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 때 생으로 버티다가 공황발작이 와서 정신과에 가
우울증약을 타서 먹었어요. 범불안장애로 불면증에다 우울증, 무기력증이 극심했던 때였어요.
그때 먹었던 약이 기억은 안 나는데 한 이주일 먹었는데도
별로 효과는 없고 아무것도 못 먹고 누워만 있는데도 뱃살이 죽죽 찌더라고요.
포기하고 훼라민큐를 먹었어요. 훼라민 큐도 눈에 띄는 도움은 없었어요.
호르몬 문제라고 생각해서 호르몬제를 먹었는데 관절이 아픈게 훨씬 덜한 점은
있었는데 수면이라던지 우울감 해결에는 큰 도움은 안 되었고요.
대신 뭔가 온 몸에 윤기가 도는 그런 느낌은 있더라고요.
82에서 정신적으로 힘든 분들에게 우울증약을 많이 권하시는데
부작용이 있긴 하더라고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의 경우 원치 않게 힘든 생각이 자꾸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고 (강박)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을 자꾸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반추사고)
그 생각을 안하는게 인간의 의지로는 어떻게 안 되었어요.
걷기며 근력 운동도 열심히 하고
모임에도 참석했지만 모든게 그 기억과 연관되어
헤어나기가 참 힘들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약에 의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렉사프로를 4개월 먹었고 반추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안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그리고 일상생활을 회복하 수가 있더라고요.
그에 따라 치러야 하는 댓가가 있다면 식욕이 폭발해 살이 확 찝니다.
또 다른 부작용이라면 몸이 축 처지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의 감정을 마비시켜서 슬픔도 화남도 못 느끼게 하지만 기쁨도
즐거움도 못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우울증약 오래 복용하시는 분들이 하는 말이
그 무엇에도 기쁨도 즐거움도 못 느낀다고 해요. 그 말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제가 딱 그런 상황. 기쁨도 즐거움도 못 느끼겠더라고요.
우울증 중에도 키우는 냥이들보고 즐겁고 요리하며 즐겁고 햇볕보고 즐겁고
그런 감정이 싹 없어지고 모든게 회색빛처럼 느껴지는 것.
사람이 사는데 있어 일확천금을 버는 것이나 자녀가 명문대 가거나
취업을 잘 하거나 결혼을 잘 하는 것이 사는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냥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기쁨들이 살아가는 힘이 되고 이유가 된다는 것,
봄날의 새순을 보고 기뻐하고 누군가 내가 한 밥을 먹고 힘을 내고
책을 읽으며 받는 감동이며 주위 사람들의 말 한 마디에 힘을 내는 것.
이 작은 것들이 사람을 살게 하는 것임을 깨달았네요.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해요.
죽고 싶어 죽는게 아니라 살 수가 없어서 죽는 거라는 것을 알게 됐네요.
약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도와주지 못해요.
감정이 높낮이가 없어지고 그저 평평해요.
다운된 기분을 높여주지만 나를 행복하고 기쁘게는 못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