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여름이 지나가네요

오늘 조회수 : 3,158
작성일 : 2025-09-01 17:12:36

여름이 이제 서서히 끝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더니, 지금은 비가 그치고 공기가 눅눅하게 차올라 있어요. 그런데 신기한 건, 습기가 가득한데도 여름 한창처럼 숨 막히게 뜨겁진 않다는 거예요. 열기는 빠지고 대신 비 냄새랑 젖은 흙냄새가 공기 속에 섞여서, 뭔가 한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여운 같은 게 느껴져요.

저는 숲이 보이는 창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어요. 근데 이 책이 재미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는 넘기는데, 마음이 푹 빠져드는 건 아니고, 그냥 시간 따라 흘러가는 기분이랄까. 그러다가 배가 고파져서 고구마를 하나 구워 먹었습니다.

집에 함께 사는 고양이가 있는데, 사람 나이로 치면 이제 딱 20대 중반쯤 되는 숙녀예요. 제가 먹다 남긴 고구마를 킁킁거리며 조금 맛을 보더니, 기대와는 달랐는지 금세 흥미를 접고는 창밖을 구경합니다. 제 고양이의 눈빛은 참 신비해요. 밝은 데서는 몰디브 바다 같은 옅은 민트빛이 도는 데다 흰빛이 섞여 있는데, 어두운 데서는 녹색으로 빛나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몰디브 바다빛 같은 그 옅은 민트색이 더 마음에 들어요.

열린 창으로 까마귀 소리가 들리고,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소리도 섞여 들려요. 매미도 아직 울긴 하는데, 한창 더위 속에서 요란하게 울던 그때랑은 달라요. 힘찬 기세는 사라지고 이제는 조금 서글프게 들리네요. 7년이나 땅속에서 버티다가 나와서 며칠 울고 생을 마감한다니, 그 짧고도 치열한 삶이 떠올라서 더 안쓰럽게 들리는지도 모르겠어요.

여름의 비 냄새와 습기가 남은 공기 속에서, 열기는 사라졌지만 계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괜히 마음도 나른하고, 이 한적함이 뭐라 말할수없는 충족감을 주네요.

IP : 59.12.xxx.3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해요
    '25.9.1 5:35 PM (223.39.xxx.186)

    한편의 수필같은 글 잘 읽었어요
    힐링되네요
    가끔 글 남겨주세요 ^^

  • 2. 내일은 사장님
    '25.9.1 5:48 PM (61.79.xxx.182)

    그림같아요.
    언제나 저런 평화로움을 느껴볼 수 있을까 싶네요.

  • 3. 현실과마법
    '25.9.1 6:01 PM (112.167.xxx.79)

    제 맘도 편해지는 글이네요. 자주 올려주세요.

  • 4. 체리망고
    '25.9.1 6:06 PM (39.125.xxx.46)

    고양이 눈 묘사가 일품이에요

  • 5. 고양이는
    '25.9.1 6:50 PM (221.146.xxx.9)

    참 신비로운 생명체죠
    신이 정성들여 빚은게 티가 나요
    보고있으면 묘하게 빨려들어요

  • 6. 고양이는
    '25.9.2 10:23 AM (118.218.xxx.85)

    모습뿐 아니라 야옹하는 울음소리도 신비롭답니다.
    어떻게 저런 이쁜 소리를 내는지

  • 7. ...
    '25.9.2 5:02 PM (49.239.xxx.30)

    글 잘 쓰는 것도 재능인거죠?^^
    너무 편하게 잘 읽었습니다.
    자주 글 올려 주세요.

  • 8. 82
    '25.9.2 5:22 PM (118.221.xxx.11) - 삭제된댓글

    좋아요! 구독! 하트모양 꾹 누르고 싶은 마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22717 영국식 화장 지우고 한국식 화장한 영국녀 저나 00:53:28 5
1822716 방귀는 왜자꾸 나오는건가요? 가스 00:50:27 32
1822715 취업 면접 부족한건 어디서 도움받나요 1 00:46:39 56
1822714 부동산은 포기했나봐요? 5 ... 00:41:29 264
1822713 월드컵이 큰대회인건아는데 전국민이 들끓는것도 비정상이죠 10 슺ㄷㄴㆍㄹ 00:34:02 292
1822712 이마 중정이 푹 들어가고 파인듯한 주름이 어지럽게 있어요 ㅜㅜ 00:27:59 156
1822711 배재고 야구부 ‘5·18 조롱’할 때 광주일고는 “광주의 함성”.. 9 123 00:05:46 955
1822710 용인 아너스톤 주변 맛집이랑 카페 좀 알려주세요 아너스톤 00:02:23 103
1822709 바닷가에서 회혼자먹기 4 00:01:49 441
1822708 신비복숭아, 이거 괜찮은지 봐주세요. 3 신비 2026/06/29 561
1822707 미국에서 반도체 가격 담합 소송 제기 3 ... 2026/06/29 764
1822706 배재고 감독 권오영 대구 출신 14 ... 2026/06/29 987
1822705 우리들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대통령 화법 9 2026/06/29 1,047
1822704 김기현 "월드컵 참사, 이 대통령도 책임 있어".. 7 ... 2026/06/29 767
1822703 코팅 후라이팬 자주 바꾸는거 넘 아까운데요 4 ㅇㅇ 2026/06/29 653
1822702 무안공항 참사로 부모님을 잃고 혼자만 남은 남자 5 cv 2026/06/29 1,483
1822701 대호기자 파리 갔네요 7 얼망 2026/06/29 1,003
1822700 갑자기 뭔 애들 걱정들? 너나 잘하세요 20 ... 2026/06/29 1,626
1822699 얼굴이 미친듯이 가려울때 어떻게해요? ㅠ 7 가려움 2026/06/29 623
1822698 이관훈 TV @관훈 일단해봐(홍보해드리고 싶어요) 5 .. 2026/06/29 239
1822697 어떤 남편이 낫나요 5 ㅗㅎㄹ 2026/06/29 707
1822696 이 개엄마랑 애기 잘클까요? 1 .. 2026/06/29 572
1822695 똥형 돼지목사등 김어준 욕하고 난리인데 25 2026/06/29 1,045
1822694 여자들한테 인기 많은분? ㅜㅜ 2026/06/29 308
1822693 배재고 영상 보셨어요? 와 혈압... 21 ㅡㅡ 2026/06/29 2,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