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머리가 풍성한 적이 없었습니다.
매우 가늘고 미끄러운 직모라서 같은 숫자의 머리카락이라도 남들보다 40%는 적어보이는 형태입니다.
파마는 평생 두번 해봤고 늘 하나로 묶고 다녔고요.
하나로 묶었을때 고무줄을 세번을 돌려도 넉넉할 정도.
빠지기는 엄청나게 빠져서 늘 새로난 짧은 머리카락이 머리전체에 삐죽삐죽.
게다가 모친이 노년에 심한 탈모가 온걸 보고 나도 그렇게 될까 늘 걱정을 하던차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49세, 더이상 미룰수 없다는 생각에 미녹시딜을 바르기 시작했습니다. 판시딜도 하루 두세알씩 먹기 시작했습니다.
미녹시딜의 가장 큰 문제인 초기 쉐딩현상을 저도 겪었습니다.
가뜩이나 돼지꼬리 같던 포니테일이 점차 쥐꼬리가 되는걸 벌벌 떨면서 지켜봤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발랐습니다. 하루 두번 아침 저녁으로.
밥은 굶어도 판시딜은 꼬박꼬박 챙겨먹었습니다.
그렇게 5년.
50대 중반치고 숱이 적지 않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젠 하나로 묶어도 돼지꼬리 같지 않고 개꼬리 정도는 됩니다.
흰머리가 생기면서 머리카락의 형태가 예전처럼 매끈하지 않게 변한게 (후까시 효과ㅋㅋ)오히려 도움이 된 면도 있긴합니다.
아무튼 돼지꼬리가 쥐꼬리가 되는 두려움은 이제 벗어난거 같습니다.
암에 걸려 항암이라고 하게되면 홀라당 날아갈게 머리카락이지만 그런일이 생긴대도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하면 회복할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건강히 살아있기만 하면 뭐가 중할까 싶다가도, 그래도 머리카락만은 지키고 싶다로 결론이 나는 어느 50대의 간증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