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하고 인성 바르기로 회사에 소문 자자한 남자상사가 있었어요
저랑은 이전에 같은 직장을 다녔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좀더 쉽게 친해졌던거 같애요
나나 그 사람이나 가족도 없고 항상 야근 광광하는 팀인지라
한창 일하다가 파티션 너머로 그쪽 머리 꼭지 보이면 순수하게 반갑고
누구 먼저랄거 없이 말 걸고 자연스레 같이 나가서 저녁먹고 실컷 수다떨다가
시간 늦어지면 에라이 오늘 일은 낼하자! 하며 퇴근하고 집 간 적도 많았어요
제가 대화 하는걸 워낙 좋아하는데 그 쪽은 잘 들어주는 쪽이었고
대화하다보면 몇 시간은 순식간에 흐를 정도로 말이 잘 통했던거 같애요
보통 사람들은 누가 했던 말 건성으로 듣고 잊어버리던데
이 사람은 제가 했던 사소한 말도 싹다 기억하고 있길래
혹시나 내게 관심이 있나 싶었지만 더 다가오진 않더라구요
저는 솔직히 약간의 호감은 있었지만 사내연애는 자신도 없었고
이성적 관계보다는 지금처럼 같이 어려운 일 하며 의지가지 하는
동료이자 선후배로서의 관계가 제게 더 중했기에
마음을 내색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도록 뒀어요
그냥 그렇게 대화하면 편하고 가끔 주말에 만나 커탐 (집이 가까웠음) 하는 동료로 일년을 지내고
다른 팀 어떤 어린 여직원이 그 선배를 좋아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도
진심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고 바랄만큼 제 마음이 희미해졌을 즈음
제가 갑자기 회사를 관두게 되면서 연락이 끊기게 되었어요
마침 제가 그만둘때 그 사람은 출장 가 있었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로 급하게 사직서를 내고, 일을 부랴부랴 해결하러 가야했던 처지였기에
굳이 그만둔다 블라블라 소식 전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한달이 지나버렸더라구요
그러다 한달만인 그저께 연락이 먼저 왔네요..
아마 제 소식은 다른 동료들 통해 들었을테니
그 사람 성격대로 왜 잠수탔냐 서운하다 캐묻진 않았어요
그냥 태연하게 담주에 밥 한번 먹으면서 얘기하자는 말을 할뿐..
물론 사무실 안에서 친하게 지내던 동료 입장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연락을 한 걸거라는거 알아요
그런데 왠지! 저는 이번에 나가게 되면 어떠한 기대를 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ㅎㅎ
한편으론 얼굴 보고싶고 둘이 농담하며 재밌게 떠들고 싶은데
이런 직감이 들면 나가지 않는게 맞는거겠죠?
고민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