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어떤 나이든 남직원이 그 나이에 자가 집도 없고, 부인은 놀고, 애들은 큰데, 남자 혼자 외벌이로 힘들게 일하는 것이 좀 안 되었다고 생각한 적 있고, 그걸 입밖으로 낸 적은 없는데, 그 남직원이 제가 자기를 불쌍하게 여긴다는 시선을 눈치를 채고선, 엄청 기분나빠하면서, 자존심 상해하더라구요. 그래서 동정하는 마음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한번은 반대로, 제가 거꾸로 불쌍히 여겨지는 일을 당한 적이 있는데, 어떤 수녀님이 자기는 결혼도 안 해보고, 일반적인 생활은 해보지도 않아놓고, 그냥 겉으로 보이는 저의 결혼생활 모습을 보구선, 저를 불쌍한 사람 취급을 하는데, 그 때 기분 엄청 더럽더라구요. 저는 나름 잘 살고 있는데, 자기가 뭐라고,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것인가 싶어서요.
누구를 불쌍하게 여긴다는 것이, 자신은 그 존재보다 뭔가 더 낫다는 우월함이 깔려있기에,
그 불쌍히 여김을 받게 되는 입장에서는 참 기분이 엄청 상하는 일입니다.
아까 트레이너한테 욕 먹었다고 올라온 글에서, 그 글 쓰신 분이 트레이너의 왜소한 외모와 내성적인 성격을 보고서, 그 분야에서 맞지 않아서 힘들 것이라며, 그 사람을 불쌍히 여겼다는 것을, 그 트레이너는 분명 느꼈을 겁니다. 그런 건 말로 안 해도 아우라로 전달이 되거든요. 그 트레이너는 자기보다 20살이나 많은 사람이, 자기보다 늙은 주제에 자기를 불쌍하게 여긴다는 것이 엄청 아니꼬왔을 겁니다. 그리고 자신도 싫어하는 자신의 약점을, 다른 사람도 같은 시선으로 보고, 불쌍하게 생각한다는 것이 너무 상처가 되고 싫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욕으로 뒷담화를 했다고 추측되네요.
아까 그 글에는 원글이 트레이너한테 잘못된 질문으로 추파를 던졌다는 식으로 댓글이 많이 달렸었지만, 저는 그렇게는 생각이 안 들더군요. 오히려 함부러 누군가에게 동정심을 가진 것에 대한 댓가가 아니었나 싶었어요.
누군가를 불쌍하다고 생각할 때, 혹시 내 마음속에 우월함과 교만이 없었는지 늘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동정심에는 불행의 씨앗이 들어있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