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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전 옛날 목욕탕이 너무 좋아요.

.. 조회수 : 3,184
작성일 : 2025-07-19 03:37:42

하나 둘 사라져 가는 게 너무 아쉽네요. 24시간의 훌륭한 설비가 있는 컴컴한 요즘 목욕탕  저에게는 다 별로예요. 새벽부터 열고 초저녁에 일찍 닫는 환하고 한적한 수십년된 목욕탕이  좋아요. 여기저기 맞춤법 살짝 옛스러운 주인장의 안전 경고장이 붙어 있는 곳 말이죠. 

 

동네에 있던 옛날 목욕탕이 모두 재개발로 문을 닫고 없어진 후  옆 동네에 하나 있다는 걸 알고 부지런히 갔어요.  머리 하얀 여주인께서 장식은  낡았지만 관리를 잘 하시고 계시더군요.  세신사분들도 아주 베테랑이세요.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다 하니 이제 규모가 작은 목욕탕은 다 없어지는 추세라고 여기도 50년이 좀 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옛날엔 지하수가 나와 운영할 수 있는 곳만 목욕탕이 허가가 됐다네요.  지금도 냉탕은 지하수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제 나이 드신 분들 외에는 잘 찾지 않는 곳이라 사람이 많아도 7,8명이 넘지 않아요. 어떤 때에는 2,3명이 할 때도 있지요. 지금은 주로 사우나와 세신 서비스를 받으러 가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목욕탕이 정말 바글바글 했던 기억이 있어요. 곳곳에 세숫대야에 아이들을 앉혀 놓고 목욕을 시키는 어머니들, 때를 벅벅 미는 탓에 아프다는 어린아이들의 울음 소리, 다 큰 7,8세 남자 어린이를 여탕에 데리고 오는 분도 계셨고요. 자리를 잡기 위해 거의 이전투구를 해야했던 상황이었을 때도 있었죠. 처음 보는 옆 사람들과 서로 등을 밀어주는 일도 다반사였어요. 아마도 아파트 보다는 거의 우풍이 센 주택이 대세였던 시절 집집마다 샤워시설이 적은 탓도 있었고  샤워시설이 있다 해도 모두가   때를 불려서 밀어내야 한다는 인식도 강했던 것 같아요. 목욕을 하고 나면 엄마가 바나나 우유를 사 주셨던 기억이 있어요. 추운 겨울 목욕탕을 나서면 머리카락이 고드름처럼 얼던 기억도 있고요. 친구와 목욕탕을 나오면서 구멍가게에서 크라운 산도를 사 먹는 데 텔레비전에서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방송을 하고 있던 순간이 떠 올라요. 

 

 요즘엔 세신사님에게 맡길 이태리 타울과 샤워타울 한장만 달랑 들고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위해 가지만 어릴 때는 샴푸, 린스, 오일, 로션  빗, 수건 모든 장비를 다 챙겨서 전투 나가듯이 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 때는 하고 나면 개운했던 치열한 삶의 일부였던 그 곳이 지금은 주관적으로는 매우 힐링이 되는 럭셔리한  장소가 되었어요. 

 

한국 사람 별로 없는 외국에서 살 때 가장 그리운 것 중 하나가 찌뿌둥할 때 가고 싶은 이 목욕탕과  담이 결릴 때 침 한방이었답니다.  오랜만에 정겨운 목욕탕을 알아내고서는 주절주절 해 봤습니다. 

