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시아버지 빨래글 보고 생각나서요.
이십대 중후반쯤 결혼하고 신혼여행 다녀와서 시할아버님댁에 인사하러 가는 자리였어요.
시할아버님은 결혼앞두고 한번 인사차 뵌게 다였고 뇌졸증으로 거동이 불편한지 10년쯤 되셨다 하고 몸이 불편하신 시할머니가 겨우겨우 돌보시며 사시는 중이였어요.
당연히 결혼식장에 오실 상황이 안되셨어요.
여튼 그렇게 두번째 얼굴 뵙는 자리였고 시댁친척들도 다 모였었는데 식사할때가 되니 시어머니가 저보고 시할아버지 옆에 가서 식사시중을 들라는거예요.
거동이 불편하신 노인 식사시중은 해본적이 없었던지라 너무 당황해서 그 말을 듣고도 선뜻 움직이도 대꾸하지도 못하고 그냥 가만 있었어요.
시댁식구들 눈치와 죄책감으로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요.
그래도 그런데로 넘어가는 상황이라 다행이였어요.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 하고 돌아서고 나니 시어머니가 저보고 시할어버지 발톱을 깍아드리라 하더라구요.
역시 또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니 친척들 다 있는 앞에서 면박을... 긴 말은 안 할께요.
여튼 저는 인성이 덜된 인간이 되버린거죠.
근데요. 억울했어요. 지금도 억울해요.
지금이야 애 낳아서 키워보니 비위가 강해졌지만 그때는 정말 학교 다니고 직장만 다녀본 아가씨였어서 시할아버지에게서 나던 소변냄새와 집안의 화장실 냄새, 그리고 난생 처음보는 밥상위에 올려져있는 틀니, 그 더위에 절대 틀어주지 않는 에어컨... 비위가 약한 저에겐 거기서 밥 먹는거 자체가 미션이였고 그 많은 인원의 설거지도 처음 해보는 날이었거든요.
에효. 여튼 그 후에도 남들 앞에서 시어머니한테 망신 당하는거 여러번 당하다가 지금은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가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