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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등산 시작 2달이 다 되어갑니다

... 조회수 : 2,821
작성일 : 2025-08-18 12:11:59

7월 2일에 등산 시작 1주일 째, 7월 18일에 등산 시작 3주가 다 되어간다고 글을 썼었어요

6월 말 하지가 지나자마자 시작한 새벽 등산이었으니, 다음 주면 두달을 꼭 채우네요

그동안 비도 오고 날도 더워서 나의 새벽 등산을 방해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으나, 일단은 아침에 눈뜨면 시계보고 베란다 창밖의 날씨 보고 아무생각없이 일단 운동화 신고 나섭니다

아파트 정문을 나서면서 오늘은 어느 코스로 갈지 정하고 그러다 비오면 어디서 어떻게 코스를 바꿀 건인가를 고민하면서 가는데, 다행히도 단 한번도 비상사태를 만나지 않고 무사히 매일의 즐거움을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딱 이틀, 밤새 내린 폭우가 하루종일 지속되던 그 이틀만 새벽 등산을 멈추었는데요

새벽 등산을 못한 첫날은 어깨, 등짝부터 궁둥이까지 움직이지 못한 근육이 근질근질한 느낌에 조바심이 느껴진달까? 그런 기분이었고, 그 다음날은 비 좀 그쳐야할텐데 생각만 들었는데, 비오지 않은 셋째날은 어느새 이불 속에서 좀 더 뭉개고 싶단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옵디다.

좋은 습관은 만들기 힘들고 일단 생긴 습관은 무너지는 거 한순간이라더니, 사흘만에 새벽 등산의 즐거움을 잊고 게으름과 맞바꿀 생각이 들다니 무섭다 싶더이다.

억지로 둔해진 몸을 이끌고 운동화짝 끌고 문을 나서면서도 무거워진 다리가 예전같지 않더라구요

음악하는 분들, 연습 하루 빠지면 내가 알고, 이틀 빠지면 가까운 주변 사람이 알고, 사흘 빠지면 청취자들이 안다고 하더라구요. 

우와, 사흘만에 제 몸으로 그걸 느꼈답니다.

새벽 등산의 즐거움이 게으름과 둔한 몸을 극복하는데는 한 일주일 걸립니다

아마도 늙어서 그렇겠죠. 망치는 건 금방인데 복구하는 건 훨씬 더 긴 시간을 요구하는... ㅠㅠ

 

피겨여왕 김연아씨에게 어떤 기자가 물었죠. 운동하면서 무슨 생각 하느냐고.

쿨하게 생각은 무슨 생각,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는 거죠, 그랬다던가...

연아씨 말대로 운동이든 뭐든 꾸준하게 한다는 건, 아무 생각없이 그냥 하는게 장땡인 것 같습니다

핑계도 구실도 없이 그냥 무작정 일단 하고 보는 거, 이거 말곤 꾸준히 할 수 있는 비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비가 오려나? 그럼 어떡하지? 갈까 말까? 그런 생각말고 일단 나가서 비오면 그때 그냥 돌아오면 되지 하는, 일단 아무 생각없이 질러 하는 무던함 같은 거?ㅎㅎㅎ

물론 그 꾸준함이 가져다 주는 이후의 기쁨이나 즐거움, 결과 등등이 귀찮음과 번잡함을 상쇄할만 것이니 할만하겠지만...

 

여전히 숲은 좋습니다. 비가 많이 오고 습한 날들이 계속 되니 초록이 물까지 머금어서 훨씬 아름답다고 해야할까요? 비맞은 것처럼 땀이 흘러 속옷부터 겉옷까지 펑펑 젖어도 잣나무숲 사이로 들리는 새소리, 한여름인데도 짙은 향을 내뿜으며 수줍게 피어있는 꽃 사이로 나있는 길을 따라 걷는 건 정말 즐겁고 행복한 일이더군요

이 즐거움에 중독되면 뻣뻣해지는 허벅지, 궁둥이 근육도 견딜만하고 헉헉거리면서도 내 몸에서 땀으로 노폐물이 제거되서 비워지듯이 몸과 뇌가 텅 비워지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텅 비워진 몸과 뇌에 일상생활의 새로운 것들을 다시 채울 수 있는 여유가 아침마다 재생된다고나 할까요

