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미국에서 나고 자라서 한국어는 잘 못해요. 한국인 없는 북동부 작은 마을이고 저희부부가 일하느라 바빠서 아이 교육에 크게 신경쓰지 못했어요. 작년쯤 제가 한국으로 이직할 기회가 있어서 데리고 갈까 생각도 했었지만 언어문제도 그렇고 갑자기 한국 고등학교에 집어넣으면 너무 큰 문화 충격일 것 같아서 한국행은 포기하고 이 동네 학교들을 알아봐야 했어요. 그렇다고 한국에서 국제 학교를 보낼 경제력은 안 되니까요.
이 동네에서 알아보니 공립 고등학교는 참담하더라고요. 두 개 있던 고등학교가 통폐합 해서 하나가 되는 바람에 교실도 선생님도 부족한데 1200명이 넘는 많은 인원이 부대끼며 공부하는 상황이고요. 할수없이 자격미달인 선생님도 많이 뽑았고요. 학생들 중 반 정도는 대학 진학에 관심이 없어서 진학 상담이나 지도도 별로 중요시 않는 것 같고요. 마약은 물론 학폭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는 소문도 무성하고요. 아이는 무엇보다, 아주 평범한 남자아이예요. 아직 자기가 알아서 뭘 찾아서 공부하는 능력이 없는 것 같아요. 아이의 베프 엄마가 나서서 그러니까 우리 애들은 사립고에 보내야 한다고 해서 팔랑귀 저는 뒤늦게 사립고 투어도 하고 원서 내고 시험도 보고 그랬는데요. 아이 친구는 엄마가 몇년 전부터 공들여서 길을 뚫어놓은 덕에 제일 크고 유명하고 비싸고 부잣집 애들만 오는 들어가기 힘든 사립에 들어갔어요. 제 아이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한적한 산골에 있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조용한 학교에 붙었어요. 80%정도 기숙학교인데 저희는 매일 데려다주고 오는 걸로, 학비보조도 많이 받아서 간신히 턱걸이로 들어간 것 같아요.
아이는 가기 싫다고 처음엔 그러더라고요. 내 친구들 아무도 안 가는 학교,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시골 구석 학교. 그래도 캠퍼스는 예쁘잖아 엄마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만화영화 캔디캔디에 나오는 학교 같던데. 그래도 아이는 친구가 하나도 없어서 가기 싫다고 꿍시렁 거리고 저희를 좀 걱정 시켰죠. 근데 신기한게 이 학교는 토요일에 개학을 해요. 부모도 다 같이 와서 바베큐 하고 아이들이랑 시간도 보내고 캠퍼스 산책하고 다른 학부형들도 자연스럽게 만나고요. 그런 다음 월요일 정식 학기가 시작되는 날엔 오전에 간단히 입학식을 한 다음 갑자기 체육대회를 했대요. 달리기같은 땀흘리는 운동회가 아니고 재미난 게임같은 걸 다같이 하면서 친해지는 대회요. 그런 다음 저녁을 먹고 버스를 타고 깊은 산속 스키 리조트에 3박4일 여행을 갔어요. 급우들과 4일 여행을 하고 오더니 아이가 태어나서 이렇게 재밌는 시간은 처음이었다고 하네요. 내일 학교 갈 일이 너무 기다려 진다고 혼자 알아서 샤워하고 입을 옷 챙겨 놓고 알람 맞춰놓고 일찍 자네요. 아직까지는 성공이죠. 너무 다행이에요.
한국에 아이 절친이 있는데 그 아이는 국제학교를 3-4군데 옮겨 다녔는데 여전히 적응을 못하고 있어요. 제가 자세히 알려주고 관심있으면 미국에 보내는 것도 한 번 생각해 보라고 제안하려고요. 이렇게 노는데 공부는 언제하나 싶은데 커리큘럼도 훌륭하고 선생님들도 다 이 시골에서 찾기 힘든 명문대 출신이고 대학 진학율도 아주 좋더라고요. 선전하는 건 아니지만 관심 있으신 학부형들 참고하시라고요. 제 아이 친구가 들어간 명문 고등학교에는 한국 유학생들이 꽤 많이 보이더라고요, 투어에 가봤을 때 한국에서 온 학생끼리 챔버 오케스트라 결성해서 연주하는 것도 보여주고 그랬어요. 1년에 1억은 최소, 기본인 학교인데 그렇게 많더라고요. 제 아이가 들어간 시골학교는 한국학생은 아직 못 봤고 중국 유학생은 몇 명 있다네요. 아무튼, 행복한 고딩생활이 되었으면 바래요, 제 아이도 님들 아이들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