IP : 74.102.xxx.1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아
    '25.7.19 4:30 AM (121.173.xxx.84)

    어렸을때 추억이네요~~~
    성인되어서는 예전식 목욕탕을 아예 못가봤네요

  • 2.
    '25.7.19 4:48 AM (58.140.xxx.182)

    우리동네에 그런 목욕탕 있답니다 큰 목욕탕은 코로나시기에 없어지고 그 목욕탕 하나 남았죠

  • 3. 50대
    '25.7.19 5:01 AM (14.44.xxx.94)

    우리동네에도 있어
    저 목욕탕 생길 때부터 다녔어요
    그 동안 목욕탕 주인은 세 번이나 바뀌었고요 탕내에 등미는 기계도 있어요
    당연 지하수고요 이 목욕탕 지하수 파준 사장 언니도 다니는데
    지하수 언니가 다른것은 다 고급으로 다니는데 목욕탕은 여기만
    다녀요 지하수 팔 때 무슨 좋은 돌들 사이에서 지하수가 솟아
    나오는 걸 봤다고
    게다가 낡았지만 3층에 무료 헬쓰장도 있어요
    목욕비 끊으면 헬쓰장은 무료이옹 황토찜질방도 있고
    근처에 최신식 새 목욕탕이 세 개나 생겼지만 계속 여기만 다녀요

  • 4. oo
    '25.7.19 5:25 AM (118.235.xxx.115)

    저도 옛날 목욕탕 좋아요.
    주말 새벽에 가서 사우나 하고
    세신 받고 오면 진짜 힐링이 되었는데
    이사한 동네는 24시 찜질방
    엘베 타야 하는 5층에다 기본도 안된 세신
    그래서 아쉬울 때만 이용중
    이전 목욕탕은 1층이라 더 편했죠

  • 5. ...
    '25.7.19 6:05 AM (180.83.xxx.74)

    목욕탕도 그렇고
    식당들도 노포들이 사라지는게 아쉬워요
    식당에서 직접 담근 김치먹는것도 전설처럼 사라지고...

  • 6. 40대
    '25.7.19 6:21 AM (39.7.xxx.216)

    아쉽기도 하지만
    세월속에 조금씩 놓아줘야죠

    갓쓰고 초가삼간 없듯이 그걸 그리워하는 이도
    아마 있을테고 우린 낡았고 주책이다
    그리 생각한 때도 있었으니
    모든게 지나가는게 안타깝지만
    그냥 장렬한 최후를 맞는거죠 뭐

    젊은세대는 그 감성 모를테고
    24시 찜질방을 그들은 그리워할테죠 ㅎ

  • 7. 그냥
    '25.7.19 7:30 AM (106.102.xxx.46)

    옛날 사람일 뿐.
    추억 속 사람들은 살기 힘들어요

  • 8. ..
    '25.7.19 7:41 AM (39.7.xxx.179)

    동네 목욕탕, 전 생각도 안해봤던 거예요.
    저 이 곳 저 곳 어슬렁 거리는 거 좋아하는데요.
    동네 목욕탕 투어해봐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 9. 오래살던
    '25.7.19 8:37 AM (116.41.xxx.53)

    이사온지 10년이 다되가는데 동네 목욕탕을 이제 알았어요.
    이름도 정겨운...
    옛스타일을 고수한채로 깔끔하게 수리된곳인데
    아기자기한 규모에 나름 황토방도 있어요^^
    가면 사람도 많지 않고 아이스커피 한통 갖고가서 목욕, 황토방, 사우나를 모두 즐기고 와요.
    완전 힐링 그 자체입니다.

  • 10. ㄱㄴㄷ
    '25.7.19 9:51 AM (209.131.xxx.163)

    저희 옆동네에도 그런 곳이 있어요. 옥이 한창 유행할 때 만든건지 바닥이며 탕 안까지 다 깔았는데 미끄러워 넘어질까 무섭다는.
    진짜 7,80년대 목욕탕인데 황토로 찜질방은 덮은, 손님은 진짜 많지 않아요. 주인이 자기 건물이라 운영가능한 거라고 세신사분이 그러시더군요. 울 동네에도 목욕탕 있고 아파트에도 있지만 세신하러 가는 거예요. 여기도 재개발 기다리는 핫한 지역이라 언제 없어질 몰라요. 옛날 정취 많이 남아 있어서 사진 찍는 사람도 많이들 오고 영화도 찍고 하는데, 이런 곳들이 사라진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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