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너를 기다리는 동안

동원 조회수 : 2,290
작성일 : 2025-10-26 08:03:02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가을은 시죠

 

 

IP : 180.66.xxx.5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떤날
    '25.10.26 8:15 AM (116.43.xxx.47)

    시도 노래처럼 저 시를 읽던 20대로 돌려보내주네요.
    그때의 저는 한참 사랑을 하고 있던 때였는데 나이가 이만큼 들어도
    고스란히 그때의 감정이 느껴지네요.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 2. 쓸개코
    '25.10.26 8:26 AM (175.194.xxx.121)

    좋아하던 시라서 오래전 시집사서 읽었었어요.

    저도 한 편.
    조지훈 - 사모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만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 있어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 그어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밤에 울어 보리라

    울다가 지쳐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그리고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이미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 3. 쓸개코
    '25.10.26 8:26 AM (175.194.xxx.121)

    술에 취한 바다 / 이생진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 4. 동원
    '25.10.26 8:32 AM (211.234.xxx.118)

    쓸개코님 저랑 시 취향이 맞으시네요
    술에취한 바다 저도 좋아해요
    고딩때 샘이 선물해주심요.
    찾아봐야겠어요

  • 5. ..
    '25.10.26 8:41 AM (73.195.xxx.124) - 삭제된댓글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도 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생과 사가 손을 놓지 않아
    서로 떨어질 수 없다

    성산포까지 와서
    자살 한 번 못하고 돌아오는 비열
    구기구기 두었다가
    휴지로 쓸 것인가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

  • 6. ..
    '25.10.26 8:43 AM (73.195.xxx.124)

    가을의 노래 - 김대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미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써 보낸다

    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에는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벌레 울음 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 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사자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 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 7. 쓸개코
    '25.10.26 8:45 AM (175.194.xxx.121)

    술에 취한 바다는 오래전 드라마 '태양의 남쪽'에서 나왔던 시예요.
    그때 제목은 모르고 있었는데 언젠가 82에 댓글로 물었더니 어느 회원님이 알려주셔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시 감상하니 좋군요.

  • 8. ^^
    '25.10.26 9:18 AM (103.43.xxx.124)

    대학교 때 제일 좋아하던 시었어요. 오랜만에 읽으니 또 반갑네요.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 9. 구름따라간다
    '25.10.26 9:48 AM (39.125.xxx.53)

    아... 너무 좋네요.
    가을은 시, 맞아요.
    원글님도 댓글님들도 좋은 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10. ..
    '25.10.26 10:42 AM (180.83.xxx.253) - 삭제된댓글

    시 올려 주셔서 감사해요

  • 11. ..
    '25.10.26 10:55 AM (175.119.xxx.68)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김정현이 이은주 기다리면서 읊었던 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84555 아무래도 그만둘까봐요 2 . 03:46:10 904
1784554 이런 양말 사고 싶네요 2 ........ 03:27:16 418
1784553 자식이랑 집 바꿔 사시는 분 계신가요? 7 .. 02:52:15 961
1784552 강순의 김치 아세요? ... 02:23:36 560
1784551 텔레그램 창업자, 자녀 100명 넘는다고 ........ 02:01:33 840
1784550 엄마가 연락한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네요 4 오랜만 02:00:16 1,231
1784549 왜 첫째들이 예민하고 소심하고 둘째들이 대범할까요??? 13 01:47:39 1,401
1784548 한동훈 "한동훈 특별 검사 어떠냐…친민주당 민변이 추천.. 16 ㅋㅋㅋ 01:23:01 909
1784547 나이 드는게 좋아요. 2 .. 01:15:51 824
1784546 명언 - 하늘을 향해 치솟는 불꽃 1 ♧♧♧ 01:14:18 491
1784545 여자언어 12 여자언어 01:13:16 1,043
1784544 9급 공무원이 극한직업인 이유는 2 .. 01:09:02 1,474
1784543 견과류껍질안에서 어떻게 벌레가 들어가 사는걸까요 1 ... 00:59:55 697
1784542 조지호도 의원체포하라 했다고 증언했는데.. 3 .... 00:50:06 921
1784541 주식 연말 리밸런싱했어요 1 ........ 00:49:54 1,063
1784540 얼마전 갓비움 추천 1 갓비움은 진.. 00:48:11 712
1784539 82님들 메리 크리스마스~~!! 7 이브여요 00:43:02 417
1784538 아주 작은 크리스마스 요리 3 여러분 00:32:39 1,302
1784537 60억 주택전세 사기범의 실체.jpg 4 그래서버티기.. 00:24:58 2,797
1784536 윤석열 부친 묘지에 철심 박은 남성 2명 체포 8 ..... 00:24:28 1,684
1784535 옥순이는 어장이 일상화되어있나보네요 9 ... 00:15:18 1,969
1784534 서울에 화재 있었나요? 2 sts 00:10:22 1,575
1784533 한동훈, 먼저 손내미나?..."24시간 필버 장동혁 노.. 12 그냥 00:09:19 984
1784532 요즘은 재수가 진짜 필수인가요? 13 ... 00:05:58 1,528
1784531 후기대학 알아봐라 2 사과밭 2025/12/24 1,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