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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미국 사립고 입학 후기

저희 조회수 : 5,585
작성일 : 2025-09-05 23:09:18

아이는 미국에서 나고 자라서 한국어는 잘 못해요. 한국인 없는 북동부 작은 마을이고 저희부부가 일하느라 바빠서 아이 교육에 크게 신경쓰지 못했어요. 작년쯤 제가 한국으로 이직할 기회가 있어서 데리고 갈까 생각도 했었지만 언어문제도 그렇고 갑자기 한국 고등학교에 집어넣으면 너무 큰 문화 충격일 것 같아서 한국행은 포기하고 이 동네 학교들을 알아봐야 했어요. 그렇다고 한국에서 국제 학교를 보낼 경제력은 안 되니까요.

 

이 동네에서 알아보니 공립 고등학교는 참담하더라고요. 두 개 있던 고등학교가 통폐합 해서 하나가 되는 바람에 교실도 선생님도 부족한데 1200명이 넘는 많은 인원이 부대끼며 공부하는 상황이고요. 할수없이 자격미달인 선생님도 많이 뽑았고요. 학생들 중 반 정도는 대학 진학에 관심이 없어서 진학 상담이나 지도도 별로 중요시 않는 것 같고요. 마약은 물론 학폭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는 소문도 무성하고요. 아이는 무엇보다, 아주 평범한 남자아이예요. 아직 자기가 알아서 뭘 찾아서 공부하는 능력이 없는 것 같아요. 아이의 베프 엄마가 나서서 그러니까 우리 애들은 사립고에 보내야 한다고 해서 팔랑귀 저는 뒤늦게 사립고 투어도 하고 원서 내고 시험도 보고 그랬는데요. 아이 친구는 엄마가 몇년 전부터 공들여서 길을 뚫어놓은 덕에 제일 크고 유명하고 비싸고 부잣집 애들만 오는 들어가기 힘든 사립에 들어갔어요. 제 아이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한적한 산골에 있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조용한 학교에 붙었어요.  80%정도 기숙학교인데 저희는 매일 데려다주고 오는 걸로, 학비보조도 많이 받아서 간신히 턱걸이로 들어간 것 같아요.

 

아이는 가기 싫다고 처음엔 그러더라고요. 내 친구들 아무도 안 가는 학교,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시골 구석 학교. 그래도 캠퍼스는 예쁘잖아 엄마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만화영화 캔디캔디에 나오는 학교 같던데. 그래도 아이는 친구가 하나도 없어서 가기 싫다고 꿍시렁 거리고 저희를 좀 걱정 시켰죠. 근데 신기한게 이 학교는 토요일에 개학을 해요. 부모도 다 같이 와서 바베큐 하고 아이들이랑 시간도 보내고 캠퍼스 산책하고 다른 학부형들도 자연스럽게 만나고요. 그런 다음 월요일 정식 학기가 시작되는 날엔 오전에 간단히 입학식을 한 다음 갑자기 체육대회를 했대요. 달리기같은 땀흘리는 운동회가 아니고 재미난 게임같은 걸 다같이 하면서 친해지는 대회요. 그런 다음 저녁을 먹고 버스를 타고 깊은 산속 스키 리조트에 3박4일 여행을 갔어요. 급우들과 4일 여행을 하고 오더니 아이가 태어나서 이렇게 재밌는 시간은 처음이었다고 하네요. 내일 학교 갈 일이 너무 기다려 진다고 혼자 알아서 샤워하고 입을 옷 챙겨 놓고 알람 맞춰놓고 일찍 자네요. 아직까지는 성공이죠. 너무 다행이에요.

