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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축하 고마워요… 딸아이 이야기좀 해보고 싶어요

지수 조회수 : 2,307
작성일 : 2025-09-05 20:04:11

어젯밤에 마음이 울컥해져 생일썰 풀었다가 정말 많은 분들께 생일축하받았어요. 한분한분 찾아가서 허리숙여 인사드리고 싶을 정도로 고마워요.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4080678

 

생일에 경기 일어날 정도로 안좋은 기억이 있어서 일부러 생일은 철저히 감추고 살아온지 오래인데, 어제는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생일을 보냈거든요.

 

그렇게 생애 처음으로 마음으로 감동하게끔 받아본 생일축하를 해준 딸아이 이야기 하고싶어요. 사실 예전에 한번 82에 올린적 있었던 이야기라 재탕이에요.

 

참 총명했어요. 어린이집에서도 유치원에서도 돋보였고 초중등 생활은 물론 학업도 정말 우수해서 '얘는 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소질없고 멍청하고 게을러서 명문대졸업과 출세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지만, 이 아이는 할 수 있을것 같았어요. 본인의 꿈인 국제구호의사가 되는 날을 저도 함께 꿈꿨어요.

 

하지만 제 잘못이 커서 딸은 한부모가정의 아이가 되어버렸고,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에 커다란 타격을 입었어요. 상대 측 집에서 자랐지만 그쪽에서 포기하며 제쪽으로 넘어왔어요. 그리고 제가 맡아줄 사정이 되지 못해 결국 친척집을 두 군데나 옮겨다니며 자라야 했어요.

 

명문고로 진학했지만 학업성적은 고교생활서 끝내 무너졌고, 대학입시 결과는 처참했어요. 저는 병상에서 아이의 대입시 결과를 들었고, 너무나 화가나서 전화로 막 혼냈더니 울먹이면서 "날 왜낳았어요"라고 하는 말에 그만 말이 막혔어요. 자기가 태어나서 모두가 불행해졌다는 말에 그만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빌었어요.

 

그러고 작년 초여름, 산좋고 물좋고 바다좋은 어느 지역에서 홀로 대학생활을 시작한 아이를 찾아갔어요. 아이가 처음 나를 보자 한 말이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였어요. 요양원은 언제 나왔냐고도 놀라구요. 자기가 기억하는 모습보다 25㎏이 줄고, 정상보행조차 어려운 몸으로 거기까지 찾아온 내가 놀라웠나봐요.

 

딸아이와 바닷가 횟집에서 회를 시키고 소주 한잔 놓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아이는 사회적으로 억울한 일을 겪고 매장당하다시피하며 직장도 잃고 커리어의 바닥을 영구히 떠나야 했고, 그때부터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며 긴 투병을 해야했던 나를 이해해줬어요. 부모몫을 전혀 하지 못한 나에게 "이해한다"는 말을 해주는데, 정말 신이 죄를 사해주는 게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는 아무런 지원도 도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국가장학금 , 입학장학금 , 성적장학금에다 대학생생활비대출 받고, 주말에 식당일하며 용돈을 벌어서 살고 있었어요. 기숙사생들과 즐겁게 추억을 만들고,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지역축제에 나가서 공연하고, 공부 브이로그를 쓰며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었어요. 지도교수도 아이를 벌써부터 눈여겨보고 있다고 들려줬어요. 혼자서도 이렇게 잘 해내는 아이였나... 하고 눈물이 나더라구요.

 

여름방학이 되어 아이가 기숙사를 퇴소하고 나혼자 기거하는 방으로 찾아왔어요. 고교 졸업하자마자 홀로서기를 해야했던 아이의 짐들이 이삿짐 박스포장이 되어 좁은 방에 쌓였죠. 얼마만에 함께 살게 됐는지 기억도 나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반수를 하고싶다"고 말했지만, 난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어요.

 

아이는 휴학원을 내고 와서는 주중에는 공부하고 주말에는 식당일을 하며, 친구들의 도움으로 인터넷강의를 수강하며 수능에 재도전했어요. 아직 정상생활조차 할 수 없어 수능도시락도 싸주지 못했고, 아이가 수능날 일찍 일어나 부엌에서 자기 도시락 싸고 있는걸 자는척 바라봐야만 했어요. 인터넷과 SNS에 올라오던 수능도시락 사진들을 볼때마다 죄스러워서 화면을 제대로 쳐다보지를 못했어요.

