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여름이 지나가네요

오늘 조회수 : 2,645
작성일 : 2025-09-01 17:12:36

여름이 이제 서서히 끝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더니, 지금은 비가 그치고 공기가 눅눅하게 차올라 있어요. 그런데 신기한 건, 습기가 가득한데도 여름 한창처럼 숨 막히게 뜨겁진 않다는 거예요. 열기는 빠지고 대신 비 냄새랑 젖은 흙냄새가 공기 속에 섞여서, 뭔가 한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여운 같은 게 느껴져요.

저는 숲이 보이는 창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어요. 근데 이 책이 재미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는 넘기는데, 마음이 푹 빠져드는 건 아니고, 그냥 시간 따라 흘러가는 기분이랄까. 그러다가 배가 고파져서 고구마를 하나 구워 먹었습니다.

집에 함께 사는 고양이가 있는데, 사람 나이로 치면 이제 딱 20대 중반쯤 되는 숙녀예요. 제가 먹다 남긴 고구마를 킁킁거리며 조금 맛을 보더니, 기대와는 달랐는지 금세 흥미를 접고는 창밖을 구경합니다. 제 고양이의 눈빛은 참 신비해요. 밝은 데서는 몰디브 바다 같은 옅은 민트빛이 도는 데다 흰빛이 섞여 있는데, 어두운 데서는 녹색으로 빛나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몰디브 바다빛 같은 그 옅은 민트색이 더 마음에 들어요.

열린 창으로 까마귀 소리가 들리고,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소리도 섞여 들려요. 매미도 아직 울긴 하는데, 한창 더위 속에서 요란하게 울던 그때랑은 달라요. 힘찬 기세는 사라지고 이제는 조금 서글프게 들리네요. 7년이나 땅속에서 버티다가 나와서 며칠 울고 생을 마감한다니, 그 짧고도 치열한 삶이 떠올라서 더 안쓰럽게 들리는지도 모르겠어요.

여름의 비 냄새와 습기가 남은 공기 속에서, 열기는 사라졌지만 계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괜히 마음도 나른하고, 이 한적함이 뭐라 말할수없는 충족감을 주네요.

IP : 59.12.xxx.3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해요
    '25.9.1 5:35 PM (223.39.xxx.186)

    한편의 수필같은 글 잘 읽었어요
    힐링되네요
    가끔 글 남겨주세요 ^^

  • 2. 내일은 사장님
    '25.9.1 5:48 PM (61.79.xxx.182)

    그림같아요.
    언제나 저런 평화로움을 느껴볼 수 있을까 싶네요.

  • 3. 현실과마법
    '25.9.1 6:01 PM (112.167.xxx.79)

    제 맘도 편해지는 글이네요. 자주 올려주세요.

  • 4. 체리망고
    '25.9.1 6:06 PM (39.125.xxx.46)

    고양이 눈 묘사가 일품이에요

  • 5. 고양이는
    '25.9.1 6:50 PM (221.146.xxx.9)

    참 신비로운 생명체죠
    신이 정성들여 빚은게 티가 나요
    보고있으면 묘하게 빨려들어요

  • 6. 고양이는
    '25.9.2 10:23 AM (118.218.xxx.85)

    모습뿐 아니라 야옹하는 울음소리도 신비롭답니다.
    어떻게 저런 이쁜 소리를 내는지

  • 7. ...
    '25.9.2 5:02 PM (49.239.xxx.30)

    글 잘 쓰는 것도 재능인거죠?^^
    너무 편하게 잘 읽었습니다.
    자주 글 올려 주세요.

  • 8. 82
    '25.9.2 5:22 PM (118.221.xxx.11) - 삭제된댓글

    좋아요! 구독! 하트모양 꾹 누르고 싶은 마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70063 특검 '추경호, 尹과 공모 충분히 소명됐다 판단' 5 ... 2025/11/03 1,467
1770062 런던베이글 유족 합의했다네요 43 00 2025/11/03 14,913
1770061 최근 제주도 다녀오신분 계신가요 10 oo 2025/11/03 1,727
1770060 다들 주식 얘기하시니... 저는 연금계좌로만 주식하는데요 2 ... 2025/11/03 2,470
1770059 버티다가 결국 돋보기 썼네요 3 .. 2025/11/03 1,890
1770058 조지 클루니 “바이든 재출마 반대 후회 안 해···문제는 해리스.. 2 ㅇㅇ 2025/11/03 1,578
1770057 컷트한 첫날 마음에 드나요 4 2025/11/03 944
1770056 우지라면 사왔어요! 6 ........ 2025/11/03 2,037
1770055 대통령실이 이재명 재판중지법 만류한 이유 (ㅋㅋ 시원하다) 20 .. 2025/11/03 3,460
1770054 상생페이백 사용했다는 글 8 저아래 2025/11/03 1,934
1770053 윤돼지 오늘도 재판에서 술안주 얘기 ㅋ 20 ... 2025/11/03 4,615
1770052 동네에 정치현수막 신고하고싶어요 7 ㄱㄴ 2025/11/03 965
1770051 17 프로맥스 , 갈아탄다 삼성폰으로 6 2025/11/03 1,188
1770050 요즘 지하철에서 와이파이 연결이 잘 안되지 않나요? 2 지하철 2025/11/03 1,276
1770049 가리비찜 솔로 껍질 일일이 씻어야 하나요? 2 happy 2025/11/03 868
1770048 아파트 신축에서 첫겨울인데 8 신축 2025/11/03 2,307
1770047 전세자금을 반환해야하는데요.... 10 세입자 2025/11/03 1,682
1770046 쿠팡 택배기사 소속 단체 "93%가 새벽배송 제한 반대.. 10 dddd 2025/11/03 3,131
1770045 놀랍네요. 그니까 지귀연이 복지분야 전담재판부였는데 내란재판을 .. 3 와우 2025/11/03 1,613
1770044 김치찜 할때, 등갈비 핏물 어떻게 빼요? 4 -- 2025/11/03 926
1770043 미국주식 지금 매도가능한가요? 3 ... 2025/11/03 1,483
1770042 친정아빠가 형부들한테는 지금까지 10원한장 못받아봤다 하시네요 37 형부들 2025/11/03 7,228
1770041 곽종근 "윤석열, 한동훈 총 쏴서라도 죽이겠다고해&qu.. 8 ... 2025/11/03 2,382
1770040 성시경 매니저 배신 ㅠㅠ 25 ........ 2025/11/03 17,935
1770039 윤수괴가 한동훈 등 잡아오라며 ‘내가 죽이겠다’ 했다네요 11 속보 2025/11/03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