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살던 동네에서 이웃으로 친하게 지내던 부부였어요.
부인은 유쾌한 사람이었고, 남편은 건장한 소방관이었어요.
저희 부부까지 네 사람 모두 가볍게 술 마시며 농담하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친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어떤 일이 계기가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 소방관 친구가 저를 청소년 센터 봉사하는데 데려가기 시작했어요. 40분 정도 운전해서 가야하는 제가 살고 있는 주에서는 가장 거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몇 번을 가면서 '아 나는 계속 이곳에 올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어요.
제가 그렇게 14년 째 이 청소년 센터에 다니는 동안, 이 부부는 많은 고통을 지나와야 했어요.
소방관 일을 하면서 너무나 많은 자살하는 아이들을 봐야 했는데, 그것이 결국 그 사람을 깊은 우울증으로 이끌었어요. 일을 그만두고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꽤 오랜 시간동안 그를 돌보던 아내는 결국 이혼을 선택했어요. 그녀도 할 수 있을 만큼의 최대의 노력을 했어요.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고, 제게는 청소년 센터에 다니게 된 것이 제 인생방향을 바꾸게 했기에 이 부부 이혼 후에도 저희부부는 남녀 각자와 연락하고 지냈어요. 특히 더 힘든 상황에 있는 남자에게는 정기적으로 방문했는데, 지난 주에 연락이 왔어요. 청소년 센터에 가고 싶은데, 같이 가줄 수 있냐고. 그래서 오늘 저희 부부 모두 월차를 내고 기다렸는데, 결국 오후에 아직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못가겠다고 하네요. 덕분에 저는 오늘 82쿡에 꽤 많이 들락날락 했어요.
그래도 저희 부부는 정말 기뻐요.
드디어 이 친구가 고통의 늪에서 걸어 나오는게 느껴져요.
'준비 되지 않았다' 라는 말에서 '준비 하고 싶어. 준비 하고 있어' 가 보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