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아선호사상 심한 종갓집 장남의 첫째딸로 태어났는데요
제 아래 동생도 여동생..
그래서 엄마가 시집식구들이랑 사이가 너무 안 좋았는데
아들 낳겠다고 한약 지어먹으러 다니고
옛 시절에는 꼭 그렇게 아들낳게 해주는 한의원들은 꼭 시골 외진데 있었어요
옛날에 무슨 차가 있나요
시외버스 타고 여동생은 엄마 등에 업혀 있고 저는 엄마 손 잡고
멀리 멀리 한약을 지으러 가면
집에 돌아올때쯤이면 그런 시골길 대부분 그 80년대 후반에 무슨 가로등이 있나요
그럼 진짜 깜깜한 시골길을 개구리 소리만 왕왕 울리는 그 길을 엄마 손을 잡고 한없이 걸어요
어른 걸음으로는 잠깐이더라도 어디 아이 걸음으로는 그런가요
엄마는 어른이라 대수롭지 않았겠지만 저는 정말 한없이 무서움을 참고 걸었던 기억이 나요
아직도 그 시골길의 공포.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보니
엄마가 나랑 같이 있어준 시간은 아들 낳겠다고 그런데 간데 밖에 없구나
집에 돈도 없어서 엄마가 평소엔 일을 했거든요
그냥 그 시절의 제가 불쌍해요
남아선호사상만 아니었어도 저도 그렇게 무서운 시골길 걸을 일도 없었겠죠
그냥 가끔 그 생각만 하면 한없이 제 마음에도 어둠이 내려요
존재 자체로 인정받지 못했던 K-장녀 마음의 쓴뿌리겠죠
그냥... 섭섭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