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강도 규제에 부동산 민심이 성난 데다 규제 대상 지역에 아파트를 가진 여권 인사의 부동산 리스트까지 돌면서 여권을 향한 눈총이 따가운 까닭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0일 “정부가 고강도 규제를 발표하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대통령실과 여당 의원의 아파트가 여론의 타깃이 됐다”며 “투기성이 전혀 아닌데 욕 받이를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유탄을 맞은 대표적 사례다. 그는 10·15 대책 발표 다음 날 “빚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게 맞다”며 정부 대책에 힘을 실었다가 국민의힘으로부터 “갭투자를 했다”는 공격을 받았고,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그간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모두 공개하는 과정을 밟게 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른바 ‘상급지’에 부동산을 소유한 여권 인사의 부동산 리스트가 돌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부동산 갤러리’에는 최근 “민주당 정부의 무주택자들에 대한 따뜻한 조언”이라며 ‘민주당 강남 3구+마·용·성(마포·용산·성동) 부동산 보유 현황’을 첨부한 글이 올라왔다. 특히, 지역구에는 전세살이를 하면서 강남 3구에 아파트를 소유한 국회의원을 겨냥해 “천룡인(특권층)은 되고 가붕개(서민)는 안 되냐”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전면에 나섰다가 여론의 화살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10·15 대책에 관한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투톱인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부동산 정책에 관한 말을 하지 않은 데 이어 20일 최고위 공개회의에선 참석자 모두가 ‘부동산’이란 단어 자체를 꺼내지 않았다.
민주당은 여론의 역풍이 클 수 있는 보유세 강화 문제에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전날 미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가의 집을 보유하는 데 부담이 크면 집을 팔 것이고, 부동산 시장에도 유동성이 생길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보유세) 논의를 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 사이에선 “보유세를 높여 증세에 대한 반감까지 불을 지피면 내년 지방선거는 망한다”는 인식이 크다.
대신 민주당은 ‘부동산 대책 지원 태스크포스(TF)’를 띄워 신속한 공급 대책 마련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박 대변인은 “국민의힘의 무차별 공세로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며 “국민 의견 수렴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장동혁 대표는 최고위에서 “대책 없는 부동산 대책으로 온 국민이 공황 상태”라며 “왜곡된 시각에서 출발한 어설픈 대책으로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권의 흑역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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