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가 50년 가까이 답답하게 사시는 것을 가까이서 봐오고
저와 가까운 어른들 (이모, 할머니 언니 시댁의 많은 어른들.. 등)의 힘든 결혼생활 들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남편이랑 꽤나 긴시간 교제하고 결혼하여 20년 넘게 살다보니
중년부부 혹은 노부부가 서로 다정하게 서로를 아끼고 고마워하며 시댁과 친정 양가모두 원활하게 소통하고 존중하면서, 자녀들도 (어떤 성과에 상관없이) 바르게 잘 키워내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뭐 사람사는 모양이야 다 다르고 무엇이 정답이랄 것이 없지마는
50을 목전에 앞둔 저의 얕은 결혼생활경험으로
혹은 주변분들의 결혼케이스들을 보면서
50대에 배우자와 관계적으로 잘 지내야 60대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그만큼 생활속의 자잘한 위기들이 더 많아진다는 이야기이기도합니다.(건강, 실직 등 힘든 일들이 많아지는 시기)
30-40대초반까지만해도 결혼한지 얼마 안되어 어느정도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나 추억들도 남아있고, 또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천지가 개벽할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기본적으로 몸이 열개라도 바쁘니 정신도 없고 세상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과 좌절을 롤러코스터로 경험하느라
남편과 서로 제대로 바라볼 시간이 없다고 한다면
40대 후반으로 가면서 아이도 어느정도 크고, 아이의 자람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들, 혹은 양가부모가 나이듦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들을 통해 강제적으로 인생의 많은 위기들을 겪으면서 점점 내 배우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곱씹을 기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입장차이라던지 기질이나 성격 같은 것은 모두가 다르니 차치하고
모든 시간들 속의 수많은 크고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서로를 얼마나 배려하고 존중하는지 에 따라
손잡고 도란도란 산책할수 있는 60대 부부가 되는가가 결정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여태까지는 너무바빠 서로 돌아볼 시간도 별로 없이 어찌어찌 지내왓는데,
아이들 이슈, 부모님 이슈, 각자 개인 회사생활 등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면 눈깜짝할 사이에 60대가 되는데
언제라도 꾸미지않고 민낯으로 서로를 바라볼때 마음에 짠함과사랑으로 남을 수 있을런지 ...
서운해서 맺힐 만한 상대의 아픈 말들도 그사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왜 그런말을 했는지에 대해 상대보다 상대를 더 잘 알것만 같은 시기를 잘 보내야.. 풍요로운 노년이 가능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너때문에 이렇게됐다가 아니라, 나때문에 더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오늘 새벽부터도 아주 사소한 일로 남편과 푹푹 한숨을 쉬고 돌아서며
진짜 너는 너무 지치는 인간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커피한잔 하며 마음을 다잡고 50대를 잘 빚어나가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삶의 크고작은 수많은 사건과 과정들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실패로만 여기지 않고 상대를 더 넓게 이해하는 과정으로 한겹한겹 쌓아 나갈때
젊은시절보다 좀더 풍성하고 따뜻한 60대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50대를 보내보려고 합니다.
혼자서 한다고 될지 안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애써보아야겠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물려줄것도 많지 않고
나중에 아이들이 부모님 생각했을때
엄마아빠는 따뜻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 괜찮은 부부였고, 나도 그 속에서 마음 편안하게 잘 산거였다..라고 생각해주면 더 없이 행복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