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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40넘어서 요즘 엄마 덕 보고 살아요.

... 조회수 : 6,069
작성일 : 2025-07-20 21:13:48

어릴때부터, 엄마가 자기의 성공을 향해 달리는 삶을 살았어요. 그 시절에 장녀로 자란 엄마는 재주는 많았지만 딸린 동생 7명 건사하느라 대학은 못가고 기술자격증을 하나따서 열심히 자영업을 했어요. 성공을 하겠다며 브레이크 없는 삶을 살았어요. 제 나이 5살부터요.

성인이 될때까지 엄마는 12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왔고, 저 초등학교때 엄만 제가 몇학년인줄도 몰랐어요. 상상이 안가시죠? 같이 살긴살았으나, 반찬은 파출부 아줌마가 해줬고, 아침이면 저는 혼자 일어나 컴컴한 집에서 불도 안켜고 등교준비를 했어요. 피곤한 엄마는 자느라 도시락을 못싸가서 점심시간에 학교정문에서 엄마(또는 엄마 직원들)를 만나 도시락을 받았는데 그게 참싫었어요. 교실로 가면 친구들은 거의 다 먹었으니까요. 식구들과 식탁에 앉아서 같이 밥먹는 게 제 소원이었어요. 

 

그러다가 대학가고, 엄마가 필요 없는 나이가 되자 엄마는 어이없게도 뒤늦게 제 삶에 간섭을 하고, 다른 가족과 같이 화목한 가정의 코스프레를 하고 싶어했지만, 이미 가족들은 상처투성이었어요.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었냐? 그것도 아니고요, 재주는 많았지만 수완이 없던 엄마는 일을 감당이 안될만큼 벌리고 수습을 못해 큰 손해를 봤어요. 손해는 늘 아빠가 메꿨죠. 그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돈때문에 머리가 다 빠질 것 같은 고통을 저는 사춘기 시절부터 경험했어요.

 

마이너스 인생을 고집스럽개 십오년 정도 버티다가 엄마는 병이나서 죽을 고비를 넘기니까 일에서 손을 떼고, 이제는 아빠가 그토록 바라던 전업의 길을 가며 아빠의 밥을 정성스레 하고 있어요. 엄마 나이 67이에요. 엄마가 반찬을 보내주면, 어릴때 못먹었던 엄마밥이 사무쳐서 화가나더라고요. 일년정도는 거부했었어요. 

 

그러다가 요새 엄마가 농사에 취미를 붙이고 열심히 농사에 매진하며 그 농산물로 가족들 밥을 해먹이는 낙으로 살고계세요. 

그 농산물에 없는 게 없이 파 마늘 양파 토마토 상추 깻잎 방토 호박 고추 비트 머우 수박 당근 가지 양배추 적양배추 고구마 감자 옥수수, 한 3-40평 되는 땅에 야무지게도 심어서 잘 가꾸고 나눠주시는데,

이제 더이상 성공이라는 헛된 꿈을 꾸지 않고, 땀흘린 것으로 먹고 사는 삶을 사는 엄마를 이제는 응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열매는 저도 감사히 먹고 있어요. 

초록마을 같은데서 비싸도 유기농 위주로 사먹다가 엄마가 무농약으로 키운거 맘편히 거저 먹을수 있는게 좋더라고요. 한없이 가져다 주시는데, "엄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니까 나도 맘껏 달라고 할 수 있어 좋아요. 

그런데, 좀만 더 빨리 이런 날이 왔었다면 좋았을 뻔했어요. 

저는 이미 마음에 상처 투성이고, 너무 많은 트라우마룰 끌어안고 사느라 힘들어요. 일주일에 한번은 엄마와 관련된 악몽을 꾸곤해요. 

가까이도 먼 엄마때문에 지독히 불안하고 외로웠던 그 시절의 어린아이가 지금도 살아서, 이제라도 받는 몇가지 농작물에 좋아하는 거 보면 좀 슬퍼요. 

그리고 그거라도 줘야 마음이 편한 엄마를 보는게 아직은 좀 불편하네요.

IP : 112.148.xxx.151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7.20 9:18 PM (114.200.xxx.129)

    반대로 보면 원글님 어머니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셨겠어요.?
    저도 40넘으니까 그냥 자식인 아닌 엄마가 그냥 한여자로 보이더라구요
    12시까지 일하고 ㅠㅠ
    저희 아버지는 사업 부도 나서 단칸방에서 살아본적도 있는데. 그때가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40이 넘은 지금은 저보다 더 어렸던 부모님이 . 거기에서 다시 일어날려고 악착같이 노력하신거 생각하면 걍 짠하다는 생각이예요 .가난은 저도 경험했을텐데 .. 제가난은 제기억속에 없고 부모님의 가난만 있네요

  • 2. 그냥
    '25.7.20 9:21 PM (70.106.xxx.95)

    파출부 아줌마가 밥해주는게 더 맛있어요.

