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 퇴직한 남편과 둘이서 여행중입니다.
저렴한 동남아국가입니다. 현재 한달 좀 넘었어요.
남편은 영어가 편하고 이나라 언어도 약간 할 줄 압니다. 여행오기전에 속성으로 공부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여행하기가 참 수월하고 예상치못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5성급이라고는 하지만 그닥 럭셔리하지않은 보통호텔들에 머무는 중인데, 남편이 자꾸만 직원들과 친해지네요. 이얘기 저얘기하고 농담도 하고 호구조사도 하고 남자들끼리 애환도 나누고..
지난번 호텔에서는 평민방 내내 투숙중이었는데 마지막 이틀을 단독풀빌라에서 자고 가라고.
매니져가 "너의 퇴직을 쎌리브래잇하는데 이정도는 내가 해주고 싶다고. 나도 2년 남았어. 하하"
여기는 또다른 호텔인데, 아침먹으러 가면 내가 주문할 예정인 커피를 알아서 가져다주고, 남편이 늘 마시는 잉글리쉬브랙퍼스트를 티팟에 담아 가져다 줍니다. 오늘은 수박이랑 용과랑 파인애플이 과일메뉴로 나와있던데, 제가 어제 맛있게 먹는걸 보았다며 패션프루트를 한접시 저만을 위해 담아다 줍니다.... 이런 경험이요.
눈 마주칠때마다 환하게 웃어주는 직원들이 너무 예쁩니다.
지난번 호텔은 꽤 규모가 큰 리조트였었어요. 한국인 신혼부부들도 많이 오는. 마침 가을 결혼시즌이라서 꽤 많았어요. 며칠동안 친해진 직원들이랑 놀다가, 직원 중에서도 매니져급들은 특별한 셔츠를 입고있는데, 아주 멋지더라구요. 디자인이 참 멋지다고, 구찌씨가 만든거냐고, 칭찬을 했더니 아주 기뻐하더라구요. 자부심이 엄청나서 보기 좋았어요. 그날 칵테일 몇잔에 남편이 우리 와이프가 평생 나때문에 고생을 얼마나 했는지...저 고운 손이 저모양이 됐다며, 원래 피아노도 잘 치고 말야...어쩌고..
그랬더니 저기 혼자 있는 그랜드피아노가 불쌍하지않냐며 한곡 연주해달라고 막....
아놔, 너무 당황했지만 저도 모히또 한잔해서 기분도 좋고, 저어기 알콩달콩 한국신혼부부들도 너무 귀엽고 그래서 드라마 도깨비에 나왔던 맬랑꼴랑한 곡 하나를 쳤네요.
하...왜 그랬는지...
다들 너무 기뻐해서는 앵콜곡 두곡 더 쳤는데
조명 끄고 막 분위기가 너무나 로맨틱...
그리고 체크아웃하던날, 매니져님이 그 멋진 셔츠를 포장해서는 남편에게 선물함.
브라더, 내년에 꼭 다시와라 하면서. 너 주려고 본사에 전화해서 퀵받았다.
어제 패션프루츠에 이어 오늘 아침 산더미처럼 쌓아가져온 망고접시를 받고 흐뭇해서 써봅니다.
익명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