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베란다로 달려갑니다.
새 순이 얼마나 돋았나, 얼마나 자랐나 보고
화초들이 불편한 건 없는지 살펴봅니다.
동시에 그 초록을 실컷 누리는 거죠.
저희집 베란다는 아주 작아요.
그런데 화초들는 큼직큼직합니다. 잎이 아주 큰 관엽식물들이 대부분입니다. 꽃은 없어요. 미니 온실을 만드는 게 제 소망입니다. 저 혼자 즐기는 미니온실이요.
그리고 나서 물 마시고 커피 마시고 등등을 하고 청소를 합니다. 온 집안을 스팀청소기로 박박 닦으면 에어컨을 켜놓아도 땀이 흘러요.
청소를 끝내고 간단하게 씻은 후에 밥 먹고 설거지 세탁 등등.
그리고 저 혼자의 시간을 보냅니다.
친구도 좋고 모임도 좋겠지만 제 에너지가 크지 않아서 저는 꼭 해야되는 일들만 하거든요.
그래서 혼자서 하고 싶은 일을 합니다. 요리든 독서든 낮잠이든 하고 싶은 것들을 해요.
가족들 밥 차려주기는 제가 할 수 있으면 하고 시간이 안 맞으면 각자 해결합니다.
그리고 오후에 일을 하러 갑니다.
어쩌면 이 일에 제 에너지를 다 쏟아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일들(친구나 모임 등등)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가 아니고 그게 전부입니다.
일을 끝내고 집에 오면 늦은 밤이죠. 집에 와서 설거지를 합니다.
하루종일 그릇을 모아둔 식기세척기 버튼을 누르고
또 하루종일 모아둔 음식물처리기 버튼을 누르고
깨끗한 행주로 부엌을 닦아요.
다 끝나면 마지막으로 싱크대 하수도 구멍을 세제로 깨끗이 닦은 후 하루 일을 마무리합니다.
그러니까 저의 하루 시작은 창문과 화초 바라보기와 청소이고
마무리는 싱크대 청소입니다.
그런데 이 하루하루의 일상이 무척이나 만족스럽습니다.
시시껄렁한 별게 다 좋거든요.
전기밥솥에 밥을 안쳐놓고 깨끗이 삶아서 햇빛에 널어말린 하얀 행주로 밥솥을 닦아낼 때, 그 시시한 일상이 기분 좋아요.
이런 일상들을 즐거워하다 보니 하루가 제법 충만하고 행복합니다.
하나 더 소망이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백팔배 또는 삼백배를 하는 것인데 이것도 조만간 시작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