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여름이 지나가네요

오늘 조회수 : 2,653
작성일 : 2025-09-01 17:12:36

여름이 이제 서서히 끝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더니, 지금은 비가 그치고 공기가 눅눅하게 차올라 있어요. 그런데 신기한 건, 습기가 가득한데도 여름 한창처럼 숨 막히게 뜨겁진 않다는 거예요. 열기는 빠지고 대신 비 냄새랑 젖은 흙냄새가 공기 속에 섞여서, 뭔가 한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여운 같은 게 느껴져요.

저는 숲이 보이는 창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어요. 근데 이 책이 재미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는 넘기는데, 마음이 푹 빠져드는 건 아니고, 그냥 시간 따라 흘러가는 기분이랄까. 그러다가 배가 고파져서 고구마를 하나 구워 먹었습니다.

집에 함께 사는 고양이가 있는데, 사람 나이로 치면 이제 딱 20대 중반쯤 되는 숙녀예요. 제가 먹다 남긴 고구마를 킁킁거리며 조금 맛을 보더니, 기대와는 달랐는지 금세 흥미를 접고는 창밖을 구경합니다. 제 고양이의 눈빛은 참 신비해요. 밝은 데서는 몰디브 바다 같은 옅은 민트빛이 도는 데다 흰빛이 섞여 있는데, 어두운 데서는 녹색으로 빛나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몰디브 바다빛 같은 그 옅은 민트색이 더 마음에 들어요.

열린 창으로 까마귀 소리가 들리고,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소리도 섞여 들려요. 매미도 아직 울긴 하는데, 한창 더위 속에서 요란하게 울던 그때랑은 달라요. 힘찬 기세는 사라지고 이제는 조금 서글프게 들리네요. 7년이나 땅속에서 버티다가 나와서 며칠 울고 생을 마감한다니, 그 짧고도 치열한 삶이 떠올라서 더 안쓰럽게 들리는지도 모르겠어요.

여름의 비 냄새와 습기가 남은 공기 속에서, 열기는 사라졌지만 계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괜히 마음도 나른하고, 이 한적함이 뭐라 말할수없는 충족감을 주네요.

IP : 59.12.xxx.3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해요
    '25.9.1 5:35 PM (223.39.xxx.186)

    한편의 수필같은 글 잘 읽었어요
    힐링되네요
    가끔 글 남겨주세요 ^^

  • 2. 내일은 사장님
    '25.9.1 5:48 PM (61.79.xxx.182)

    그림같아요.
    언제나 저런 평화로움을 느껴볼 수 있을까 싶네요.

  • 3. 현실과마법
    '25.9.1 6:01 PM (112.167.xxx.79)

    제 맘도 편해지는 글이네요. 자주 올려주세요.

  • 4. 체리망고
    '25.9.1 6:06 PM (39.125.xxx.46)

    고양이 눈 묘사가 일품이에요

  • 5. 고양이는
    '25.9.1 6:50 PM (221.146.xxx.9)

    참 신비로운 생명체죠
    신이 정성들여 빚은게 티가 나요
    보고있으면 묘하게 빨려들어요

  • 6. 고양이는
    '25.9.2 10:23 AM (118.218.xxx.85)

    모습뿐 아니라 야옹하는 울음소리도 신비롭답니다.
    어떻게 저런 이쁜 소리를 내는지

  • 7. ...
    '25.9.2 5:02 PM (49.239.xxx.30)

    글 잘 쓰는 것도 재능인거죠?^^
    너무 편하게 잘 읽었습니다.
    자주 글 올려 주세요.

  • 8. 82
    '25.9.2 5:22 PM (118.221.xxx.11) - 삭제된댓글

    좋아요! 구독! 하트모양 꾹 누르고 싶은 마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48997 이전시 언제쯤 통보하시나요? .. 2025/09/01 416
1748996 그리스 7박8일(8박9일) 아테네 주변 마테오라, 델포이 참견 .. 3 .. 2025/09/01 895
1748995 당신, 검사 해봤어? 안 해봤잖아…손대지 마!" 13 써글 2025/09/01 5,547
1748994 예금자보호 1억일때 7 궁금해요 2025/09/01 2,846
1748993 서울 운전 너무 힘들어요ㅠㅠ 숄더체크? 8 ㅅㅅ 2025/09/01 2,391
1748992 '롯데카드' 고객 정보 해킹…보안 업계 "역대급 규모&.. 7 ㅇㅇ 2025/09/01 2,882
1748991 제목은 일상글인데 내용은 정치글이거나 정치 은근슬쩍 끼워넣은 글.. 7 .. 2025/09/01 546
1748990 허리 신경주사 얼마 간격으로 몇번 맞으셨나요? 4 .. 2025/09/01 1,325
1748989 불교 입문하려고 하는데 우선 읽어볼 책 추천바라요 5 불교입문 2025/09/01 931
1748988 파김치하고 실온에 얼마나 두나요? 2 파김치 2025/09/01 813
1748987 베이비시터 선생님 4 ... 2025/09/01 1,383
1748986 둘 중 어느 아르바이트가 좋을지 봐주세요. 2 ..... 2025/09/01 1,353
1748985 영화 ㅡ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ㅡ스포 있음 10 노인 2025/09/01 2,112
1748984 에어프라이어안에 종이호일 대신 뭐 쓰시나요? 9 에어프라이어.. 2025/09/01 2,297
1748983 커버력 좋으면서 자연스런 쿠션? 파데? 10 커버 2025/09/01 2,528
1748982 너무 둔하고 심각할 정도로 섬세하지 않아도 가끔 2025/09/01 652
1748981 방배동 구삼호 아시는 분 계신가요? 3 나무 2025/09/01 1,454
1748980 갱년기우울증 9 ... 2025/09/01 2,764
1748979 명절 때마다 시댁에서 자고 온다 14 ... 2025/09/01 5,307
1748978 국힘 현수막 보며 4 길가다보면 2025/09/01 1,048
1748977 집에 계신분들 에어컨 8 집에 2025/09/01 1,938
1748976 남의 차에 블루투스 연결했을 때 4 블루투스 2025/09/01 1,873
1748975 헬스, 계단, 러닝등 운동하시는분들~ 3 ... 2025/09/01 1,898
1748974 등기부등본 보면 대출액도 알 수 있나요. 9 .. 2025/09/01 3,632
1748973 브리타 정수기 그만 써야하나요 필터가 다 중국제조 10 2025/09/01 3,8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