  • 3. ...
    '25.7.20 9:26 PM (112.148.xxx.151)

    파출부아줌마가 해주는게 맛있다니... 음...
    매번 바뀌는 모르는 아줌마가 해주는 밥이 어린아이 입에 맛있을까요.

  • 4. ..
    '25.7.20 9:29 PM (223.39.xxx.36) - 삭제된댓글

    저는 힘들어 보이는데 정작 딸은 편하시다니..
    저는 엄마 고생하는게 싫어서 반찬 사다 드립니다
    일부러 불앞에서 음식하지 마시라고.

  • 5.
    '25.7.20 9:49 PM (175.208.xxx.132)

    엄마가 필요한 어린 시절에 케어를 못받은 아쉬움이 있지만
    배부른 투정처럼 보이네요.
    여기서 본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분들의 이야기에 비하면요.

  • 6. 이제라도
    '25.7.20 10:00 PM (106.102.xxx.157)

    덕 보는게 어디예요? 어릴 적부터 힘들게 하고
    지금까지도 생활비 대고 장봐다 주는 사람도 있어요.
    언제쯤 평생 고통인 부모와의 인연이 끝날까
    이런 생각까지 드니 불편하고 슬퍼요.

  • 7.
    '25.7.20 10:03 PM (118.235.xxx.141)

    엄마가 필요한 어린 시절에 케어를 못받은 아쉬움이 있지만
    배부른 투정처럼 보이네요.
    여기서 본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분들의 이야기에 비하면요. 22222

    고아들은 그런 써포트 조차 못 받았고
    아동학대에 시달린 사람들도 있어요.

    엄마 덕을 보니 원글도 성장 가능했던겁니다.
    40대임에도 아직 덜 컸군요.
    아직도 받는 것만 생각하고 좋아하는걸 보면요.
    엄마 인생 고단함을 생각했다면
    절대 쓸 수 없는 글.

  • 8. ..
    '25.7.20 10:05 PM (82.35.xxx.218)

    원글님 심정도 이해되는데 어머니 나쁜 엄마에요. 누구나 불완전하고 자기 방식으로 최선을 다한거예요

  • 9. Mmm
    '25.7.20 10:18 PM (172.58.xxx.216)

    그게요
    정말 불우한 집은 파출부는 커녕 애가 자기손으로 양은냄비에 라면끓여 동생 먹여야하거든요 . 아니면 먹을게 아예 없어서 밀가루를 물에 풀어 먹었다던지. 그냥 굶는다거나요.
    엄마밥 아니면 맛없다고 따진다는거 자체가 님은 경제적으로 아주 어렵진 않았던거같으니
    공감댓글이 없는거에요

  • 10. ...
    '25.7.20 10:23 PM (114.200.xxx.129)

    172님 같은 이야기는 . 유튜브 볼때 광고에도 요즘도 나오잖아요.
    지금 현재 커 가는 아이들. 기부캠페인 광고 같은거 유튜브 볼때 그런광고 보기 싫을때 많아요.. 아무생각없이 보다가 .. 그런아이들 보면 너무 가여우니까.ㅠㅠ
    근데 적어도 원글님은 그런 아이가 아니었잖아요.
    도시락만 하더라도 어쨌든 밤 12시에 일끝나고 와서 아침에 못챙겨가고
    점심때 챙겨주시긴 하셨지만 어쨌든 챙겨주셨잖아요.

  • 11. ..
    '25.7.20 10:25 PM (118.44.xxx.51)

    에고..
    원글님의 어린시절 안스러워요.
    그치만 어머니도 최선을 다한 세월이었겠지요.
    보고 자란게 없어 최선을 다한다는게 꼭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도 모르고 매진한 세월을 돌이킬 수도 없이 67세에 삶을 다시 재편성해서 살아내신 어머니의 삶도 어루만져드리고 싶네요. 여전히 그분은 그때나 지금이나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거죠. 딸이었던 원글님은 엄마의 우선 순위는 나였어야지!!!하는 마음이 여전히 있겠지만.. 자식과 단란한 시간을 못가진 그분도 안스러워요.
    저는 너무나 바란 가정을 제 아이들한테 주고 싶었고, 그런 가정을 이루고 나니.. 제 어머니가 너무 안스럽고 그 시끄럽고 힘든 가정을 끌고 나가느라 힘들었던 그분의 삶에 감사하는 마음이예요. 나에게는 결핍투성이의 어린시절이었지만, 제어머니의 최선을 다한 노력이 그안에 있거든요.