 

한국에 아이 절친이 있는데 그 아이는 국제학교를 3-4군데 옮겨 다녔는데 여전히 적응을 못하고 있어요. 제가 자세히 알려주고 관심있으면 미국에 보내는 것도 한 번 생각해 보라고 제안하려고요. 이렇게 노는데 공부는 언제하나 싶은데 커리큘럼도 훌륭하고 선생님들도 다 이 시골에서 찾기 힘든 명문대 출신이고 대학 진학율도 아주 좋더라고요. 선전하는 건 아니지만 관심 있으신 학부형들 참고하시라고요. 제 아이 친구가 들어간 명문 고등학교에는 한국 유학생들이 꽤 많이 보이더라고요, 투어에 가봤을 때 한국에서 온 학생끼리 챔버 오케스트라 결성해서 연주하는 것도 보여주고 그랬어요. 1년에 1억은 최소, 기본인 학교인데 그렇게 많더라고요. 제 아이가 들어간 시골학교는 한국학생은 아직 못 봤고 중국 유학생은 몇 명 있다네요. 아무튼, 행복한 고딩생활이 되었으면 바래요, 제 아이도 님들 아이들도요. 

IP : 74.75.xxx.126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9.5 11:17 PM (118.221.xxx.98)

    산골에 있는 행복한 사립고..
    참 낭만적이네요. 아이가 학교 가는걸 즐기면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나요?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입니다
    종종 글 올려주세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 2. Bb
    '25.9.5 11:18 PM (117.111.xxx.5)

    후기 잘 봤습니다.
    내년에 미들로 미국 들어가는데 아이가 왜소하고 내성적이라 걱정이에요ㅠㅠ 가족이 모두 함께 들어가지만 그래도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 입니다. 캘리포니아로 가지만 인종차별도 걱정되고요 ㅠㅠ

  • 3. ㆍㆍㆍ
    '25.9.5 11:32 PM (118.33.xxx.207)

    와 시작 프로그램이 너무 좋네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적응할 수 있겠네요
    자녀분이 행복한 고등학교생활하길 바래요

  • 4. 학교이름
    '25.9.5 11:35 PM (206.171.xxx.33)

    저도 미국 사는데 혹시 학교 이름좀 알려주실수있으세요??? 저는 남자아이고 아직 미들… 고등학교땜에 머리아파요 저희는 학교 옮기려다 다 낙방 ㅠ
    고등때 옯겨야해요 저도 동부에 있어요 제발 학교이름좀 알려주세요 힌트라도 주세요 감사합니다

  • 5. ...
    '25.9.5 11:51 PM (222.236.xxx.238)

    한국 고등학교들도 저렇게 새학년을 시작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부럽네요.

  • 6. 아이 학교는
    '25.9.5 11:56 PM (74.75.xxx.126)

    Vermont주에 있고 그 주에서는 best private high school로 꼽혀요.
    하지만 제가 아는 다른 학부모들은 대부분 New Hampshire나 Massachusetts에 있는 유명 사립고를 보내고 싶어하던데요. 이왕 그 돈 들여서 보내는데 학교 이름도 유명하고 동문도 빠방하고 시설도 놀랍도록 훌륭한 학교 보내고 싶잖아요. 골고루 알아보시고 투어도 많이 해 보세요. 전 개인적으로 유명하고 화려한 것보다 소박하고 내실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이 학교를 골랐는데 아직까지는 만족이에요. 단, 유명 학교 투어하러 가실 때는 옷차림이랑 차편도 신경쓰시길. 전 유명고 투어갈 때 오래된 기아 쏘울이 그날따라 고장이 나서 그럴듯한 렌트카 보험회사에서 내어주는 거 타고 갔는데 얼마나 다행이다 싶었는지요. 그렇게 크고 화려한 학교는 그런 분위기더라고요.

  • 7. 좋은
    '25.9.5 11:58 PM (118.235.xxx.200)

    미국에서 좋은 사립고 보낸 학부모들끼리 한국에서도 모이더라고요 그사세더라고요

  • 8. 아부럽
    '25.9.6 12:28 AM (83.249.xxx.83) - 삭제된댓글

    명문대 보내주는 학교. 이건 좀 부럽.
    우리 부모님도 이왕이면 이렇게 보내주시지.
    쎄빠지게 공부하라해놓고 한국으로 내뺴버리고선, 진짜로 명문대 들어가니깐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국인이면 당연히 들어가는곳이지. 공부 열심히해라 끝.

