요

  • 9. 그런데
    '25.11.18 8:25 AM (211.219.xxx.121)

    댓글에서...시기질투없이 그대로 마주하는 쿨한 미국식 마인드라는게 있어요?
    그냥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나보죠.
    미국인들도 다 사람이고 시기질투 하고 그럴건데 ㅎㅎㅎ 웃으면서 멕이는 빙ㅆ 얘기 못들어보셨나요.

  • 10. ...
    '25.11.18 8:31 AM (71.184.xxx.52)

    미국인들도 다 사람이고 시기질투 하고 그럴건데 ㅎㅎㅎ 웃으면서 멕이는 빙ㅆ 얘기 못들어보셨나요.

    그럼요. 여기도 다 사람 사는데, 아롱이 다롱이 다 있죠.
    다만 이런 표현 많이 써요.
    It is what it is. Just deal with it. 그래서 그런 사람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지루했다니 반성합니다!

  • 11.
    '25.11.18 8:54 AM (112.166.xxx.70)

    지루하지 않고, 유쾌하고 흥미로운 글입니다. 밥상머리 교육이 덜되어 예의가 없는 인간종은 패스하시죠.ㅎ

  • 12. 좋은 모임
    '25.11.18 9:30 AM (61.82.xxx.228)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시네요.
    부러워요~~

  • 13. 읽기만해도
    '25.11.18 9:46 AM (220.65.xxx.193)

    어떤 분위기인지 알거 같아요 ~
    그런 좋은 모임이 있으신거 부럽네요
    원글님도 좋으신 분인거 같아요 ~

  • 14. ,,,,,
    '25.11.18 10:02 AM (110.13.xxx.200)

    결국 각자 선을 알.아.서 지키는지가 중요한거 같아요. 축하와 자랑을 구분할줄 알고 그선을 지키는 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한두명이라도 그러기 시작하면 분위기 나빠지는거 순식간이거든요.
    근데 인원이 꽤 많네요. ^^

  • 15. ...
    '25.11.18 10:53 AM (71.184.xxx.52)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다정한 댓글들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원이 좀 많긴 하죠. ㅎㅎㅎ 이 인원 다 모이는 것은 일년에 4-5번 정도이고 평상시에는 스무 명 전후로 모여요.

  • 16. 콩민
    '25.11.18 11:42 AM (106.101.xxx.132)

    오래된 친구와 와인이 좋은거 인정

  • 17. ..
    '25.11.18 6:54 PM (112.214.xxx.210)

    모임의 목적에 맞춘다는거 괜찮네요. 모임 갈때 머리에 계속 되새겨야겠어요. 제가 이해가 어려워서 그러는데 자랑과 축하할 일의 차이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구체적인 설명이나 예시를 들어주시면 더 이해가 쉬울거 같아요. 배우고 싶습니다~

  • 18. ...
    '25.11.18 11:44 PM (71.184.xxx.52)

    112 님 안녕하세요. 시차가 있어서 답변이 늦었어요.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인원이 많으니까 그 안에서 더 가까운 몇몇의 그룹이 있잖아요.
    축하할 일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있는 특별한 변화. 예를 들어 친구 A가 원하는 곳으로 이직을 했거나 독립된 사업체를 갖게 되었을 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 B가 그 사실을 모르는 C에게 말하면 C가 살짝 가서 축하해. 이렇게 말하는 식이에요. 다같이 축하해 하면서 축배들고 이런 분위기가 아니라. 놀려고 모인 자리니까 한 사람이 주목 받는 것은 약간 민망하기도 하고. 이 때 A는 심플하게 고마워 하고 끝내요. 거기에 대해 줄줄이 늘어놓지 않고. 줄줄이 늘어놓으면 그때부터 자랑이 되어버리겠죠.

    아이들이 빠진 모임에서는 서로의 아이들 이야기는 거의 안해요.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아이들 한창 크는 나이여서 간신히 아이들 떼어 놓고 나왔으니 아이들 이야기 노노노

    아이들 있는 모임에서는 아이들끼리 축구도 하고 캐치볼도 하고 덤블링, 미니하키 뭐 이런 식으로 좋아하는 운동하면서 노는데, 아이들 각자에게 좋은 점, 재미있는 점이 다 있으니까 그런 모든 것들을 아이들에게 직접가서 칭찬해 줘요. 엄마에게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들에게 아이 칭찬을 안하니까 엄마들끼리 서로 비교할 일이 확실히 적은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엄마에게 아이 칭찬을 하면 자랑으로 넘어가기 쉽잖아요. 그냥 무슨 규칙을 정해 놓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되었어요.

    이번 가을에 한 아이가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라는 정말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했어요. 그래서 다들 축하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 일이다 보니까 엄마들이 질문이 많을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이 엄마가 상큼하게 딱 끊는 거에요. 운이 좋았던 것이 제일 크고, 우리 여기서 이런 얘기하면 재미없으니까, 이런 얘기는 나중에 하자.
    저는 그런 강단있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졌어요. 개인적인 것을 단체의 화제로 만들지 않는 것이 자칫 자랑처럼 들리는 것을 피하는 방법의 하나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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