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중3 겨울방학 때(1984년) 클랙식 기타를 배웠어요
신촌에 있는 낡은 건물 옥상에 건물보다 더 허름하게 생긴, 가정집이자 공방인 곳이 있었어요
클래식 기타를 가르쳐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거주하시는 곳이었죠.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기타를 만들기도 했고 가르치기도
했어요. 대학생, 직장인들이 간간히 배우러 왔어요.
그날의 레슨 내용을 한 쪽에서 연습하고 있으면
두 분이 얘기 나누는 걸 들을 수 있었는데
너무도 웃긴 게 두 분은 각자 얘기를 해요.
할아버지 A1를 얘기.
할머니 잠시 침묵. B1을 이야기
할아버지 짧은 침묵. A1에 이어서 A2를 이야기.
할머니 침묵 없이 B2 이야기
할아버지 침묵없이 A3 이야기.
(상대방 이야기를 안 듣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집에 가서 이 얘기를 했어요.
우리 기타 선생님 부부는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해..
어쩌고 저쩌고 종알종알..
당시 대학생이었던 오빠는
와 그거 되게 신박(요즘 말로)하다.
동시에 두 얘기를 하는 거잖아. 시간도 절약되고 좋은데!!
그런데
우리 아들이 얼마 전에 엄마랑 아빠는
서로 자기 얘기만 한다는 거예요.
엄마는 엄마 얘기만 하고
아빠는 아빠 얘기만 하고 있다고..
뭔가 지적의 느낌을 담아서요.
좀 부끄럽더군요.
애 앞에서는 경청하는 척이라도 해야겠어요.