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우르르 다니는 것도 즐겁지만
혼자 노트북 들고
카페 같은 데 가서 곧잘
시간 보내는 거 좋아하는 편입니다.
5,6년 전에 홈쇼핑에서 구매한
노트북을 애지중지 잘 쓰고 있었는데요
아무렇지도 않았던 어제
퇴근하고 갈까말까 이상하게 망설여지다가
누워있으면 뭐하나 싶어
역시 노트북 챙겨 들고 나갔는데...
그렇게 여러 수십 번 노트북 켜두고
음료 마셨는데 뭐에 홀린 듯
원래 있던 자리에서 이쪽으로 옮기다가
얼음 들어간 컵을 펼친 노트북 위로
와르르 쏟았어요..ㅠㅠ
정신이 멍해지면서
분주하게 노트북 내려놓고
테이블부터 닦느라 분주했죠
그게 화근이었던 건지 어쩐 건지
휴지로 닥아낸 노트북이 처음엔
멀쩡했는데, 다 정리하고 난 뒤에야
가운데 키보드 한 개가 작동이 안되더라구요.
그때부터 밀려오는 자책과 후회로
마음이 그냥 너무 안 좋았죠
왜 컵을 옮겼나부터 시작해서
그냥 집에 있지 여기 와 왔을까.
막 그러고 있는데
화면 왼쪽 하단에 조금씩
뭐가 낀 듯 뿌애지기 시작..
아..그때부터는
이 거 큰일이다, 노트북에 담겨 있는
여러 자료들, 사진들이
날라갈 수 있겠구나 싶은 공포로
머리가 쭈뻣해지더라구요.
바로 전원 껐어야했나 하는
또 뒤늦은 후회가 짜증을 불러오고....
빨리 USB에 옮기기부터 해야겠자 싶어
서둘러 와서 켜는데
이제는 비번의 숫자가 안 먹혀요.ㅠㅠ
와. 진짜 그때부터는 식은땀이 나면서
등골이 묘해지는 그런..
서비스센터 가야 하는데
도저히 일정은 안될 거 같고
그러면서도 계속 짜증은 밀려오고
문득 드라이로 말려봐야겠다는 생각 나더라구요
될까 싶은데 혹시 모르니 싶어
전원 끄고 자판위에 찬바람 모드로
몇 분 대고 있었는데 왈칵 눈물이 .
아무튼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시 켰는데.
화면 뿌애지는 건 그대로인데
다행히!! 키보드는 정상 작동이 되더라구요
오 마이!!! 감사합니다!!! 하면서
서둘러 USB 찾아서 자료 옮기고 어쩌고 하면서
급하게 새 노트북 알아보고
가격보니 또 짜증나고....
새벽까지 잠 잘 못자고,
계속 자책과 후회 거듭했는데 .
그런데 ..ㅎㅎ
여기서부터가 진짜 할 이야기에요
노트북 새로 사야 하는 비용이
자꾸 마음을 괴롭혔는데요
갑자기!!
얼마전까지
요즘 막 나오는 얇고 고급스러운
새 제품 보면서 갖고 싶다는 생각..
분명 했다는 기억이 나면서,
지금 쓰고 있는 제품이
로딩이 꽤나 느려서 불편했다는 거.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 힘들었다는 거
흰색이다보니 아무래도 손때가....
그러다가 문득,
내 나이 몇 살이지?
나 이거 하나 살 능력 안되나?
새 거 사고 누릴 행복 신나지 않아?
어차피 바꿀려고 했잖아?!
자료 백업 한 것만으로도 운 좋은거야!
이렇게 생각의 전환을 하고 나니
진짜 신기한 ..마음의 평화랄까요
갑자기 급우울모드에서
너무너무 기분이 막 그냥 좋아졌어요.ㅎㅎ
잘은 모르지만
심리학에서 너무 우울해있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또 다른 자아가
마치 면역체계의 백신처럼
자기방어 기제로 발동한다던데
딱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어요.
왜 컵을 옮겼을까 하는
쓸잘데기 없는 후회 대신에
새 거 궁금하다. 쓰면 어떨까 하는
기대가 생기는 순간
막 웃음이 나고 그런....
막 어제 산 걸 고장낸 것도 아니라는
그런 마음도 들면서...ㅎㅎ
서둘러 예쁜 케이스도 주문하고.
아무튼
그런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의 전환이
거창하게 인생을 또 살아가게 하는,
그런 힘이기도 한 가봐요.
이 신기한
마음 바꿈의 효과를 전파하고자
서둘러 글 써 봅니다.
새 노트북 오면
자랑 ㅎㅎ 삼아 글 한 번 더 써볼께요
오늘 하루도 힘 내 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