너그러워지고 참신해지고... ㅎㅎㅎ

물리적으로 몸이 어떻게 바뀌냐는 당장 표가 안나도 적어도 정신적, 심리적으로 여유로와지는 건 확실한 거 같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소득이라면 등산하는 그 두시간 동안 요즘 좋아하게 된 밴드 음악을 줄창 들어서 이젠 거의 모든 곡을 마스터했고, 분석했고(이걸로 논문이라도 써볼까 고민할 정도로 열심히 분석했다는), 가끔은 불러도 볼 수 있을 정도가 됐고(그러나 너무 고음이라 부를 수 없는게 대부분인건 여전히 슬프고), 애매하게 안 어울리던 몇몇 원피스들이 입어도 될만큼 괜찮아졌다는 정도? ㅎㅎㅎ

 

제 몸이 참 묘하게 세팅이 다시 되어서 기상시간이 일출 시간에 맞춰지는 바람에 낮이 점점 짧아지고 일출 시간이 늦어져가면서 점점 늦게 일어나고 그래서 점점 짧은 코스를 선택해야하는 난감함이 저를 기다리고 있어요

어찌어찌 9월 말 추분까지는 지금 방식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 다음엔 어찌할지...

아, 아무 생각 않기로 했으니, 그때가 오면 그때그때 대충 맞춰지겠죠. 그건 그때가서...

 

올 여름, 폭우와 더위로 무기력하게 대충 보낼 뻔 했지만, 어쩌다 시작한 새벽 등산 덕에 즐겁게 넘기고 있습니다

모쪼록 이 여름에도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일상을 살고 있는 여러분들도 어떤 무언가라도 꾸준한 즐거움이 함께 하기를...

IP : 58.145.xxx.13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ooo
    '25.8.18 12:21 PM (49.166.xxx.21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따라해보고 싶어요.

  • 2. 짝짝
    '25.8.18 12:25 PM (1.240.xxx.21)

    원글님 아주 좋은 습관을 들이셨군요.
    두달 되어가는 동안 새벽산행이 몸에 익어가는 과정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어요.
    비가 오는 이틀 쉬고 나서 게으름을 떨치기 힘들었다는데
    깊이 공감합니다. 날씨 변동에 따라 산행을 못하는 날도
    자주 생기겠지만 꾸준히 지금처럼 하시면
    몸이 절로 반응해서 산에 가야겠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날이 올거예요.
    저는 남편과 가까운 산에 다닌지 2년째 되어갑니다.
    집에서부터 걸어서 중간 정도 코스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아침 운동으로 적당한 것 같아요.
    하지가 지나고 낮이 짧아지면서 조금씩
    시간 조절이 필요해서 동절기에는 집앞 숲데크길을
    걷습니다. 따로 음악 안듣고
    남편이랑 걷다보니 대화가 늘어나고
    숲속의 다양한 새와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명상산책이다 싶은 날도 있죠
    숲은 늘 아름답고 싱그럽죠.

  • 3. 조심
    '25.8.18 12:28 PM (211.234.xxx.128)

    젤 무서운 시간, 장소를

  • 4. ..
    '25.8.18 1:35 PM (118.235.xxx.171)

    사람들이 그 시간에도 많이 다니는 안전한 길이라고 전에 쓰셨어요.
    집 근처에 그런 산이 있다는 거 참 부럽습니다.
    저도 숲 입구에서부터 쉬는 숨 자체가 달라지는 사람인데 더위를 핑계로 꼼짝을 안하고 있습니다.
    저도 부릉부릉 시동이 걸려지는 좋은 글, 감사해요.

  • 5. 어떤날
    '25.8.18 4:09 PM (116.43.xxx.47) - 삭제된댓글

    운동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음이 정답이네요.
    제가 지각 대장이라 고교 졸업 사진이 없는데(하필 사진을 아침 조회 시간 전에 찍는 바람에)
    저도 요즘 새벽 운동에 정신이 빠져있습니다.
    나이가 드니 점점 새벽 잠이 없어지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일 바엔 뛰어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저도 매일 하게 되네요.
    그렇게 뛰어나오면 비가 올 때가 있고 바람이 불 때가 있고 유난히 어둡고 습할 때가 있으나 어쨌든 현관문 나오면서 드는 생각은 '나오길 잘했다' 입니다.
    동네 공원도 이리 좋은데 숲은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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