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월요일마다 딸과 친구들을 무용학원에 데려다주는 엄마입니다. 다른 엄마들과 돌아가며 픽업을 맡고 있는데, 오늘은 제 차례였어요.
3시 30분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픽업해서 4시까지 학원에 데려다주고, 집까지 돌아가긴 애매해서 근처에서 이것저것 일을 보다 5시에 다시 픽업합니다. 아이들 수업은 5시에 끝나지만, 이번 학기엔 친구들과도 잘 맞고 선생님도 좋아서 그런지 수업 끝나고도 20~30분씩 수다 떨고 장난치고 나옵니다.
오늘은 제가 5시 30분에 화상회의가 있어서 딸에게 '오늘은 5시 10분까지 나와라'라고 미리 말했는데, 남편에게는 '엄마가 오늘 학원-집 픽업 못 하니 아빠가 와 줘'라고 부탁했더군요. 남편은 별 생각 없이 수락했고요. 참고로 남편은 평소엔 재택근무를 합니다. 그리고 집-학교 편도 10분 거리, 학교-학원 편도 10분 거리입니다.
저는 이런 상황이 마음에 걸려요. 엄마가 학교→학원 데려다주느라 왕복 20분, 아빠는 학원→집 데려오느라 왕복 20분. 딸 한 사람이 수다 좀 더 떨겠다고 성인 두 사람의 시간을 조율하는 게 맞는 건가요?
말이 왕복 20분이지, 나갈 준비하고 다시 일 세팅하면 거의 30분 이상이 허비되는 건데요.
사실 오늘은 남편이 외근이라 그 시간에 맞춰 딸을 데려올 수 있다고 했지만, 딸은 그걸 모르고 그냥 '아빠는 재택이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알면서도 자기 수다 시간 확보하려고 부모를 움직이게 하려는 거예요.
남편은 어차피 크게 손해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해주는 게 낫다, 당신은 너무 계속 거절만 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제가 융통성이 없고 정해진 대로 하는 것을 좋아해서, 딸에게 거절을 많이 하는 편이기는 합니다. 그리고 남편은 딸이 울고 우기면 결국은 그렇게 해줍니다. 그런데 저는 나름대로, 안 된다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어제 저녁에 밥 다 차리고 앉았는데, 케데몬 가라오케를 해야 된다고 울고불고 소리 질러서, 남편이 5분 정도 가라오케 해주고 밥 먹었어요. 밥 먹고 하자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남편은 “에너지, 시간, 돈 크게 드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원하는 걸 잠깐 해주는 건 괜찮다”, 저는 “밥 차려놨으면 밥 먹는 거지, 우긴다고 가라오케 하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이에요.
결국 오늘은 제가 학원-집 픽업하기로 했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아이의 감정과 부모의 시간/에너지 사이에서 어디까지 맞춰줘야 하는지 고민이 됩니다.
(혼자 다녀도 될 만한 나이라(일행 중 일부 아이는 혼자 다녀요.) 정해진 시간에 안 나오면 그냥 저 혼자 집에 오려고 해요. 딸에게게 그렇게 말해 두었고요.)
혹시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들, 어떻게 균형을 잡으셨는지 조언 부탁려도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