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국 북동부에 살아요.
유학왔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해서 살고 있어서 지금 제 친구관계의 대부분은 남편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에요. 자주 만나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숫자는 각자의 배우자는 포함하고 아이들 숫자는 제외해서 40여명 정도 될 것 같아요. 매번 다 모이는 것은 아니고, 상황마다 참여할 수 있는 사람만 참여해요.
지난 토요일에는 2주후 있을 추수감사절을 핑계 삼아서 프렌즈기빙이라고 부르고 또 다같이 모여 놀았어요.
아이들은 각자 맡길 곳에 맡기고, 어른들만 1박 2일. 각자 추수감사절 음식 준비.
중고등 동창들이 기본값이 되어 거기에 그들의 대학친구 동네친구 이런식으로 넓어진 구성원인데 만나면 항상 재미있고, 뒷탈이 없어요.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일단 좋은 개인주의 성향의 사람들이에요. 저 말고는 다 백인 친구들인데, 각자 할 바 하고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던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누가 뭘 가져왔네 안가져왔네, 돈을 더 많이 썼네, 아니네. 이런 잡음이 없어요. 왜냐하면 모임의 목적이 만나서 즐거운 것이니까
그냥 주어진 조건에서 재미있게 놀아요. 애피타이저 가져왔어야 하는 친구가 안가져오면 감자칩 먹으면서 메인디쉬 기다리고 이런식.
어릴 때 놀던 것처럼 비어퐁하고 보드게임하고 조용히 술 마시고 싶은 사람은 술 마시다가 또 게임하고.
아이들이 함께 하는 모임이면 아이들 위주로 다같이 뛰어 놀고. 돌아가면서 주보호자가 되고
저희 부부처럼 아이없는 부부도 아주 바빠요.
다른 하나는 축하할 일과 자랑과의 경계가 명확한 것.
축하할 일은 시효가 있는 것이니까 다같이 축하하고 또 그 핑계로 맥주 한 잔 더 마시고
그런데 자랑 비슷한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다른 사람이 질투할까 그것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랑 얘기 듣는 것은 좀 지루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을 모두 아니까 지루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세 번째는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게 해요.
인원이 많으니 주로 집에서 모일 일이 많아서 이 경우도 문제가 없고
레스토랑에서 만날 때도 누구도 크게 부담 느끼지 않을 곳으로 정해요. 그리고 각자 계산서를 만드니까 애피타이져 사고 싶은 친구들은 조용히 가서 자기 계산서에 올리고, 일이 잘 안 풀린 친구 술도 조용히 가서 한 잔 더 사고 뭐 이런 식이에요.
결론은 '즐겁게 놀려고 만난다' 는 모임의 목적을 잃지 않는 것이 저희 모임이 계속 재미있는 이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