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래 층간소음 얘기가 나와서 아파트 이웃에 대해 경험한걸 써봐요
이웃이 한국에서의 아파트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저희는 애들 다 커서 독립한 집이고 옆집은 세살배기 하나에 엄마가 임신한 외벌이 젊은 부부, 윗집(탑층)은 막 결혼한 맞벌이 신혼부부... 다 부모가 집 사준 경우 (이것도 다 그 부부의 부모들이 엘베에서 만났을 때 묻지도 않았고 가만히 있는 저에게 해준 얘기)
옆집은 엄마가 넘 신기하게 로봇같았어요
그집 아빠랑 아이는 인사를 참 잘하던데 그 명품으로 휘감은 그 엄마는 인사를 해도 한번도 저나 남편을 쳐다본 적도 없고 인사를 같이 나눈 적도 없고 표정은 언제나 무표정..
세살박이 애도, 이사온지 얼마 안되 임신하고 낳은 아가도 엄마가 안거나 유모차를 끌고가는걸 본적이 없어요
친정부모가 매일 도우미 데려와서 집안일 해주고 애는 친정부모가 봐주고 유모차에 싣고 산책 시키고...
집 앞에 애 자동차, 아빠 자전거, 우산, 공, 잡다한거 가득 내놓아서 엘베 타기 불편할 정도에 소화전도 막아놔서 몇번 관리실에 얘기했는데 치우질 않아서 소방서에 안전신문고로 신고, 거기서 나온 직원들에게 경고받고 치웠는데 알고보니 방화문 밖 계단 단차에 몰아서 쌓아놓음 (역시나..)
그 집이 결국 이사가고 새 집이 왔는데 대학생 자녀를 둔 중년 부부
만나자마자 웃으며 인사하고 속속들이 묻지는 않지만 언제 봐도 웃으며 맘편하게 인사 나누고 필요한 거 나누고 그러는 이웃이 됨
집앞도 항상 깔끔히 정리하고 새벽부터 운동나가는 부지런한 스타일이라 몸이 군살 하나없이 완전 날씬한 엄마
저도 새벽형 인간이라 새벽마다 엘베에서 웃으며 인사해요
옆집 만나는게 이젠 부담스럽지 않고 엘베 앞도 깨끗해서 기분좋음
윗집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층간소음 가해자 (탑층에 윗집 하나만 있는 구조라 소음 출처가 확실함)
밤낮 가리지 않고 소음에 드르륵 바닥 긁으며 청소하고 콘크리트 덩어리 바닥에 떨구는 소리를 한번씩 내서 천정 무너지는줄 알고 깜짝깜짝 놀라고 밤 2시까지 안자고 침실에서 꿍꿍대며 걸어다니고 애는 11시 넘어까지 소리지르며 뛰고 (한살 반짜리 아가도 그런 소음을 낼 수 있다는걸 새롭게 알게 됨) 부부가 맞벌이라 낮에 사람이 없는데 무슨 소음이냐고 따지던데 그럼 뭐하나, 친정엄마가 낮시간에 도우미 델고 와서 일주일 내내 하루 종일 온갖 가구 드르륵 드르륵 끌고 옮기며 청소하고 항아리 굴리는 소리 나고 친정엄마도 발망치 소리 끝내줌
도우미는 영어쓰는 외국인 도우미가 집안일도 하고 영어로 애도 봄 (것도 거기서 먼저 얘기해줘서 알게됨)
집들이 한다고 12시 넘어까지 술마시고 집밖 계단까지 내려와서 담배피고 노래부르고 난리, 뭘 어떻게 쓰는지 한달에 한번 배수구 뚫는 사람 와서 뚫는다고 소음 나고 한밤에 벽인지 바닥인지에 망치질 소리에 방과 욕실에서 뭘하는지 기계 소리 나고,..
잠 못자고 주말에 쉬지도 못한다고 관리소에 엄청 민원 올려도 그뿐
자기네들은 노력하고 조심하고 매트깔고 슬리퍼도 신는데 어쩌냐고,.. 조심하면 뭐하냐고요 자려고 누웠는데 머리 위에서 쿵쿵대면 심장까지 벌렁거리고 잠 못자요
왜 침실에서 밤새 안자고 쿵쿵거리고 다니는지..
어쨌든 그랬던 집이 이사가고 윗집이 이사왔는데 넘 조용해요
저는 먼저집이 들어오며 새로 깐 마루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똑같은 마루에서 생활하는데 사람 바뀌고 아무 소리 안나는거 보면 먼저집 사람들이 조심해요, 매트 깔았어요, 안 뛰어요 하는 소리가 다 헛소리였다는걸 알게되었죠
이제는 아주 행복해요
그런거 보면 행복도 상대적인가봐요
지옥같던 시간이 가고 조용한 생활을 하니 모든게 다 아름답고 여유가 넘치고 하늘도 예쁘고 우리집도 새삼 더 이쁘고..
여기가 뷰가 매우 좋고 집도 제 맘에 쏙 들게 고쳤거든요
그런데 윗집 때문에 넘 맘고생을 하니 남편이 이사가자고까지 했는데 윗집이 이사가는 행운이 찾아왔네요 ㅎㅎ
자연스럽게 웃고 인사 나누는 옆집도 좋고... 현재는 아주 하루하루가 즐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