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아이가 성년이 되었고, 하루하루 자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그러고보니 이 아이를 대체 어떻게 키웠나 모르겠네요. 다시 키우라고 하면 힘들어서 못 키울 것 같아요. 그리고 자라나는 과정에서 따스하게 도움을 준 순간들이 문득 생각납니다.
① 서울 7호선 공익근무요원
유모차도 없이 아이를 안고 종점까지 밤늦게 가야 했어요. 종점행은 드문드문 있잖아요. 열차를 2개였나 3개였나 보내야 오더라구요. 그래서 플랫폼 벤치에 잠든 아이 눕혀놓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키도 크고 덩치도 좋은 공익근무요원이 오더라구요. "쉬고 계시는 건가요?"라고 물어서 "종점행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했더니 갔어요. 그런데 열차 1개가 지나가고 나니 다시 오더라구요.
"아까부터 봤는데, 여기 먼지도 많이 날리고 아기에게 안좋습니다. 함께 쉬실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안내하겠습니다"
저는 재차 "종점행 탈거다. 괜찮다"라고 이야기했죠.
그때는 그냥 그렇게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 많은 감사가 느껴져요. 공익근무 그거 열심히 한다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세심히 신경써줬어요. 이미 20년도 더 지난 일이니 그분도 어디선가 잘 살고 계시겠죠.
② 버스에서 도와준 젊은 남성분들
유모차에 누운채로 아이는 잠들어버려서 유모차를 뒤로 뉘어놨거든요. 버스는 멈췄고, 그때는 저상버스는 가뭄에 콩나듯 있었던 시절이에요. 그래서 유모차 뒷문앞에 놓고 제가 빨리 내려갔어요. 그 다음에 유모차를 들어서 내려야 하잖아요?
그런데 다들 아시죠? 아이가 잠들어 유모차를 뒤로 뉘어놓으면 붙잡아 들고 내리는데 힘이 거의 3배는 들어요. 유모차 붙잡고 당황하던 찰나,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버스 안에 젊은 남성 분들 여기저기서 3명이나 왔어요. 말도 안 했는데 유모차 조심조심 내려주고 바로 들어가버린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할새도 없었네요.
③ 식당, 쇼핑몰, 기타 여러 업장 종업원과 주인분들
아이 데리고 왔다가 먹을 것 하나 더 가져오고, 편의상 제공해줄 것 없는지 묻고, 걸레나 물이나 기타 제가 요청하는 것들 최대한 신경써서 가져다주고 하셨던 많은 식당의 종업원과 주인분들께 그때 충분히 인사드리지 못한게 아직도 마음에 남아요. 각종 쇼핑몰이나 놀이공원이나 여러 시설에서도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준 직원이나 매니저분들이 참 많았어요. 그분들께도 감사인사 제대로 못하고 다 넘어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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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운 것은 부모뿐이 아니라, 사회라는 생각이 요즘 들어 참 많이 들어요. 고마웠던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할 길이 이제는 어렵지만, 이 사회에 고마움을 돌려줄 수는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