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 걸렸어요.
꽃게탕을 좋아해요.
그래서 오늘 놀고 있는 남편까지 끌고 가서 꽃게를 한박스 사왔는데
집에 와서 상자를 열어보니 톱밥 안에 감춰져 있던 꽃게들이
움직이더라구요.
이제까지 죽은 꽃게만 사서 먹었는데
처음으로 살아 있는 걸 사오긴 했는데 정말 저 게를 처리하는 일이 일이겠다 싶더라구요.
그래도 맛있게 먹겠다는 일념으로 가위로 집게발을 잘랐는데
오나전히 자른 건 아니고 끝부분만 날렸거든요.
그러고 나서 다시 게딱지 떼고 솔질 좀 하려고 잡았더니
그 잘린 집게발로도 날 얼마나 강하게 잡는지
아픈 거 반 놀란 거 반해서 소리를 꽥 지르니 남편이 뛰어나와서
결국 남편이 집게발은 다 잘라주었죠.
그러고도 게들이 얼마나 강한지 계속 움직이고 그런 게를 저는 붙잡고 다른 발도 끝부분은 날리고
그랬는데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보아오고 먹어온 게라 그런지
저는 그냥 익숙한 식재료일뿐 아무 감정도 안 들더라구요.
근데 남편은 계속 미안하다고 내가 먹을려니 어쩔 수 없다는둥
저는 뭔 소리야, 자연의 질서가 그런거지 무슨 미안이라느니 그만해 그러고도
다듬는데 무려 한시간 걸렸어요.
그 이후로 또 같이 넣을 다른 식재료 다듬고 해서 꽃게찌개 끓여서 먹기까지
또 한 시간이 소요됐지만 맛있는 식사였어요.
그거 안 한다고 내가 특별히 더 할 일을 더 할 거 같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같이 먹을 사람이 있을 때 먹고
제철에 먹는 게 남는거지 라는 마음으로 먹었는데
글 쓰면서 내려다 보니 손에는 여전히 아까 처음에 찝었던 그 꽃게집게발의 흔적이 남아있네요.
다음에는 냉동 꽃게를 살까 싶기도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