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궁금하신 분들이 있어 남깁니다.
직장 회식 자리에서 팔 만지고 허리만진 직원에게 사과를 받긴 했습니다.
사실 처음 우발적으로 만지지 말라고 소리지른 직후에는 괜히 얘기했나 주변에 사람들도 있어서 이 사람이 망신당했다고 생각해서 해코지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있었거든요.
근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생각이 정리되고 명확해지더라고요.
나에게 행했던 그 하나하나의 행동이 떠오르면서, 오히려 현장에서 주변에 목격자들이 있는 곳에서 말하길 잘했다. 그리고 내가 한말을 떠올리니 당황했지만 단호하게 해야할 말을 똑부러지게 잘 했더라고요.
일단 그 사람이 함께 있던 목격자 여자직원을 통해 사과하겠다고 뜻을 내비쳐서 그 담날 사과하길 기다렸어요. 그 여자직원도 그 사람에게 상황 설명 하면서(기억안난다고 하니) 분명 당신이 만지는거 봤다. 피하니깐 한발짝 더 다가오면서 만지려고 했다고 하면서 사과하는게 좋겠다고 말해줬고요.
그 여자직원이 직장내 성희롱 고충상담 직원이라 그 사람에게 일단 그 동안 있었던 일들 다 얘기했고, 다른 목격자 직원에게도 만지는거 봤다는 증언 확보를 해두었습니다.
오전까지도 사과하러 안오길래 기다리다가 일단 저는 반가라 퇴근을 하려고 나가는데 그 사람과 마주쳤어요. 저에게 오더니 어제 자기때문에 불편했냐고 묻길래
' 남의 몸에 손을 대는 습관이 있으시네요.' 했더니 제가 그랬나요? 그러면서 고개숙여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했고,
' 어제 그 한번뿐이 아니라 허리도 만지셨고 그동안 여러번 그러셨다'고 하니 2차로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사과하더라고요.
기억이 안난다고 하는데 저는 믿지 않습니다. 기억이 정말 안나고 떳떳하면 순순히 바로 사과했을까요?
분명 100% 의도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사과를 받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저희 직장은 성비위에 관해서 굉장히 엄격하고 가차없습니다.
이거 공론화시키면 저 사람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나락으로 간 사람들 많이 봐와서 겁먹은걸로 보입니다.
가해자들이 안그랬다고 뭐 그런 소리를 해도 일단 저런 일에 연루되고 말이 나오면 상황이 불리하다는걸 누구보다 잘 알아요.
그리고 저는 제가 그동안 피하고 직접 언급을 안한 것도 잘못했구나 느꼈어요. 처음 발생할때 바로 그 자리에서 말해야합니다. 몇번 그러다 간을 보면서 더 과감해지더라고요.
처음엔 저도 겁이 났는데 한번 얘기해보니 앞으론 그 자리에서 더 강하게 바로 말할수 있을것 같아요.
사실 심정으론 공론화시켜서 분이 풀리게 해야하나 싶기도 한데, 일단 안그러겠다고 사과를 받았으니 넘어가기로 했는데 점점 기억이 또렷해지면서 미움이 커지거든요. 이런게 후유증인가봐요.
해바라기 센터 이런곳에 상담을 받아라는 조언이 있었는데, 그건 아직 안했어요. 받아볼까요?
마음으로 갈등이 되긴 합니다. 이미 목격자들이 있어서 그 사람이 그랬다는거 소문은 날거 같아요. 소문 나는건 상관없는데(그 전에도 그 터치문제로 직원들에게 얘기를 제가 하긴 했어요 불편하다고) 앞으로 그 얼굴 보기가 싫으네요. 그동안은 업무상 도움도 많이 받고 잘 지내긴 했어요.
아래는 원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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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한지 1년쯤 되었고요.
회식장소에서 한번씩 팔 잡고, 불필요한 터치를 하시길래 그동안 피했거든요.
그리고 공식적인 회식 이외엔 그 분과 술자리 안해요.
평상시엔 전혀 그런거 없으시고 업무상 깔끔하신데, 그놈의 술만 들어가면 그러네요.
터치가 노골적이라기보다는 그냥 이야기하면서 팔 터치하는 수준이라 애매하기도 하고 말할 타이밍을 놓쳤어요 매번
그러다 어제 새로오신 동료 팀장님 환영회가 있어 참석했어요.
1차 끝나고 다들 인사하려는데 그분이 저한테 무슨 말씀을 하시면서 1차로 팔을 터치하셔서 제가 옆으로 피했어요. 그리고 2번째 갑자기 제 허리와 등 사이를 손으로 터치해서 그땐 정말 놀라서 피했어요.
그리고 나서 완전히 회식 끝나고 가시는 분들 배웅하고 택시 기다리는데 저는 일정거리를 두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저에게 다가오시면서 팔을 또 건드리시길래 바로 한발짝 뒤로 피했어요.
피했는데도 한번더 다가오시길래,
저도 모르게 만지시지 마세요. 저 누가 제 몸 만지는거 굉장히 싫어하고 불편합니다.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자기는 만지지 않았다는거예요. 그래서 만지셨잖아요. 그래서 피했는데도 또 다가오셔서 불편해서 말씀드리는거예요.. 라고 소리지르듯이 대응했어요.
그 이후 택시가 와서 배웅하고 그 분께도 가시라고 하고 갔어요.
같이 있던 사람이 2명이 있었는데 그 2분도 보셨대요. 제 팔 만지는거랑. 제가 피하는데도 다가오신거.
제가 함께 있는지 모르고 목격한 여자직원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더라고요.
자기가 정말 만졌냐고? 기억이 안난다...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달라... 내일 아침에 사과하겠다.. 라고요.
다른 1분한테도 가는길에 전화가 왔었는데 안받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 잘 얘기하셨다고 하셨고요.
같이 있던 여자직원은 자기한텐 단 한번도 그런 터치 하신적 없으시대요.
제가 더 싫은건 제가 1년 전 왔을때부터 저보고 사무실에서 제일 예쁘다느니 미인이라느니 막 이런 소리 하셔서 경계하게 된 것도 있어요.
업무상 엮일게 없어서 사실 평소엔 문제가 안됬는데 회식장소에서 저러신게 여러번이예요.
근데 이렇게 대놓고 얘기한게 처음이고 온순해보이는 제가 갑자기 감정적으로 얘기를 해서 그 분도 당황하고 놀라셨어요. 이따 사과하러 오실거 같은데 저도 앞으로 조심하겠다는 선에서 말씀하시면 받아들이고 더는 문제 삼지 않을 생각입니다.
다만 한번의 터치로 제가 그랬다고 생각하실것 같아 그동안 불편했다.. 처음이 아니었고 어제도 허리까지 만지셨다. 그래서 저도 참다가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 있는 곳에서 감정적으로 얘기한건 저도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려고 합니다.
진짜 사회생활 힘드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