  • 12. ...
    '25.7.20 10:34 PM (112.148.xxx.151)

    경제적인 불우에 포커스를 맞춰서 보시는 분들이 많네요.
    저는 엄마가 같이 살아도 늘 딴 곳만 보던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의 관점에서 봐주셨으면 했는데...
    각자의 짐이 있는거니까요. 몇 줄로 정리해서 썼지만, 각자가 다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은 그 속에서 얼마나 갈등과 침묵으로 어두웠겠어요. 부모님의 싸움의 끝에는 늘 한명이 집을 나가야 끝나는, 혹은 경찰이 오든, 무튼 말하기도 힘든 고통의 시간이 있었어요. 그 모든 갈등의 시작에는 엄마가 엄마의 자리보다, 아내의 자리보다 필사적으로 중요한 자리가 있었던것, 그리고 그것을 힘들어하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던것이 있었어요.
    일방적인, 교감은 없는 모녀관계속에서 저는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몰라 참고 누르는것만 하다 병이 낫어요.
    이제서야 제 짝만나 맘편히 살아보려고 하는데 불쑥 불쑥 인이 베긴 감정들때문에 무거워져요

  • 13. ...
    '25.7.20 10:37 PM (112.148.xxx.151)

    물론, 엄마의삶도 짠하지요.
    근데 내 안의 불안들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너무 선명하게 보이다보니까요

  • 14. 원글님
    '25.7.20 10:41 PM (106.101.xxx.196)

    저는 원글님이 쓰신글 어떤마음인지 이해가 가요.
    사람은 다 자기 상처가 있잖아요
    뭐 꼭 극단적인 방치되서 밥 굶은 아이도 많다
    이런거 말고 엄마손이 그리웠을 아이의 마음을
    적은건데 댓글이 산으로 가네요..

  • 15. ..
    '25.7.20 10:45 PM (116.88.xxx.243)

    누구불행이 더 크니 투정부리지 마라....이런 잔인한 말이 어디 있나요...원글님에겐 원글님이 가진 상처와 외로움이 그냥 온전히 100프로인데.....

  • 16. ㅇㅇ
    '25.7.20 10:56 PM (119.198.xxx.247)

    나도 내가 맘에 안들때있는데 선택 아닌 운명으로 만난 엄마가 내맘에쏙들기 쉽지않죠
    엄마는 그래도 차선까지는 했을거예요 본인이든 원글을 위해서. 내맘에 안들뿐.
    저도 엄마를 여자로 여자아이로 보니까 덜미워요
    지금 나보다 어릴때 돈번다고 고생해 남편눈치 시어머니눈치
    거기다 자식눈치까지 보면 터질수도 있었겠다. 자식이 그나마 숨구멍이었겠다 싶어요.그나마 대강 대할수있었으니.
    딸인 나의마음에 엄마가 쌓은 포인트가 적으니 오십바라보는 이나이에도 가끔 밉고 야속했던 지난날 생각나고 그래요.
    맛난거봐도 별로 생각안나고 내자식이나 사주고 말지 하지만 보면 최선을다해요 엄마가 나한테깊은 사랑만큼은 사실이니까
    나도 엄마를 사랑하긴해요.이게 그런거예요

  • 17. 기혓도
    '25.7.20 11:29 PM (124.5.xxx.146)

    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
    시 한번 읽어 보세요.

  • 18. ..
    '25.7.21 12:19 AM (180.69.xxx.79)

    어릴적 정서적 결핍은 평생가요.저는 못사는 가정이지만 결핍은 없어요. 사랑도 안줬지만 미움을 단 한번도안 받아봤어요. 엄마가 경계선 지능이었다면 이해가 가실라나요. 원글님 이제 극복해 가는 과정인것 같네요. 원망할수도 있는데 이해하려고 노력하잖아요. 저라도 가족보다는 본인이 우선이었다면 원망스러울듯요. 잘 극복하시고 행복하세요.

  • 19. ㅇㅇㅇㅇㅇ
    '25.7.21 12:29 AM (221.147.xxx.20)

    아이보다 자기자신의 삶이 더 우선인 사람ㅇㅣ 있어요
    아주머님들이 무조건 엄마 입장에만 빙의해서 외로운 어린 아이를 못보네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살고 이제 자식이 성인이 되고 나서, 그리고 본인이 다 늙고 나서야 자식이 그리워진다는 건 사실...자식의 관심을 바라는 거죠
    시어머니들이 뭐 보내는 거 싫다는 글 얼마나 많아요
    엄마니까 사랑으로 느껴지는 거지, 저거 받으면 그만큼 어머니께 사랑과 관심과 돌봄을 드려야 합니다.

  • 20. ...
    '25.7.21 1:36 AM (221.140.xxx.8)

    파출부 아줌마가 밥해주는게 더 맛있어요.
    ---
    이런 소리는 어찌 하는건가요??
    아무리 장금이가 와서 반찬 만들어도....
    사랑하는 엄마가 해준 음식과 다르잖아요.
    단순히 '맛'에 관한 얘기가 아닌 것을....참 1차원적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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