 

그리고 아이는 지방국립대 두곳과 인서울대 한곳의 합격통지서를 들고왔어요. 말로만 축하하고 그 흔한 합격용돈 합격기념저녁식사도 해줄 수 없었지만, 너무나 대견했어요. 자기가 기대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풀이 죽어있는 아이가 안쓰러웠어요. '네가 왜 풀이 죽어있어… 반수 뒷바라지 하나 해주지 못하는 나같은 부모를 원망해야지…'라고 말해줬어야 했는데, 끝내 책임을 회피하고픈 내 이기심에 말하지 못했죠.

 

그리고 그 아이가 내 생일에 케이크에 촛불을 밝히고 들고있다 집에 들어오는 저에게 노래를 불러줬던거예요. 처음으로 둘이서만 함께 살면서, 처음으로 맞이한 내 생일… 게다가 내게는 생전 처음 받아보는 생일서프라이즈였죠.

 

신이 고난만 주지는 않고 단 한 가지라도 생에 즐거움을 준다더니, 제게는 이 딸아이를 줬나봐요.

IP : 49.1.xxx.189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말
    '25.9.5 8:09 PM (58.239.xxx.136)

    대단한 따님이네요. 원글님도 건강 찾으셔서 예쁜 따님과 행복하시길 빕니다.

  • 2. 따님이
    '25.9.5 8:19 PM (211.206.xxx.191)

    무척 속이 깊군요.
    두 분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원글님 더 건강해지시고 행복한 일 가득하시기를............

  • 3. ..
    '25.9.5 8:23 PM (39.118.xxx.199)

    너무 속이 깊고 대견한 딸이네요.
    영원한 원글이 편인 딸이 있는데..얼마나 행복해요.
    건강 잘 챙기고 늘 행복하세요.

  • 4. 행복하세요
    '25.9.5 8:36 PM (119.64.xxx.246)

    아니
    지금 제가 뭘본거죠?글 감사합니다. 너무나 아프고 아름다운 사연입니다.
    딸의 모습으로 천사가 님에게 왔네요.,따님 대성할거에요!
    앞으로는 함께 많이 계속 행복만 하시길요

  • 5. 어머나
    '25.9.5 8:37 PM (114.203.xxx.133)

    정말 보석 같은 딸이네요
    원글님 닮았겠지요??
    원글님, 꼭 건강 유지하셔서
    그 따님이 행복한 인생을 꾸려가는 거 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원글님이 그 따님의 든든한 바탕임을 잊으시면 안 돼요.

  • 6. . . .
    '25.9.5 9:05 PM (110.13.xxx.112)

    정말 보석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따님이네요.
    얼른 건강회복하셔서 따님과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합니다.

  • 7.
    '25.9.5 9:23 PM (211.219.xxx.193)

    언젠가 본 글인데 아닌가?

  • 8. ph
    '25.9.5 9:51 PM (175.112.xxx.149)

    이전 글은 못 읽어봤지만
    (무슨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는지 몰라도)
    아이가 측은합니다 솔직히

    원글님은 자식복이 대단히 많으신 거구요

  • 9. 211님
    '25.9.5 10:21 PM (112.187.xxx.181)

    언젠가 본 글 맞아요.
    본문에 있네요.

    그렇게 생애 처음으로 마음으로 감동하게끔 받아본 생일축하를 해준 딸아이 이야기 하고싶어요. 사실 예전에 한번 82에 올린적 있었던 이야기라 재탕이에요.

     

  • 10. 은행나무
    '25.9.5 10:42 PM (220.95.xxx.84)

    늦게 나마 생일 축하합니다.

    보석 같은 따님과 이제껏 하지 못 한 거 둘 이서 하나 하나 하면서 추억 쌓기 바래요.

    앞으로 꽃길만 걸으시길 응원합니다.

  • 11. !!!!
    '25.9.6 9:17 AM (219.248.xxx.133)

    아 눈물나요...
    두분 미래를 응원합니다.

  • 12. ...
    '25.9.6 12:35 PM (115.139.xxx.119)

    이런 감성에 젖은 글 쓰며 스스로를 연민하지마시고. 애 수능날은 도시락 싸주시고. 당장 애 등록금은 못 벌어주면 애 옷한벌 화장품 하나는 사줄돈 벌어서 애 사입혀주시고 기운내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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