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파트에
할아버지 한분 지팡이 짚고 다니세요.
그 집 앞에는 항상 휠체어가 묶여져 있는데
그 휠체어는 그 집 할머니가 장 보러 가서 무거운 거 실어 올 때 쓰는 용도입니다 한번도 할아버지가 타는걸 못봤어요 할머니 무거운거 사올때 아니면 먼지 뽀얗게 쌓여있어요
제가 계단으로 다니면서 늘 보거든요
할아버지 집 6층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세요
장애인용 전동차도 있고 휠체어도 있고
교통 약자 보호용 차 불러서 타고 다녀요
계단 6층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는 분이요ㅎ
교통약자 차가 와서 할아버지가 너무 멀쩡하게 잘 걸으니 이상했는지 휠체어는 어디 있냐고 물었나봐요
밖에 하도 시끄러워서 내다 보니
할아버지 성질도 괴팍해서 휠체어 없어도 탈 수 있다고 소리 지르더군요
규정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타고 갔어요
어디 나들이 가시는지 친구분이랑 배낭메고 타고 가시더군요.
그 집 할머니는 요양보호사 따서 그 멀쩡한 계단 오르내리는 할아버지 요양한다는 이유로 매달 요양 급여 받고요
온갖 복지기구 혜택 다 받아서 갖다놓고 장보는 짐싣는 용도로 쓰네요
할아버지가 워낙 아파트 휘젓고 다니면서 말도 많고
그래서인지 그 집 소문이 다 났더라고요
반면에 제가 아는 지인
어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셔서 거동도 잘 못하시고
혼자 병원도 못가셔서 지인이 매번 일하다가
병원 모시러 가고 수시로 들락날락거리면서 집안일 해드리고 정말 힘들어하는 걸 보거든요
근데 그 집은 요양 등급에 해당되는 질병이 아니라고
등급도 못 받고 아무런 혜택도 못 받고 있어요
어머니 수입도 재산도 전혀 없어 기초수급자이고 지인도 살기 힘들어서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살거든요
요양 등급이 없어서 병원 갈 때도 교통 약자 보호자 못타시고 택시 불러서 타고 다니신다는데
저렇게 멀쩡하게 계단 오르내리기 잘하는 분이 온갖 혜택 누리고 있는걸보니 아이러니하네요
정신도 아주 멀쩡하고 기력도 넘치고 시간이 남아도는지 아파트 관리실이며 다니는 사람들 다 간섭하고 입대는데 아주 징해요
할아버지는 자식들도 많고 사는 것도 넉넉해요
저런 사람들 혜택 반환시키고
지인어머니 같은 분들한테 갔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