    사립명문고 들여보내는 부모님들 치얼쓰. ㅠㅠ

  • 9. --
    '25.9.6 1:25 AM (125.185.xxx.27) - 삭제된댓글

    한국어도 가르치세요
    집에서 한국말 쓰십시오

    제발

    한국와서 국제학교 넣을수도 있고요

  • 10. ㅇㅇ
    '25.9.6 5:49 AM (73.109.xxx.43)

    북동부 어디인데 공립학교 환경이 그렇게 열악할까요
    오래된 지역이고 사람도 학교도 많고
    현실적으로 흑인도 적어서 환경이 괜찮을 줄 알았어요
    실제로 대학은 그쪽에 몰려 있잖아요

  • 11. 사립고
    '25.9.6 7:26 AM (220.118.xxx.37)

    마치 꿈같네요
    부럽습니다

  • 12. 판다댁
    '25.9.6 7:54 AM (140.248.xxx.3)

    입학한지 일주일안되어
    판단하시기엔 좀 이른 추천인거같아요

    아이가 고등생활 즐겁게하길 기원할게요

  • 13. 윗님
    '25.9.6 7:35 PM (74.75.xxx.126) - 삭제된댓글

    북동부의 6개 주를 뉴잉글랜드라고 하는데요.
    그 중 남쪽에 있는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는 뉴욕에 가깝고 매사츄세츠는 보스톤을 끼고 있어서 유동인구도 많고 돈이 많은데요.
    북쪽의 세개주 버몬, 뉴햄프셔, 메인주는 유동인구 없고 인구 감소 고령화 심각하고 1차산업 붕괴로 일자리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요. 취학연령 아이들이 점점 줄고 유학생들도 안 오니 학교들이 문을 닫고 통폐합을 하게 되고 주정부 지원도 점점 주는 상황이고요.
    저희가 사는 학군의 공립고등학교만 공짜로 갈 수 있는데 (옆동네 학교는 공립이라도 사립의 반정도 되는 학비를 따로 내야해요) 저희 주의 97개 고등학교 랭킹 보니까 하위권이고 모든 카테고리에서 C를 받았더라고요.
    고등학교를 좋은 데 가야 대학을 잘 간다는 친구 엄마 말에 사립 보내기로 결정하고 아이 대학 학자금으로 저축하고 있던 CD부터 일단 깼고요, 필요하면 집 두채중에 하나 팔려고요. 괜히 오버해서 아이 대학 등록금 날리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지금처럼만 잘 적응하고 잘 따라가주면 괜찮은 선택이었다 싶을 것 같아요.

  • 14. 윗윗님
    '25.9.6 7:38 PM (74.75.xxx.126)

    북동부의 6개 주를 뉴잉글랜드라고 하는데요.
    그 중 남쪽에 있는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는 뉴욕에 가깝고 매사츄세츠는 보스톤을 끼고 있어서 유동인구도 많고 돈이 많은데요.
    북쪽의 세개주 버몬, 뉴햄프셔, 메인주는 유동인구 없고 인구 감소 고령화 심각하고 1차산업 붕괴로 일자리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요. 취학연령 아이들이 점점 줄고 유학생들도 안 오니 학교들이 문을 닫고 통폐합을 하게 되고 주정부 지원도 점점 주는 상황이고요.
    저희주에서는 저희가 사는 학군의 공립고등학교만 공짜로 갈 수 있는데요 (옆동네 학교는 공립이라도 사립의 반정도 되는 학비를 따로 내야해요) 저희 주의 97개 고등학교 랭킹 보니까 이 동네 학교는 거의 최하위권이고 모든 카테고리에서 C 이하를 받았더라고요.

    고등학교를 좋은 데 가야 대학을 잘 간다는 선배 엄마들 말에 사립 보내기로 결정하고 아이 대학 학자금으로 저축하고 있던 CD부터 일단 깼고요, 필요하면 집 두채중에 하나 팔려고요. 괜히 오버해서 아이 대학 등록금 미리 날리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지금처럼만 잘 적응하고 잘 따라가주면 괜찮은 선택이었다 싶을 것 같아요. 두고볼 일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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